확대되는 이스라엘 전선…'5차 중동전쟁' 일촉즉발[가자전쟁 1년➁]

기사등록 2024/10/05 04:59:00 최종수정 2024/10/05 07:00:15

이스라엘 전선 7개로 확대…헤즈볼라와 전면전

이란도 '그림자 전쟁' 끝내고 이스라엘 직접 공격

이스라엘, 이란 공격 예고…핵·석유 시설 겨냥 가능성

[레바논=AP/뉴시스] 지난달 30일(현지시각) 이스라엘-레바논 국경 인근, 이스라엘 북부 지역에서 이스라엘군 전차가 기동하고 있다. 가자지구 전쟁이 1년째 이어지는 가운데, 이스라엘은 7개 전선에서 이란 및 저항의 축 세력과 싸우고 있다. 2024.10.05.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가자지구 전쟁이 1년째 이어지면서 이스라엘의 전선은 중동 전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저항의 축'에 이어 이란도 이스라엘 직접 공격에 나서면서, 5차 중동전쟁 발발 우려가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확장되는 전선…이스라엘, 레바논 헤즈볼라에 '선전포고'

이스라엘은 지난해 10월7일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7개 전선에서 이란 및 대리 세력과 싸우고 있다.

가자지구 하마스에 이어 서안지구에서도 하마스 및 팔레스타인 이슬람 지하드의 테러 공격에 대응 중이다. 지난 3일엔 서안지구 툴카렘의 하마스 사령관을 사살하기 위해 24년 만에 가장 치명적인 공습을 가하기도 했다.

예멘의 후티 반군도 홍해에서 이스라엘 관련 선박을 공격 중이며, 시리아와 이라크 내 시아파 민병대도 미군 기지를 공격하며 연대하고 있다.


'저항의 축' 최대 세력인 레바논 헤즈볼라와는 본격적인 전쟁을 개시했다.

이스라엘은 지난달 23일(현지시각) '북쪽의 화살' 작전을 개시, 레바논에 대대적인 공습을 가했다. 헤즈볼라 공격으로 피란 간 이스라엘 북부 주민들의 귀환을 위해 헤즈볼라 능력을 제거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헤즈볼라는 가장 강하게 무장한 비(非)국가 준(準) 군사 조직으로 평가됐다. 이스라엘을 억제할 수 있는 유일한 세력으로 레바논 국민들의 인정도 받았다.

가자 전쟁 발발 후엔 하마스와 연대를 표방하며 이스라엘 북부를 계속 공격해 왔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 주민들은 피란길에 올라야 했고,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국민들의 피로감과 불만은 극에 달했다. 가자지구 휴전 협상 타결이 번번이 무산되자, 이스라엘 정부는 국면 전환을 위해 대(對)헤즈볼라로 주요 전선을 변경했다.

이스라엘의 대대적인 공격으로 헤즈볼라의 공격력과 조직력은 크게 약화됐다. 지난달 27일 헤즈볼라 지도자인 하산 나스랄라가 이스라엘 공습으로 사살되기도 했다.

차기 지도자로 알려진 하심 사피 알딘까지 지난 3일 공습 표적이 됐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헤즈볼라 수뇌부는 사실상 공백 상태에 빠진 것으로 파악된다.


이스라엘은 레바논 남부에서 헤즈볼라를 몰아내겠다며 지난 1일 지상전도 개시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최근 레바논 국경 지대에 사단 5개를 배치한다고 발표했다. 3개 사단을 투입했던 가자 전쟁 병력보다 큰 규모다. 지상 작전으로 헤즈볼라 터널과 무기고, 로켓 발사 시설을 파괴하겠다는 목표다.

전문가들은 헤즈볼라와 지상전은 힘든 장기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스라엘 대테러 국제연구소의 미리 에이신 연구원은 레바논 남부 지역이 가자보다 더 넓고 지형이 험하다고 지적했다.

헤즈볼라 대원들이 하마스보다 더 잘 무장되고 훈련돼 있으며, 지난 10년 동안 시리아 내전에 참여해 전투 경험이 많은 점도 이스라엘로선 어려운 요소다.

이스라엘군 피해도 즉각 발생하고 있다. 지난 3일 헤즈볼라는 하루 동안 레바논 국경에서 이스라엘군과 교전 끝에 이스라엘군 17명을 사살했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군은 지상전 개시 후 총 9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해 숫자는 엇갈리고 있다. 다만 이스라엘이 가자 전쟁에서 1년 동안 입은 손실이 약 350명인 점과 비교해 상당한 피해다.

[하데라=AP/뉴시스] 지난 1일(현지시각) 이란에서 발사된 로켓을 요격하기 위해 이스라엘 하데라에서 방공 시스템이 발사되고 있다. 2024.10.05.

◆이스라엘-이란, '그림자 전쟁' 끝?…직접 공격 개시

'저항의 축' 배후인 이란과 이스라엘은 그간 그림자 전쟁을 벌여왔다. 직접 공격을 주고받지 않되 민병대와 주요 인사 암살 등으로 긴장 상태를 유지했다.

가자 전쟁을 계기로 이스라엘이 이란의 '심장'까지 공격 수위를 높이자 이란도 간접 전쟁을 종료하는 모양새다. 이란은 지난 1일 이스라엘을 향해 탄도미사일 등 200발을 발사했는데,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직접 명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은 이번 공격이 헤즈볼라 수장 나스랄라와 아바스 닐포루샨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작전부사령관 죽음에 대한 보복이라고 적시했다. 이스마일 하니야 하마스 지도자가 지난 7월 말 이란 테헤란에 체류 중 이스라엘에 암살된 점도 배경 중 하나였다.

[테헤란=AP/뉴시스] 지난 1일(현지시각) 이란 수도 테헤란의 영국 대사관 앞에서 시위대가 이란의 이스라엘 미사일 공격에 환호하고 있다. 2024.10.05.

이란은 지난 4월에도 시리아 주재 영사관 피습에 대한 대응으로 이스라엘로 직접 로켓과 드론 350여발을 발사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며칠 전부터 간접적으로 공격 계획을 알렸고, 이스라엘이 입은 피해도 경미했다.

이스라엘도 이란 내 방공 시설만 제한적으로 공격해 상징적인 대응만 하는 데 그쳤다. 자칫 이란을 건드렸다가 헤즈볼라가 대대적인 공격에 나설 것을 우려한 점도 이유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번 공격은 6개월 전과 상황이 다르다. 헤즈볼라 조직력이 크게 약화됐고, 이란이 고도화된 미사일을 발사한 점을 일종의 선전포고로 해석하고 있다.

공격으로 입은 피해도 지난 4월보다 큰 것으로 알려졌다. CNN이 분석한 위성 사진에 따르면 이란의 미사일 공격으로 이스라엘 남부의 네타빔 공군 기지 건물 최소 3채가 파괴됐다.

[예루살렘=AP/뉴시스] 지난 1일(현지시각) 이스라엘 예루살렘과 텔아비브 사이의 쇼레쉬 지역 고속도로에서 이스라엘인들이 이란에서 발사된 미사일로 공습경보가 울리자 도로변 도랑에 대피하고 있다. 2024.10.05.

◆"저항의 축은 촉수, 이란은 머리"…이스라엘, 핵 시설 공격까지 거론

이스라엘은 이란이 저항의 축 '머리'라며, 이번 기회에 이란과 역학 관계를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나프탈리 베넷 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 1일 소셜미디어(SNS)에 "문어가 촉수를 심하게 다쳤으니 이제 머리를 노려야 할 때"라며, 이란의 주요 인프라를 파괴해 직접적인 타격을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이 보복을 예고한 가운데, 이란 핵 능력을 공격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NYT에 따르면 미국 관료들은 이스라엘이 이란 핵 프로그램 핵심인 나탄즈 농축 시설을 공격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란 석유 시설 공격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미국 액시오스는 지난 2일 이스라엘 관료들을 인용해 이란 내 석유 시설 및 기타 전략 시설을 겨냥한 "중대한 보복"을 며칠 내 시작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지난 3일 이스라엘의 이란 석유 시설 공격을 지지할 것인지 질문에 "논의 중"이라며 "내 생각에 그건 좀…"이라며 말을 흐렸다.

[이스파한=AP/뉴시스] 2005년 3월30일 촬영한 이란 이스파한 외곽의 우라늄 전환 시설 모습. 2024.10.05.

이스라엘이 에너지 시설엔 대대적으로 몇 회 공격하되, 핵시설 공격은 상징적인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에후드 바라크 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 4일자 영국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핵 프로그램과 관련된 군사적 목표에 상징적 공격을 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란 핵 프로그램이 너무 진전돼 어떤 폭격도 이를 크게 후퇴시킬 수 없다며, 석유 시설에 대한 대규모 공격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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