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순회 의장국' 헝가리 ECJ 제소…"주권 보호법, 기본권 침해"

기사등록 2024/10/04 13:17:02

EU 집행위원회 "헝가리법이 EU법 위반한 것으로 간주"

외국 영향력 억제 명목 작년 12월 시행…정적 탄압 비판

[브뤼셀=AP/뉴시스]유럽연합(EU)이 올해 하반기 순회 의장국인 헝가리를 유럽사법재판소(ECJ)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지난해 12월14일(현지시각)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에서 원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도착한 모습. 2024.10.04.

[서울=뉴시스] 이명동 기자 = 유럽연합(EU)이 올해 하반기 순회 의장국인 헝가리를 유럽사법재판소(ECJ)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AFP, AP 등 외신을 종합하면 EU는 3일(현지시각) "헝가리가 (지난해 12월) 시행한 주권 수호에 관한 국내법이 EU법을 위반한 것으로 간주해 ECJ에 회부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EU 집행위원회는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이끄는 민족주의 정부가 지난해 통과한 법안이 기본권을 제한하고 기타 규정을 위반했다고 비판했다.

외국의 영향력을 억제한다는 명목으로 새 법안을 제정한 헝가리는 이를 통해 정적(政敵)을 침묵시키려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해당 법률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외국에서의 자금 지원을 범죄로 규정하고 광범위한 수사 권한을 가진 새로운 주권보호사무소를 설립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헝가리 정부는 EU 다른 회원국을 비롯해 특히 미국이 헝가리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야당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블레넘궁=AP/뉴시스]유럽연합(EU)이 올해 하반기 순회 의장국인 헝가리를 유럽사법재판소(ECJ)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지난 7월18일(현지시각) 영국 옥스포드셔 우드스톡 블레넘궁에서 열린 유럽정치공동체(EPC) 정상회의에 참석한 모습. 2024.10.04.

EU 집행위원회는 주권보호사무실에 부여된 광범위한 재량권이 시민사회단체, 언론사, 언론인에게 불균형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했다.

앞서 EU 집행위원회는 헝가리 정부에 우려 사항을 담은 서한을 두 차례 보내 이를 불식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거부된 뒤에 나왔다. ECJ는 판단에 따라 헝가리에 EU법 준수를 명령하거나 벌금을 부과하는 등 강제성 있는 조치를 부과할 수 있다.

이 같은 조치로 이미 마찰을 빚어온 EU와 헝가리 사이 긴장 관계는 고조할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지원을 찬성하는 EU 대다수와 다르게 헝가리는 이에 반대해 왔다. 그 과정에서 노골적인 친(親)러시아 행보를 보여 EU 사이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헝가리가 오는 12월까지 순회의장국을 수행하는 폴란드가 뒤를 이어받는다. 폴란드는 다음 해 7월 덴마크에 의장국 지위를 넘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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