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최윤서 인턴 기자 =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세간에 알려진 것보다 일찍부터 공화당에 수천만 달러에 달하는 거액을 후원해 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2일(현지시각)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그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을 공개적으로 지지해온 머스크가 공개 지지 의사를 밝히기 전부터 공화당 쪽에 자금을 댔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머스크가 정치적으로 돌변한 것이 아버지인 자신의 성을 버린 트랜스젠더 딸에 대한 분노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매체 보도에 따르면 머스크는 2022년 가을 '상식적인 시민들'이라는 단체가 집행한 광고 캠페인에 수차례에 걸쳐 총 5000만 달러(약 662억원)를 기부했다.
같은 해 6월 법인으로 설립된 이 단체는 2022년 11월 미 중간선거를 앞둔 2022년 6월 설립된 신생 단체였으며, 스티븐 밀러 전 백악관 선임고문의 비영리 법률사무소 소속 직원들이 이사·임원으로 등재돼 있었다.
밀러 전 보좌관은 오랜 기간 트럼프 전 대통령을 위해 일한 핵심 참모다. 그리고 해당 단체는 2022년 11월 미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성년 트랜스젠더와 불법 이민자에게 건강보험을 지원해야 하느냐 등의 정책 이슈를 두고 민주당을 공격하는 내용의 광고 캠페인을 진행했다.
머스크의 공화당 후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 측에 그치지 않았다.
소식통은 WSJ에 머스크가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이 진행 중이던 지난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강력한 경쟁자로 꼽히던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를 지원하기 위해 1000만 달러(약 130억원)를 기부했다고 전했다.
해당 후원금은 '충실하고 강력한 정책'이라는 이름의 단체에 기부됐고, 그중 절반 이상의 자금이 디샌티스 주지사의 정치 자금 모금 단체로 들어갔다.
WSJ는 머스크의 이러한 후원 과정이 공화당 정치 컨설턴트와 변호사들의 도움 하에 은밀하게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후원금을 세법상 '사회복지기관' 등으로 분류된 단체로 송금하는 식이다. 이런 단체는 자금 사용처 공표 의무만 있을 뿐, 기부자 명단을 공표할 의무는 없기 때문이다.
이어 WSJ는 "머스크는 과거 민주당에 투표해왔지만, 최근 들어 성향이 바뀌었고 이번 경선에서 그가 후원한 첫 대선 후보는 트럼프가 아닌 디샌티스였다"며 "트럼프의 팬은 아니라고 주장하던 머스크가 트럼프를 신뢰하게 된 것은 올해 4월 이후"라고 설명했다.
그간 미국 정치에서 중립적인 태도를 유지해 왔던 머스크가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 측을 지지한다고 공개 선언한 데는 노조가 없는 테슬라를 바이든 행정부가 홀대했기 때문이라는 설도 제기되나 아버지인 자신의 성을 버린 트랜스젠더 딸에 대한 분노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머스크의 트랜스젠더 딸로 알려진 비비안 제나 윌슨은 과거 여성으로 성전환함과 동시에 머스크와의 인연을 공식 단절, 제비어 머스크라는 기존 이름도 버리고 어머니의 성을 따라 개명했다.
이에 머스크는 한 인터뷰에서 "윌슨이 16세 때 내가 속아서 성전환 수술을 승인해 아들을 잃었다"며 "이를 계기로 좌파 사상을 파괴하는 데 나서게 됐고, 일부 진전을 이뤘다"고 밝혔다. 실제로 머스크는 수년간 엑스(X·옛 트위터)에서 미성년자의 성전환 등 트랜스젠더의 권리를 반대해왔다.
최근 비비안은 엑스(X·옛 트위터)의 경쟁사인 메타에서 출시한 스레드를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도 열심히 일하지만, 카밀라 해리스(민주당 대선 후보)는 더 열심히 한다"며 아버지와 반대의 정치 성향을 드러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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