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서울대 의대 '동맹휴학' 전면전…대학가 중재안 나올까

기사등록 2024/10/02 11:56:52 최종수정 2024/10/02 14:30:16

의대 증원 반대 학생들 7개월 보름간 집단행동 와중

서울대 의대 기습 휴학 승인…교육부 즉각 감사 돌입

이례적으로 이틀만 감사반 12명 신속 편성하고 실사

'학칙 위반해 휴학 승인했나' 쟁점…'시정명령' 가능성

정부, '동맹휴학은 불가' 명분 여전…의정갈등 우려 커

11월 중순 되면 골든타임 끝…총장들 '중재안' 나올까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2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대 의대는 지난달 30일 학생들이 제출한 휴학계를 일괄 승인했다. 이에 교육부는 서울대 의대의 이 같은 결정을 부당 행위로 규정하고 감수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시 종로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모습. 2024.10.02. kmn@newsis.com
[서울=뉴시스]김정현 기자 = 서울대 의과대학이 증원에 반대해 7개월 넘게 수업에 돌아오지 않는 의대생들의 휴학을 전격 승인해 파장이 크다. 정부는 고강도 감사를 예고했으나 당혹감이 역력하다. 뾰족한 수가 없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공은 대학에 넘어갔다.

대학들은 이대로라면 의대생 집단 유급이나 등록금 납부 거부에 따른 제적 처리를 맞을 판국인데, '집단 항명' 내지는 '중재안'을 내놓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2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대 의대는 지난달 30일 밤 학생들이 제출한 1학기 휴학 신청을 일괄 승인했다고 대학 본부에 통보했다. 서울대는 휴학 승인 권한이 총장이 아닌 학장에 있어 이런 '기습 승인'이 가능했다.

이에 교육부는 고강도 대응에 착수했다. 당장 이날 오후 감사관실과 실무 부서 직원들로 12명의 감사반을 편성, 서울대 현지에 보내 고강도 감사에 돌입한다. 서울대 의대가 휴학을 승인할 때 학칙을 위반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법령 위반도 살필 수 있다.

현행 고등교육법 60조는 교육부에 '학교가 학사 등에 관해 교육 관계법령 또는 이에 따른 명령이나 학칙을 위반하면 기간을 정해 학교의 경영자(이사장)나 총장에게 시정이나 변경을 명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서울대 의대는 학칙에 적합한 절차를 거쳤다고 방어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 학칙엔 '학생이 휴학하고자 할 때 해당 학기 수업일수 4분의 1 이내에 신청해 학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돼 있다. 서울대 '휴학 및 복학에 관한 지침'은 학장이 신청 사유 및 허가 요건 등을 검토해 휴학을 허가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다만 교육부가 그간 의대생의 '동맹휴학'은 정당한 휴학 사유가 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해 왔던 만큼, 서울대 총장 등에게 시정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현행법에 따라 서울대의 입학정원 감축, 모집정지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다. 서울대 의대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 전체 모집단위에 적용될 수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강하게 감사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교육부가 강하게 대응하는 배경은 '동맹휴학 승인'이라는 전례를 남기지 않기 위함이다. 향후에도 학생들이 이해관계에 따라 대규모 휴학에 돌입하는 일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다만, 다른 의대 학장들에 대한 '경고'로 보는 시각도 짙다.

교육부에 따르면 휴학 승인권자가 대학 총장이 아니라 학장에게 있는 의대는 전체 40곳 중 절반에 이른다고 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칙에 명시돼 있지 않더라도 총장이 결재권을 위임한 경우가 있다"고 했다.

의료계 강성파는 의정갈등 초반부터 휴학 불허는 의대생 개인의 선택권 침해라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휴학 승인권을 가진 다른 의대로 기습 휴학 승인이 확산되면 정부가 통제권을 잃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 안팎에서는 서울대를 향한 당혹감도 느껴진다.

정부는 최근 의대 학장들의 협의체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가 건의했던 의대생 휴학 승인 문제를 검토해 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동맹휴학'은 받아들일 수 없지만, 집단 유급이나 등록금 미납에 따른 제적은 막아야만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무턱대고 휴학을 승인하면 올해 예과 1학년과 내년 증원이 이뤄진 입학생 7500여명이 한꺼번에 수업을 듣게 된다는 점도 골치다. 정부 입장에서 고민할 대목이 적지 않은데, 서울대가 돌발 행동을 저지른 셈이다.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2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대 의대는 지난달 30일 학생들이 제출한 휴학계를 일괄 승인했다. 이에 교육부는 서울대 의대의 이 같은 결정을 부당 행위로 규정하고 감수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오전 서울시 종로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앞에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2024.10.02. kmn@newsis.com
의정 갈등에 따른 응급실 위기가 겨울철이 되면 더 커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있다. 지난달 30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전공의 여러분을 생각하면 매우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이라고 처음 사과했고, 대한의사협회도 '2025학년도 증원 원점 재검토'에서 한 발 물러서 해빙 단계로 접어드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겉보기에는 교육부와 서울대 의대가 각자의 사정에 따라 의대생 휴학 승인을 놓고 전면전에 돌입하고 있지만, 속내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만큼 대학 총장들이 '중재안'을 내놓으면 사태의 실마리로 작용할 수 있어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대학들은 2학기 등록금 납부 시점도 잡지 못하고 있다. 출석률은 보다 더 저조하다. 학내 협의를 거쳐 학칙과 내규를 바꾸면서 이미 '내상'이 큰 상황이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이 입수한 전국 40개 의대 등록금 납부 일정 자료에 따르면 24개교는 등록금 납부 기한 연장을 '검토 중'이다.

같은 상임위의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에서 제출 받은 지난 2일 기준 의대생 출석률은 2.8%다. 같은 날 기준 2학기 등록금 납부율(3.4%)보다 낮았다.

아무리 탄력적 학사 운영 방안이 살아 있어도 학생들이 11월 중순까지 돌아오지 않으면 방법은 더 없다.

고등교육법 시행령은 대학 수업일수를 30주 이상으로 정하고 있다. 2025학년도 1학기가 시작되는 3월 첫 주 전까지 15주의 수업을 진행하려면 11월 중순부터 시작해야만 한다. 사실상의 마지막 골든타임이다.

애초 그 때부터 수업을 몰아쳐서 하기에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교육부와 의료계 양측이 만족할 만한 새로운 유급 방지책과 명분 역시 필요한 상황이다.

교육부도 의대도 이런 것을 제안할 수 없는 만큼, 중간에 낀 대학 총장들의 중재안이 효과를 낼 수 있다.

그러나 정부가 서울대에 대해 이례적으로 휴학 승인 이틀 만에 신속하게 감사반을 파견한 것을 보면, 중재안이 나와도 적어도 '승인을 취소하라'는 시정명령에 이르는 걸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이주호(오른쪽)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박상규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이 지난 5월9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열린 한일 대학총장 포럼에서 대화하고 있다. 2024.10.02. photocdj@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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