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울·경서도 서울처럼 의료서비스 받게 하고 싶은게 소망"

기사등록 2024/09/30 10:23:13 최종수정 2024/09/30 11:08:15

이상수 센텀종합병원 췌장담도센터장 인터뷰

”환자에게 그림까지 그려가며 설명…너무 좋아“

”낙도 등 의료 소외지역에 봉사하고 싶어“

[부산=뉴시스] 백재현 기자 = 이상수 센텀종합병원 췌장담도센터장이 췌장과 담도의 기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울 아산병원에서 '명의' 소리를 듣다가 9월부터 부산에서 환자를 돌보고 있는 그는 "(부산에서는)환자들에게 그림까지 그려가며 설명해 줄 수 있어 너무 좋다"고 말했다. 2024.09.30. itbrian@newsis.com

[부산=뉴시스]백재현 기자 = 국내 모든 병원을 통틀어 가장 큰 종합병원인 서울아산병원. 이곳에서 담도췌장센터 소장을 역임했던 이상수 교수는 9월부터 부산 센텀종합병원에서 진료를 해오고 있다. 이 교수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담도 췌장 분야의 권위자다.

그는 국내 최초로 내시경초음파 유도하 가성낭종 배액술과 담도 배액술, 내시경을 이용한 괴사성 췌장염 치료, 췌장낭종 에탄올 소작술 등을 시행했다. 내시경을 이용한 십이지장 유두선종 절제 시술을 가장 많이 한 의사이기도 하다.

그는 또 뛰어난 연구와 진료 성과로 한국인으로서는 두 번째로 미국 소화기내시경학회 석학회원(FASGE)에 선정되기도 했다.

글자 그대로 ‘명의’인 그가 개인적 연고도 없는 부산으로 내려온 까닭이 궁금해 지난 26일 센텀병원을 찾아가 그를 만났다. 다음은 이 센터장과의 일문일답.

-국내 최대 병원에서 부산으로 올 결심을 한 이유는.

“아산병원에 있을 때 연세 많으신 환자들이 새벽부터 KTX나 SRT를 타고 서울까지 올라와 각종 검사를 한 뒤 결과를 보기 위해 며칠 뒤 다시 올라오고 하는 것을 봤다. 그러면서도 정작 의사를 만나는 시간은 고작 3~4분에 그쳤다. 이제 부산·울산·경남에서 서울로 가지 않고도 서울에서 받는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큰 보람을 느낄 것 같았다.

그리고 의사로서 나는 정점을 지나고 있었다. 은퇴를 한 후에 지방으로 오는 경우도 있지만 그래서 동료들이 은퇴하고 가라며 반대도 많이 했지만, 조금이라도 더 능력이 있을 때 지방으로 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또 내가 가르친 아산병원의 훌륭한 후배들에게 기회를 내어 주는 길이기도 하다.”

-유능한 의사를 키워내는 일도 보람 있는 일 아닌가.

“분명 그렇다. 탁월한 능력을 가진 후배를 가르치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연구 주제가 후배들과 자꾸 겹치는 것을 느꼈다. 후배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의공학쪽으로 연구 방향을 바꿨지만 연구가 즐겁지 않더라. 의공학분야는 20년 뒤를 내다보고 하는 연구라서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해 바로 환자에게 적용하고 효과를 보는 것과 같은 임상분야에서의 즐거움 같은 것을 얻을 수 없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이제 아산병원은 능력있는 후배들에게 맡기고 나는 지방 환자들을 돌봄으로써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는 것이 더 가치 있는 일이라 생각했다.”

-한 달가량 부산에서 진료를 해보니 어떤가.

“아주 만족스럽다. 서울에서는 3~4시간 동안 70~80명의 환자를 봐야 했다. 환자가 설명을 이해 못하는 것이 느껴지는데도 말이 길어지면 다음 환자를 봐야 하는 부담 때문에 나도 모르게 표정이 굳어졌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환자들에게 상세히 그림까지 그려가면서 충분히 설명하고 있다. 그게 너무 좋다.”

-췌장 담도 분야의 환자들에 최근 어떤 변화가 있나.

“담도암은 흔한 병이 아니지만 최근 고령화 추세에 따라 늘어는 모양새다. 췌장암은 진단이 늦는 경우가 많고 종양이 작아도 재발하는 경우가 많아 어렵다. 특히 췌장암은 암세포가 섬유화된 세포들에 둘러 쌓여 있어서 항암제가 잘 듣지 않는다. 앞으로 중입자 치료기 등으로 인해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한다. 아산병원 때 수술보다 항암요법을 먼저하는 치료법을 국내에서 제일 먼저 도입했고 그 결과로 수술 후 생존기간이 훨씬 길어졌다. 완치로 보는 5년 생존율도 크게 높아졌다.”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암이 재발해 돌아가신 아버님이 ‘따뜻한 의사가 되라’는 유언 아닌 유언을 하셨다. 그 때문에 의사가 됐고 환자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의사가 되려고 노력해왔다. 여건이 허락한다면 병원선을 구입해서 낙도 등 의료 소외지역을 대상으로 봉사를 하고 싶다.”

-진행중인 의정갈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한국의 의료시스템에 문제가 없지 않다. 따라서 정부의 의료개혁의 방향에는 문제가 있다고 보진 않는다. 다만 의료시스템이 병들었다면 급성이냐 만성이냐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급성이라면 희생을 각오하고라도 과격하게 치료해야 한다. 하지만 나는 급성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은 문제가 실타래처럼 얽혀 있어서 어떤 하나의 해법 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정부가 만성질환을 급성질환처렴 치료하려는 게 문제라고 생각한다. 사명감으로 사는 대다수의 의사를 ‘돈만 아는 악마’화 해서는 해결책이 나오기 어렵다.”


◎공감언론 뉴시스 itbrian@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