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관리'도 K-방산…KAI, 필리핀서 FA-50 유지·보수사업 따내

기사등록 2024/09/27 13:22:58

KAI, 필리핀서 수출항공기 PBL 사업자 선정

HD현대중공업, 2022년 함정 MRO 첫 계약한 곳도 필리핀

[마닐라=뉴시스] 강구영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이 26일(현지시각) 'ADAS 2024' 전시장 내 KAI부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국방부 공동취재단 제공) 2024.09.27.  *재판매 및 DB 금지

[마닐라·서울=뉴시스] 옥승욱 기자, 국방부 공동취재단 = K-방산이 무기 체계 수출을 발판 삼아 유지·보수 사업까지 시장을 넓히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국제방산전시회 'ADAS 2024' 기간 필리핀 공군이 운영하는 FA-50PH 항공기에 대한 PBL(성과기반 군수지원·Performance Based Logistics) 사업자로 선정됐다. 한국이 해외에 수출한 항공기에 대해 PBL 사업을 따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1년간 진행되는 이번 사업 규모는 약 270억원에 달한다. KAI는 제작사로서 필리핀 공군이 보유한 FA-50에 대한 정비와 부속품 소요 산정, 재고관리 및 항공기 운영을 위한 기술 지원 등을 수행할 예정이다. 1년 간의 시범 사업을 거쳐 성과를 입증한 뒤 추가 계약을 추진한다는 목표다.
 
보통 30~40년 이상을 운영하는 항공기는 구매 비용보다 후속 지원 비용이 2~5배 정도 많다. 항공기 수출에 성공한 KAI가 정비·관리 사업에 힘을 쏟는 이유다. 이번 계약으로 KAI는 수출한 무기를 수리하고 정비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애프터 마켓'까지 열리며 새로운 먹거리도 확보하게 됐다.
    
KAI에 따르면, 필리핀 공군은 2014년 FA-50PH를 12대 구매해 2015년부터 운영 중이다. FA-50 조종사이면서 이번 PBL 사업 계약 과정을 주도했던 마리오 멘도자 필리핀 공군 중령은 "필리핀 군에서 필요로 하는 임무들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데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KAI는 15년간 국내에서 쌓아온 후속지원 사업 경험을 토대로 필리핀 PBL 사업의 성공적인 수행에 힘쓸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향후 T-50계열 항공기가 수출된 다른 국가와의 PBL 계약도 추가로 성사시키겠다는 구상이다.

강구영 KAI 사장은 "안정적인 PBL 후속 지원은 전력 향상을 도모하고, 운영 비용도 절감함으로써 고객과 업체 모두에게 '윈-윈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필리핀 PBL 대상자 선정으로 거대한 애프터 마켓 시장에 들어갈 수 있는 좋은 계기를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마닐라=뉴시스]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국제방산전시회 'ADAS 2024' 전시장 내 HD현대중공업 부스에 놓인 수상함 모형. (사진=한국방위산업진흥회 제공) 2024.09.27.  *재판매 및 DB 금지

전투기 뿐만 아니라 함정 분야에서 MRO(유지·보수·정비) 사업 계약이 처음 체결된 곳도 필리핀이었다. HD현대중공업이 2022년 6월 2600t(톤)급 호위함에 대한 MRO 사업을 최초로 계약한 것.
   
HD현대중공업은 2016년 2600t급 호위함 2척에 이어 2021년 3200톤급 초계함 2척, 그 다음해인 2022년엔 2400t급 원해경비함 6척을 연달아 수주하는 성과를 달성한 바 있다. 회사 측은 이같은 '연속 수주'의 배경으로 기술은 물론 품질관리에서도 신뢰가 쌓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HD현대중공업은 필리핀 MRO 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함정 수출 확대도 노리고 있다. 특수선사업대표 주원호 부사장은 "미국 해군 함정을 대상으로 하는 MRO를 비롯, 앞으로 수출하는 함정에 대한 MRO를 패키지 사업으로 접목하여 함정 수출의 미래 가치를 더욱 높여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방산업계에서는 최근 성장하는 필리핀 방산 시장에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필리핀 현지에서 글로벌 방산그룹들을 컨설팅하는 업체인 수에즈아시아 최정우 대표는 "필리핀은 'K-방산' 아시아 내 시장 중 규모가 크고 장기적으로 투자 가치가 크다"며 "필리핀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단일 기업 차원에서 접근하기보다는 컨소시엄 형태로 디펜스 시스템 완성체로 접근해야 단기적으로 성공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okdol99@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