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필리핀 갈등 고조에 아세안 다른 국가와 필리핀 ‘분리 대응’으로 가닥

기사등록 2024/09/26 12:23:26 최종수정 2024/09/26 16:32:16

中 ‘아세안 최소 적대적이지 않는 범위에서 분열, 중국에 유리’

호주 전문가 “아세안의 분열이 中의 분할 정복 길 열어”

[서울=뉴시스] 중국은 자국 해경선이 필리핀 해안경비대 선박과 남중국해에서 출동하는 과정에 미국 순찰기가 현장에서 포착됐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지난달 31일 남중국해 사비나암초(필리명 에스코다 암초) 인근에서 중국 해경과 필리핀 해안경비대 선박이 충돌하는 현장에 미군 해상 초계기 P-8A 포세이돈이 그 상공을 비행하는 모습. <사진출처: 중국 웨이보> 2024.09.26.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중국이 남중국해 영유권을 둘러싸고 필리핀과 갈등 수위가 높아지면서 필리핀과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분리 대응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6일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 정부가 중국에 더 강경해지고 미국과의 밀착을 강화하면서 필리핀과 아세안 다른 국가들을 ‘분할 지배’하려고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올 4월 이후 아세안 7개국 외무 중국 방문, 중 왕이 부장은 5개국 방문

리창 총리는 지난 6월 말레이시아를 방문했다. 인도네시아 대통령 당선인 프라보워 수비안토 와 베트남의 새로 선출된 공산당 서기장 토람은 각각 4월과 8월에 첫 해외 순방으로 중국을 방문했다.

4월 이후 아세안(ASEAN) 10개국 중 라오스, 베트남, 브루나이,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네시아 등 7개국 외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했다. 중국 왕이 외교부장은 올해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태국, 라오스, 미얀마를 방문했다.

마닐라의 씽크탱크 아시아태평양 진보경로 재단의 루시오 블랑코 피트로 3세 연구원에 따르면 중국은 동남아 국가들에 대한 외교적 영향력을 사용하여 필리핀을 고립시키고 있다.

그는 “중국은 정치 경제적 영향력을 활용해 필리핀에 대한 주변 지역 국가들의 지원을 약화시키고 필리핀을 도발국으로 묘사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9단선(段線)’ 안쪽의 남중국해의 90% 가량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해 필리핀, 베트남, 말레이시아, 대만, 브루나이 등과 갈등을 빚고 있다.

◆ 필리핀, 대중 강경 미국의 미사일 설치도 검토 중

필리핀은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 정부에서 중국에 점점 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필리핀 국방부 장관인 길베르토 테오도로는 이를 ‘실존적 문제’라고 부르고 지난해부터 중국의 잘못된 행동을 널리 알리는 ‘"투명성 이니셔티브’를 시작했다.

피트로 3세 연구원은 “중국은 필리핀이 전략적 경쟁국(미국)을 초대해 필리핀의 배타적 경제 수역을 순찰하거나 항해하도록 하고 필리핀에 미사일과 로켓을 설치해 중국의 암초와 본토 목표물을 사정권 내에 두도록 하는 것에 대해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라고 비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해상 긴장과 미국과의 경쟁 속에서 중국은 지난해 동남아시아에서 14차례의 합동 군사 훈련에 참여했다. 이는 세계 어느 곳보다 많은 숫자다.

지난달 필리핀과 베트남간 최초의 합동 해안 경비대 훈련을 끝나자 중국은 태국과 합동 공군 훈련을 실시했다. 9월 초에는 싱가포르와 해상 훈련을 실시했다.

지난달 중국과 인도네시아는 자카르타에서 열린 첫 번째 ‘2+2 외교 및 국방 대화’를 갖고 2015년 나투나 제도 주변 분쟁으로 중단된 양자 군사 훈련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국이 아닌 인도네시아도 태국 싱가포르와 마찬가지로 정기적으로 미국과 합동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9월 5일에 끝난 10일간의 미국 주도 다국적 훈련도 주최했다.

◆ 아세안 국가들 친중, 친미로 분열

호주의 싱크탱크 로위연구소에 따르면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들은 미국보다 중국과의 군사 훈련을 선호한다. 반면 태국과 아세안 5대 해양 국가들은 미국과 더 많은 훈련을 실시한다.

상하이의 군사분석가 니려슝은 “방위 협력과 군사 훈련이 중국의 아세안 전략에서 중요하고 없어서는 안 될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동남아시아가 냉전 스타일의 미중 대립에서 두드러진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남중국해의 격화되는 긴장으로 인해 필리핀은 중국과 미국 간의 잠재적인 무력 충돌의 폭발원이 되었다”며 “다른 아세안 국가들은 이 상황을 피하려고 노력해 왔다”고 말했다.

아세안 국가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갈등, 중국 -미국 경쟁, 인도-태평양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이익 확대에서 어느 한 쪽을 선택하지 않고 양측을 모두 상대로 삼아 이익을 극대화하려 한다고 니러슝은 분석했다.

그는 “이들 국가들이 중국의 동맹이 될 수 없다면 적어도 미국 편을 들지 않고 중립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분열된 아세안은 중국에 이익”이라고 말했다.

미국 국방대 국가전략연구소 산하 중국 군사문제연구센터의 앤드류 태퍼 연구원은 “중국과 필리핀의 관계가 급속히 악화됨에 따라 중국은 다른 경쟁국과의 관계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이 이익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전반적으로 볼 때, ‘분할 통치’ 전략 측면에서 중국은 아세안에서 성공했다고 말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 호주 전문가 “아세안의 분열이 中의 분할 정복 길 열어”

호주 뉴사우스웨일즈대 명예교수인 칼 세이어에 따르면 지난 몇 년 동안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공세적 태도가 커짐에 따라 아세안은 단결 대응한 적이 거의 없으며, 집단행동을 취하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고 말했다.

세이어 명예교수는 이같은 아세안의 행동 불일치가 “중국이 ‘분열 정복’할 수 있는 문을 열었다”고 말했다.

그는 “아세안 회원국은 중국에 대해 단일한 확고한 입장을 취하거나 미국과 함께 반중국 연합에 가담할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세이어는 미국-필리핀 동맹을 되살리려는 필리핀의 노력을 중국의 지역적 안보 야망에 대한 위협은 아니더라도 큰 도전으로 중국은 여긴다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이 필리핀에 취한 조치는 필리핀에 대한 압박 뿐 아니라 중국과 화해가 대립보다 낫다는 메시지를 다른 국가에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조건으로 인터뷰한 중국 사회과학원(CASS)의 연구원은 중국이 남중국해에 대한 아세안의 입장에 대해 가장 강력히 주장하고 있는 것은 “아세안 국가들은 영유권 분쟁에 대해 우려를 제기할 수 있지만 중국을 직접 언급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인정하지 않는 2016년 국제 중재재판 판결은 필리핀을 제외한 어떤 아세안 국가도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금기시되는 주제라고 그는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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