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는 독과점에도 지원, 플랫폼만 규제 괜찮나"

기사등록 2024/09/25 16:56:18

과기정통부, '디지털플랫폼 정책포럼' 콘퍼런스 개최

박민수 교수 "플랫폼에 별도 규제 필요하다? 논리 안 맞아"

"규제 시 진흥책 병행해야"…규제 거버넌스 단일화 목소리도 나와

[서울=뉴시스] 윤정민 기자 =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5일 오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디지털플랫폼 정책포럼 컨퍼런스'를 열었다. 박민수 성균관대 교수가 '합리적인 플랫폼 정책 방향에 대한 제언'을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 2024.09.25. alpaca@newsis.com

[서울=뉴시스]윤정민 기자 = 당정이 최근 플랫폼 독과점 규제 강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플랫폼 관련 학계 전문가들이 정부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입법 반대 목소리를 냈다. 메모리 반도체, 자동차, 휴대전화 등 플랫폼 관련 산업보다 독과점률이 높은 산업에도 별도 규제가 없는데 플랫폼 업계만 규제 잣대를 들이대는 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다. 또 당정이 도입하려는 플랫폼 규제가 없어도 기존 법으로도 반경쟁행위를 충분히 막을 수 있다는 점 등도 입법 반대 이유로 제기됐다.

박민수 성균관대 교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5일 오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연 '디지털플랫폼 정책포럼 콘퍼런스'에서 "온라인 플랫폼에 별도로 전문 규제가 필요한지, (입법이) 타당한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시장지배적 플랫폼을 사후추정 방식으로 규제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 입법을 준비하고 있다. ▲중개 ▲검색 ▲동영상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운영체제 ▲광고 등 6개 규율 분야에서 1개 회사 시장 점유율 60% 이상·이용자 수 1000만명 이상이거나, 3개 이하 회사 시장 점유율 85% 이상·각 사별 이용자 수 2000만명 이상인 경우 시장지배적 플랫폼에 해당할 수 있다.

박 교수는 3개 이상 회사 시장 점유율이 99%에 달하는 휴대전화, 메모리 반도체 등을 놓고 "(이들 산업을) 별도로 법을 도입해 규제하자는 얘기가 없다"며 "규모가 크고 시장이 집중돼 있다는 사실 때문에 별도 규제가 필요하다는 건 논리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박 교수는 2016년, 2019년, 2022년 이커머스 시장점유율 1위 사업자가 각각 이베이코리아, 네이버, 쿠팡 등으로 자주 바뀐 점을 들며 "플랫폼의 경우 '한번 독점화되고 시장에 쏠림이 일어나면 되돌릴 수가 없다'는 인식이 있는데 실제로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다.

오히려 박 교수는 일반경쟁법을 통한 경쟁제한 행위를 규율하고 플랫폼 관련 사건 처리 역량(조직, 인력)을 강화하면서도 자율규제를 통한 이용자 보호를 강화하는 것이 플랫폼 규제의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주장했다.

플랫폼 관련 사건 처리의 신속성과 엄밀성을 동시에 끌어올리기 위해 '플랫폼 시장 경쟁상황평가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정기적으로 시장경쟁상황을 평가하고 상시 모니터링을 실시하는 것이다.

플랫폼 이용자 보호 및 피해구제 상담 전담 기관 설립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재 한국소비자원과 한국공정거래조정원 등이 소비자 보호 및 피해구제, 영세 판매자 분쟁 조정 업무를 맡고 있는데 이 중 온라인 플랫폼 관련 사례를 전담해 처리하자는 방식이다.

다만 그는 전문 규제를 하더라도 진흥 정책도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반도체 산업은 정부 지원을 당연하게 생각하는데 플랫폼이 사전규제할 정도로 중요하다면 플랫폼도 지원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윤정민 기자 =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5일 오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디지털플랫폼 정책포럼 컨퍼런스'를 열었다. 사진은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하는 모습. 2024.09.25. alpaca@newsis.com

토론회에 참석한 다른 전문가도 플랫폼 규제에 우려를 나타냈다. 이성엽 한국데이터법정책학회장(고려대 교수)는 "공정위가 지배적 플랫폼 사전지정제를 철회한 것은 바람직한 결정이지만 사후 규제 시 기업에 입증 책임을 떠넘기고 있어 유튜브, 텔레그램, 알리 익스프레스, 테무 등 글로벌 플랫폼에 대한 국내 법 집행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홍대식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국내외 법제 차이와 시장 상황에 대한 명확한 인식과 실증적 검토에 기초해야 한다"며 "국내 토종 플랫폼이 살아남기 위해 경쟁하는 현실을 면밀히 분석해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안을 신중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규제 또는 진흥 창구를 하나로 합쳐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공정위가 플랫폼 규제를 주장하는 반면 일부 부처는 신중론을 내는 만큼 규제기관 간 갈등을 막기 위해 규제 거버넌스 일원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 회장은 "공정위, 방송통신위원회,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과기정통부 등 여러 부처가 관련돼 나타나는 플랫폼 규제기관 갈등, 중복 문제를 막기 위해 부처 간 협의기구를 상설화하거나 국무총리 또는 대통령실 산하 태스크포스(TF) 등을 활용해 다부처 관련 규제 집행을 일원화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도 기존 부처 중에서 주무 부처를 지정하거나 새 주무 부처나 협의체 신설 등 형식은 중요하지 않다면서도 "형식보다는 규제 창구를 단일화해야 규제 일관성,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alpaca@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