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시스] 박영주 기자 = "정쟁과 시간에 쫓긴 어설픈 개혁보다, 22대 첫 번째 정기국회에서 최우선으로 (연금개혁을) 추진하겠다."
지난 5월 말 21대 국회가 문을 닫기 전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한 발언이다.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정하는 모수개혁뿐 아니라 기초연금 등 구조개혁을 연계한 제대로 된 연금개혁안을 만들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22대 국회 개원 후 당장이라도 연금개혁을 위해 머리를 맞댈 것처럼 보였던 정치권은 4개월이 되도록 좀처럼 논의의 첫발을 떼지 못하고 있다. 시간에 쫓기지 않겠다고 하더니 여유마저 생겼나 보다. 반면 정부가 발표한 '연금개혁안'은 본격적인 논의 전부터 먹잇감이 됐다.
정부의 연금개혁안은 보험료율(내는 돈)을 현행 9%에서 단계적으로 13%까지 올리고 소득대체율(받는 돈) 42%를 유지하는 게 핵심이다. 가입자 수와 기대여명에 따라 연금 인상액이 조정되는 자동조정장치와 청년과 중장년이 내는 보험료율을 다르게 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정부안이 발표되자 야당은 21대 국회에서 여당이 제시한 소득대체율 44%보다도 후퇴한 안이라며 퇴짜부터 놨다. 세대 간 갈등 유발, 소득 보장 악화 이유로 보험료율 차등화와 자동조정장치도 반대했다. 반면 여당은 미래세대 부담을 줄이고 연금의 지속가능성을 높였다고 자평했다. 정답 없는 논쟁이 또다시 반복되고 있다.
심지어 연금개혁안 논의 테이블을 어디에 마련할 것인지를 두고도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여당은 국회 상설특위에서, 야당은 상임위 논의를 주장한다. 논의 우위를 차지하려는 양당 간의 '눈치 싸움'으로 개혁의 시간이 지체되면서 국민연금 적자는 매일 1484억원씩 쌓이고 있다.
여당도 야당도 국민연금이 노후 소득보장을 위한 안전장치 역할을 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청년층의 국민연금 지급도 보장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쟁은 없다고 하더니 개혁안 주도권 싸움판에 미래세대는 뒷전으로 밀리는 모양새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은 "올해가 연금개혁을 할 수 있는 최적의 골든타임"이라고 말한다. 정부안을 토대로 심도 있게 논의해 개혁안을 만들자고도 제안했다. 정부안만을 고집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그렇다면 정치권도 화답해야 한다. 여, 야가 따로 편을 나눠 정부안에 점수를 매길 게 아니라 한 팀이 돼서 제대로 된 논의로 개혁안을 이끌어야 한다.
연금개혁이 올해 골든타임을 넘기면 2026년 지방선거, 2027년 대통령 선거와 맞물리면서 표심에 휩쓸려 좌절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도, 정치권도 선거철 보험료율 인상이 쉽지 않다는 것을 모를 바가 없다. 그 전에 결단이 필요할 때다. 모두를 위하지만, 모두를 만족시킬 연금개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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