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vs 영풍…치열한 법적 공방, 변수될까?

기사등록 2024/09/25 07:30:00 최종수정 2024/09/25 08:48:17

법원, 특별관계 해소와 회계 장부 열람 여부 결정

법원 판단에 경영권 분쟁 판도 뒤집힐 수 있어

최윤범 회장 등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도 중요

[사진=뉴시스] 동업 관계인 영풍 장형진 고문과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사진=각사 제공) 2024.03.0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창훈 기자 = 영풍과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 경영권을 놓고 최윤범 회장 측과 법적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앞으로 법정 다툼으로 확대될 수 있는 것이다. 일부에선 검찰 수사와 법원 판단에 따라 경영권 분쟁 판도가 뒤바뀔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한다.

특히 영풍 측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한 고려아연 회계 장부 열람 및 등사 가처분 신청이 최대 쟁점이다. 이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영풍이 고려아연 회계 장부를 볼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장부 내용에 따라 최윤범 회장 개인을 겨냥한 추가 법적 대응에 나설 수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고려아연과 영풍 측이 법적 다툼을 치열하게 벌일 전망이다.

우선 고려아연 계열사인 영풍정밀은 지난 19일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하고, 장형진 영풍 고문과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 등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고소했다. 서울중앙지검은 고소장 접수 하루 만에 이 사건을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김용식)에 배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처분에 배임 고소까지…법적 다툼도 치열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선 영풍 측이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자기주식 취득 금지 가처분 신청을 다루고 있다. 오는 27일 해당 가처분의 첫 심문 기일이 열린다.

영풍 측은 지난 19일 이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했다. 영풍의 특별관계인인 최 회장이 공개매수 기간(9월13일부터 10월4일까지)에 공개매수가 아닌 방식으로 지분을 늘리는 것은 자본시장법 위반이라는 취지다.

최 회장 측은 같은 날 장형진 영풍 고문 측과 특별관계인 해소에 따라 특별관계자수가 변동됐다고 공시했다.

자본시장법 제140조는 '공개매수자(특별관계자 포함)는 공개매수 공고일부터 그 매수 기간이 종료하는 날까지 공개매수에 의하지 않는 매수를 하지 못한다'고 규정한다.

한 마디로 특별관계자로 묶이면 별도 공개매수는 물론 다른 방식으로도 지분을 매수할 수 없다는 얘기다.

법원이 해당 가처분 신청에서 최 회장 측 특별관계 해소 주장에 대해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경영권 분쟁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법원이 만약 영풍 측과 최 회장 측의 특별관계가 해소되지 않았다고 판단하면, 최 회장 측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대항공개매수 자체를 할 수 없다. 법원의 결정으로 최 회장 측 경영권 방어 수단 중 가장 핵심인 대항공개매수 여부가 정해질 수 있는 것이다.


[서울=뉴시스] (자료=MBK파트너스) 2024.09.1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고려아연 회계 장부, 경영권 분쟁 흔들까?
영풍 측이 지난 1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한 고려아연 회계 장부 열람 및 등사 가처분 신청 결과도 중요하다는 진단이다. 이 가처분 신청의 첫 심문 기일은 10월2일에 열린다.

영풍 측이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 명분으로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최윤범 회장과 관련된 의혹들이다.

영풍 측이 제기한 최 회장 관련 의혹은 ▲원아시아파트너스 운용 사모펀드 투자 관련 배임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조작 관여 ▲이그니오홀딩스 투자 관련 선관주의 의무 위반 ▲이사회 결의 없는 지급보증 관련 상법 위반 ▲일감 몰아주기 등이 있다.

영풍은 이들 의혹을 근거로 최 회장이 고려아연 경영에서 손을 떼야한다고 주장한다. 영풍 측이 고려아연 회계 장부를 열람하려는 이유도 최 회장 관련 의혹들을 조사하기 위해서다.

만약 법원이 영풍 측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 회계 장부 내용에 따라 경영권 분쟁 양상에 큰 파장이 예상된다. 영풍이 회계 장부에서 최 회장의 배임 혐의를 입증할 근거들을 발견할 경우 이와 관련된 고소전도 벌어질 수 있다.

반면 고려아연은 최 회장을 둘러싼 의혹들이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한다.

최고기술책임자(CTO)인 이제중 부회장은 지난 24일 기자회견에서 원아시아파트너스 투자와 이그니오홀딩스 인수 등에 대한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이 부회장은 "기억하기로 (고려아연 현금이) 2조5000억원이 있었기 때문에, (원아시아파트너스에) 분산 투자를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그니오홀딩스 인수에 대해) 제가 깊숙이 관여했다"며 "저는 기술자로 이(이그니오홀딩스) 투자심의위원회에 참석해서 하나하나 따져보고 짚어봤다. 이건(이그니오홀딩스는) 돈벌이가 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에선 이그니오홀딩스 투자로 고려아연이 수천 억원의 투자 손실을 입었을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앞으로 진실 규명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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