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공급과잉 맞아?…日 장비업체들은 투자 늘렸다

기사등록 2024/09/20 10:19:43

엇갈린 HBM 수급전망 속…시장 경계감 고조

과잉투자 우려 불구 "제품 특성상 가능성 낮아"

[서울=뉴시스]SK하이닉스는 초고성능 AI용 메모리 제품인 HBM3E 12단 제품을 3분기 양산 예정이다.  8단 제품은 지난 3월 세계 최초로 본격 양산했으며, 초당 1.2TB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다. (사진=SK하이닉스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인준 기자 = AI(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의 공급 과잉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정작 일본 반도체 장비 업체들은 한국 투자를 늘리며 고성장에 대비해 눈길을 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는 일본 반도체 장비 업체들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의 HBM 업체들과 공급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매체에 따르면 도쿄일렉트론(TEL)은 경기도 용인에 2026년 가동 목표로 한국 내 4번째 R&D(연구개발) 센터를 짓고 있으며, 장비 유지·보수 인력도 최근 5년간 2배로 늘렸다.

또 다른 일본 장비업체 토와(Towa)도 2025년 3월까지 천안 3공단 내 HBM 성형 설비 제조시설을 신규 확장 중이다. 이 확장이 끝나면 매출과 생산능력은 올해보다 2배로 늘어난다. 디스코(Disco)도 국내에서 채용을 늘리는 등 수요 대응을 모색 중이다.

최근 HBM 수요에 대한 경계감도 커지는 분위기다.

당초 업계에서는 내년에도 HBM 수요가 220억Gb(기가비트) 수준으로, 올해 추정치인 120억Gb를 크게 웃돌 것으로 예측해 왔다.

하지만 최근 일부에서 내년 수요 전망치를 150억Gb 수준으로 낮추자 과잉 투자 논란이 일고 있다. 이전까지 "과소 투자가 과잉 투자보다 훨씬 위험하다"는 빅테크(기술 대기업)들의 AI 투자 방침 역시 "수요가 지나치게 부풀려졌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일본 장비업체들이 한국 투자를 늘리는 배경은 HBM 수요가 흔들림 없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보여준다. 

[서울=뉴시스]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GTC 2024' 행사에 전시된 삼성전자의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 12단 'HBM3E'에 친필 사인을 남겼다.
HBM은 엔비디아가 AI 반도체용 메모리로 낙점한 D램 메모리로, 한국 업체들이 시장의 90%를 장악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반도체 장비 자급률이 20% 수준에 불과하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HBM의 매출이 향후 5년간(2023~2027년) 6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일본 장비 업계 관계자는 닛케이에 "메모리 시장은 기복이 있지만 HBM은 성장이 기대된다"며 한국 투자를 늘리는 배경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무엇보다 HBM은 고객사와 협의를 거치는 수주형 제품인 데다, 제조난도가 높아 수율 관리가 어렵다는 점에서 공급 과잉 가능성이 적다는 진단이다.

황민성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SK하이닉스의 경우 경기 침체가 우려된다면 재무상황을 개선하는 방향을 더 우선시 했을 것"이라며 "대규모 공급과잉 우려는 가능하지만 그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고 밝혔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도 "HBM 수요의 원동력인 주요 기술 기업의 AI 투자 규모가 과소평가됐다"며 "HBM의 침투 증가로 D램의 전반적인 평균 판매 가격은 2025년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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