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 일방처리 유감…수용하기 어려워"
이 장관은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법안은 헌법에서 정한 정부의 고유한 예산편성 권한을 침해하고 있다"며 "이에 정부는 법률안을 수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지역화폐법'으로 불리는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재석 169명 중 찬성 166명, 반대 3명으로 가결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야당의 법안 단독 상정에 반발해 표결에 불참했다.
지역화폐법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추진한 법안으로, 지역사랑상품권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국가의 책무'로 명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지역사랑상품권은 2017년부터 지방자치단체가 지역화폐 등의 이름으로 발행하고 있는데, 정부가 지자체에 지역사랑상품권의 발행·판매·환전 등 운영에 필요한 행·재정적 지원을 하도록 해 상품권 발행을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사실상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을 상설화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현금 살포를 의무화하는 악법 중의 악법이자 이재명 하명법"이라며 법안 처리를 강하게 반대해왔다.
주무부처인 행안부도 "개정안은 '자치 사무는 자치단체가 경비를 부담해야 한다'는 원칙에 위배된다. 정부의 예산 편성권이 침해될 소지도 크다"며 반대 입장을 거듭 밝힌 바 있다.
이 장관도 이날 "이는 국가와 자치사무 간 사무배분 원칙과 자지사무 경비에 대한 지자체 부담 원칙을 위배한다"며 "상품권을 발행하지 않는 지자체에도 상품권 활성화 정책 수립 의무를 부여해 자치권의 본질을 훼손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법안은 지자체의 예산 신청이 있는 경우 이를 의무적으로 예산 요구서에 반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이는 예산 요구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이러한 입법례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삼권분립 원칙을 위배할 소지도 매우 크다"고 했다.
이 장관은 아울러 "법안이 시행되면 재정 여력이 충분한 지자체가 많은 예산을 신청하고, 정부는 부자 지자체에 많은 국비를 지원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며 "소비진작 효과도 미미해 오히려 부작용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은 정부 이송을 앞두고 있다"며 "정부는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재의 요구를 건의해 행안부 장관으로서의 소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인 '민생위기 극복을 위한 특별조치법안'은 지난달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같은 달 16일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함에 따라 오는 26일 본회의에서 재표결을 앞둔 상태다.
재의결 되려면 재적의원 과반 출석,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kkangzi87@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