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항공모함, 日 접속수역 첫 항해…"레임덕 기시다 정권 대응 시험"

기사등록 2024/09/19 10:36:03 최종수정 2024/09/19 13:18:24

日, 中에 안보 위협 심각한 우려 전달·상황 개선 강력 촉구

나토 공조 강화 나선 日 뿐 아니라 美, 대만 등 견제 분석도

[남중국해=AP/뉴시스]2023년 10월4일 남중국해의 분쟁 해역에서 중국 해군 전함이 보이고 있다. 2024.09.19.
[서울=뉴시스] 박준호 기자 = 중국 해군의 항공모함이 전날 오키나와현 접속수역을 처음으로 진입해 일본 정부가 중국에 심각한 우려를 전달하는 한편 경계감을 강화하고 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19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일본 방위성은 18일 중국 해군의 항공모함 랴오닝함이 당일 새벽 오키나와현 요나구니섬과 이리오모테섬 사이를 처음 통과해 일본 접속수역에 일시적으로 진입했다고 밝혔다. 중국 항공모함이 일본 접속수역을 항해한 것도 처음이다.

랴오닝함은 17일 오후 7시께 센카쿠열도의 섬 중 가장 큰 우오쓰리섬(오키나와 현) 북서쪽 약 210㎞ 해역에서 구축함 2척을 동반해 항해하고 있었고, 18일 새벽에는 요나구니섬과 이리오모테섬의 사이를 몇 시간에 걸쳐 통과한 뒤 태평양으로 향했다.

일본 해상자위대는 호위함과 초계기를 동원해 중군 군함에 대한 감시에 돌입했고, 전투기의 이착륙이나 위험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18일 오후에도 중국 해군의 고속전투지원함 등 3척이 같은 항로를 항행했다.
 
접속수역은 한 국가의 해안선에서 12해리(약 22㎞)까지를 기준으로 하는 영해의 경계로부터 최대 12해리까지 바깥쪽으로 뻗어있는 지역으로 영해와 같은 연안국의 폭넓은 관할권은 미치지 못한다. 국제법에 따라 외국 선박들이 자유롭게 항해할 수 있지만 자국 접속수역에 진입한 외국 선박의 영해 침범 등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수는 있다.

중국군은 지난달 말 Y-9 정찰기가 규슈 남부 나가사키현 단조 군도 근해의 일본 영공을 처음 침범했고, 측량함으로 영해를 침입하는 등 일본 주변에서 군사 움직임을 활발히 하고 있다.

이러한 동향을 바탕으로 방위성 통합막료감부(한국의 합동참모본부 격)는 "일본 및 지역의 안보 환경의 관점에서 이번 사안은 전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모리야 히로시 관방부장관은 18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안은 전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비난하고 중국에 대해 외교 경로로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일본 외무성의 오카노 마사타카 사무차관은 우장하오 주일 중국대사에게 "심각한 우려"를 전달하고 상황 개선을 강력히 촉구했다고 요미우리가 전했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8일 기자회견에서 랴오닝함이 일본 접속수역을 항해한 사실은 언급하지 않은 채 "중국 측의 관련 활동은 중국 국내법과 국제법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요미우리는 "중국은 일본의 방위비 증액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의 공조 강화 등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며 "중국군은 8월 하순 처음으로 일본 영공을 침범하는 등 도발 행동을 거듭하고 있어 자민당 총재 선거의 정치적 공백에 일본을 흔들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최초의 항공모함으로 2012년에 취역한 랴오닝함은 다수의 전투기 등을 탑재할 수 있어 먼 바다 공역에서의 작전 수행 능력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키나와현의 요나구니섬과 이리오모테섬 사이는 직선 거리로 약 70㎞ 밖에 되지 않아 통과하려면 영해나 접속 수역을 항헤해야 해 "일본의 안보 심각도가 커지고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랴오닝함이 태평양 쪽으로 진출하는 것은 2022년 12월 이후 9번째다. 기존에는 오키나와 본섬과 미야코섬 사이의 공해를 통과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나구니섬과 이리오모테섬 사이의 항로가 태평양으로 가는 최단 루트인 데다 대만 쪽에 가까워 일본과 미국, 대만을 동시에 견제하려는 목적도 있다고 보인다고 요미우리가 짚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퇴진 표명 후에 중국의 도발 행동이 계속 되고 있다는 점에 비춰볼 때, "레임덕화한 정권의 대응을 시험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일본 정부 관계자)"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어 중국 측의 의도 등을 신중하게 판단하고 있다고 신문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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