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명절 연휴 지났지만 추석 특수 기대 못 미쳐
"코로나19 이후 물가 올라…대목 사라진 지 오래"
"추석용품 장만금액도 줄이는 추세, 효과 제한적"
5일 간의 추석 연휴가 지났지만 상인들은 '추석 특수'가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계속되는 고물가 기조에 소비자 지갑이 닫히면서 기대했던 만큼의 매출을 올리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9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로, 3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 물가는 여전히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19 이후 물가 상승이 지속되면서다.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 8월 기준 114.54(2020=100)로, 2020년 8월 물가 대비 14.54% 올랐다.
상인들 역시 물가가 오른 탓에 특수를 기대하기는 어려워졌다고 토로했다.
김영백 경동시장상인회 회장은 "경기가 좋았을 때는 평소의 2배 이상 팔리지만, 코로나19 이후 물가가 오르다 보니 올해는 그렇지 못했다"며 "우리 시장은 그나마 선전했다고 하지만, 다른 시장은 더 심각한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남성사계시장에서 잡곡을 판매하는 서모씨도 "추석 대목은 사라진 지 오래"라며 "명절이 되면 전통시장을 찾는 인파는 많아지지만 판매량은 그에 못 미친다. 온누리상품권도 도움이 되긴 하지만 '반짝'일 뿐"이라고 털어놨다.
정부는 올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지원을 위한 추석 민생 안정대책으로 온·오프라인 소매점 할인행사, 전통시장 농·축·수산물 온누리상품권 현장 환급행사 등 700억원 규모의 할인지원과 민생선물세트 공급을 추진했다.
상인들은 온누리상품권 환급행사 등 지원책이 일정 부분 도움이 됐다면서도, 보다 실질적인 물가 안정책을 주문했다.
자양전통시장에서 야채를 판매하는 박모씨는 "온누리상품권으로 10%, 15% 환급해주니 효과는 있었다"면서도 "전통시장 주 고객층인 어르신들은 그런 혜택을 몰라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물가를 낮추는 게 먼저 아니겠냐"고 말했다.
박씨는 "근처 대형마트가 일요일에 쉰 것이 도움이 많이 됐다"며 "그것마저 없었으면 어땠을까 싶다"고도 덧붙였다.
김 상인회장도 "추석 성수품 같은 경우도 (판매 목표가) 7000만원이었는데 그 중 300만원을 소진하지 못했다"며 "오히려 부족할 줄 알았다. 30% 할인 행사에도 다 소진하지 못했다는 건 그만큼 경기가 좋지 않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물가 상승 뿐만 아니라 추석 용품 장만이 줄어든 분위기도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물가 상승률은 안정됐다고 하지만 절대적인 물가가 많이 올라 소비자들이 지갑 여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추석 용품 장만 금액도 줄이는 추세다 보니 전통시장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온누리상품권 지원이나 정부 할인 지원도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온누리상품권 효과의 극대화를 위해 취약계층에 온누리상품권을 지원하는 방법도 제안했다.
이 교수는 "전통시장은 주로 먹을거리 등 생계형 상품들이 많다. 취약계층에 온누리상품권을 지원해 전통시장에서 물건을 구매할 수 있도록 지원하면, 전통시장도 살고 취약계층에도 도움이 될 수 있지 않겠나"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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