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80% 이상 "재고용제도? 생각 없어"…숙제 쌓인 '계속고용'

기사등록 2024/09/18 13:00:00 최종수정 2024/09/18 13:12:24

기업 60% "정년연장 계획 없어…인건비 부담"

30인 이상 기업 67.9% "재고용 방식 선호해"

그런데 재고용제도 운영 안 하는 기업 82.5%

정부 지원 중소기업 중심…제조업이 대부분

기간도 최대 3년…"장기적 정책 대응 아니야"

경총·경영계 "취업규칙 변경 절차 완화돼야"

[수원=뉴시스] 김종택기자 = 지난해 10월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화성행궁광장에서 열린 '노인일자리 채용한마당'을 찾은 어르신들이 취업정보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2023.10.11. jtk@newsis.com
[서울=뉴시스]권신혁 기자 = 내년 65세 인구가 전체인구의 20%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가 도래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정년연장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다만 기업들은 인건비 부담을 호소하며 연장을 지양하는 추세다. 정부는 재정적 지원 등을 통해 계속고용을 촉진하고 있으나 이마저도 반응은 미지근하다. 이에 장려금, 인센티브 등 정부 지원 강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18일 한국고용정보원의 '정년제 등 계속고용제도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5인 이상 사업체 3066곳 중 68.8%가 정년이 없다고 답했다. 정년제 운영 기업들 중에서도 정년연장 계획이 없다고 답한 비율은 59.6%에 이른다.
 
◆인건비 부담 큰 정년연장…계속고용도 지지부진

이는 인건비 등 비용 부담이 늘기 때문이다. 정년연장 계획이 없다고 답한 사업체의 이유를 살펴보면 '인건비 부담 증가'가 27%로 가장 많다.

최근 정부는 연금개혁안을 발표하며 현재 59세까지인 국민연금 의무가입 연령을 64세로 높이는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국민연금 수급개시연령이 높아지면 법적 정년인 60세와 간극이 커지게 된다.

이에 노동계는 지난해부터 법적 정년을 65세로 올려 개시연령과 맞추자는 주장을 제기해 왔다.

반면 정부 및 기업이 현재 추진하고 있는 제도는 '계속고용'이다. 정년퇴직자를 6개월 내에 다시 고용하는 재고용제도 등 임금을 삭감하며 고용 기간을 늘리는 것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등 경영계는 지난해 일률적 정년연장은 기업부담을 가중시키고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심화시킨다며 재고용 중심의 계속고용을 검토해야 한다고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다. 30인 이상 기업 67.9%가 재고용 방식을 선호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그런데 실상은 이와 달랐다. 기업들은 계속고용에도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고용정보원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재고용제도를 운영하지 않는 기업이 82.5%로 대부분을 차지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이들 중 80.9%가 재고용제도를 운영할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또 현재 재고용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기업들 중 70.1%가 정부 및 지자체가 지원하는 고령자 고용촉진제도를 활용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활용할 계획이 있는 기업은 10%에 머물렀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노동시장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한 정년연장 입법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4.09.04. kkssmm99@newsis.com
◆정부 계속고용장려금…지원 대상 좁고 기간 짧아

이 같은 현상의 배경은 정부 지원 제도의 대상이 좁고 지원 기간이 짧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고용노동부는 2020년부터 계속고용장려금 제도를 통해 계속고용을 촉진 중이다. 근로자 1명 당 최대 3년 동안 1080만원의 장려금을 지원 받을 수 있다.

다만 지원 대상 범위가 여전히 좁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제도의 수혜자는 중소, 중견기업 등이다. 대기업 고령자는 배제된다. 또 제조업 중심으로만 지원이 이뤄진다. 지난해 장려금의 혜택을 받은 대상자 중 규모로 보면 30인 미만 사업장이 60.9%인 반면 300인 이상의 경우 1.7%에 그쳤다.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이 54.5%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지난해 고용정보원이 발간한 '고령자 계속고용장려금 모니터링' 보고서는 "계속고용 수혜기업 절반 가량이 제조업이지만 제조업의 순고용효과는 없으므로 비제조업의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짧은 지원 기간도 문제로 꼽힌다. 지난해까지 정부는 최대 2년까지 지원했으나 지나치게 짧다는 지적에 올해 3년까지 확대됐다. 그러나 이마저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승호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장기적인 정책 대응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제도의 문제로 인지도에 비해 활용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총의 지난해 조사 결과 30인 이상 사업체 1047개 중 67.1%가 해당 제도를 알고 있으나 이중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48.8%가 제도를 활용한 적 있다고 답했다.

계속고용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묻는 고용정보원 실태조사에서도 필요하다는 응답이 49%, 필요하지 않다는 기업이 51% 수준으로 반응이 갈렸다.

또 필요하다고 한 기업들의 이유를 살펴보면 '인건비를 절약할 수 있어서'가 4.5%로 비교적 낮았다. 당초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추진된 계속고용제도의 목적이 희석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계속고용 운영 방식 관련 조사에 따르면 임금을 조정한 정년 연장 방식이 39.8%로 가장 많았다. 또 63.5%가 계속고용제도 도입 시 기업 부담완화를 위한 정책지원을 묻는 질문에 '계속고용근로자에 대한 인건비 지원'을 꼽았다. 16.4%는 현재 운영 중인 계속고용제도 대비 지원규모를 확대할 것을 요구했다.
[서울=뉴시스] 김덕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상임위원이 지난해 7월 서울 종로구 경사노위에서 열린 초고령사회 계속고용 연구회 발족식에 참석해 있다. (사진=경제사회노동위원회 제공) 2023.07.2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이 같은 애로사항을 반영한 정부의 재정 지원 확대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계속고용제도 정착 위해 취업규칙 변경 절차 개선돼야"

한편 계속고용장려금과 별개로 기업들은 임금체계 개편을 통한 계속고용을 위해 취업규칙 변경 절차를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취업규칙은 사업장에서 근로자가 준수해야 할 규율과 근로조건에 관한 세칙을 정한 규칙을 의미한다. 임금의 결정, 계산, 지급 방법 등에 관한 사항이 포함된다.

근로기준법 제94조에 따르면 사측이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할 경우 근로자 혹은 노동조합 과반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경총이 지난해 30인 이상 기업 1047개사를 대상으로 '고령자 계속 고용정책에 대한 기업 인식 조사'를 실시한 47.1%가 계속 고용제도 도입 및 정착을 위해 취업규칙 변경 절차를 개선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계속고용 제도를 택하지만, 정작 절차가 까다로워 제도 안착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노동계는 "정부 및 기업의 계속고용을 두고 기업의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한 수단일 뿐, 고용을 유지한다는 명목으로 질 낮은 일자리를 양산하고 더 적은 임금을 지급하는 임금피크제로 귀결될 것"이라며 반대해왔다. 노동계와 마찰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이에 고용부는 "계속고용을 둘러싼 법적 불확실성을 줄이고 노사 자율적인 계속고용 확산을 위해 임금체계 개편, 배치전환, 취업규칙 작성 및 변경 절차 등 근로조건 조정에 대한 법적 근거를 명확하게 규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는 경사노위(경제사회노동위원회) '인구구조 변화 대응 계속고용위원회'에서 노사정, 전문가 간 충분한 사회적 대화를 통해 합리적 개선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했다.

아울러 고용부는 계속고용장려금 예산을 2023년 268억원, 올해 326억원으로 꾸준히 늘려왔고 내년도 예산안에는 357억원으로 편성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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