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띄워 녹조 수거해도 독소는 다시 강으로…땜질식 처방"

기사등록 2024/09/13 22:52:03 최종수정 2024/09/13 22:56:23

환경운동연합·민주 이용우, 녹조 제거선 운영 분석

환경부 답변…"녹조 찌꺼기 뺀 물 공공수역에 환원"

재처리 없어도 되나…마이크로시스틴 400ppb 검출

[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 지난달 20일 대구 달성군 화원유원지에서 대구환경운동연합 관계자가 낙동강 녹조 현장을 조사하기 위해 강물을 채수하고 있다. 2024.09.13. lmy@newsis.com
[서울=뉴시스]김정현 기자 = 환경부가 하천에서 운영하는 녹조제거선이 효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걷어낸 독소가 다시 강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시민단체 환경운동연합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환경부의 낙동강 창녕함안보 일대 녹조 제거선 운영과 관련한 답변을 제출 받아 이를 분석한 결과를 13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녹조 제거선은 물 위에서 녹조를 모아 땅으로 옮긴다. 그 다음 작업자들이 스테인리스 틀에 녹조를 부은 후 젓고 누르며 찌꺼기와 물을 분리한다. 찌꺼기는 보관 용기(톤백)에 담아 소각·매립 처리한다.

문제는 이렇게 녹조 찌꺼기와 분리한 물을 아무런 처리 없이 그대로 강에 흘려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환경운동연합은 이런 '수분 감량' 과정에서 나온 물을 수거해 분석을 의뢰한 결과, 농도 400ppb 이상의 녹조 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고 주장했다.

이 물질은 암을 일으킬 수 있고 간, 생식 독성을 갖고 있다고 한다. 녹조 속에 있는 유해 남세균 세포는 짜고 누르는 외부 충격과 같이 스트레스를 받거나 사멸하면 갖고 있던 독소를 더 많이 내놓는다고 알려졌다.

환경부는 "공공수역의 물을 흡입해 녹조를 회수하고, 회수 이후의 물은 공공수역으로 환원하는 과정으로 별도 규정 없음"이라고 이 의원에게 답했다.

이를 두고 환경운동연합은 "미국 환경보호청(EPA) 물 놀이 금지 가이드라인(8ppb) 50배 농도의 녹조 독소를 낙동강으로 유입하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녹조 제거선은 총 28대가 배치돼 있고, 창녕함안보 구간에서는 1대가 시간당 녹조 200t을 수거하고 있다.

1초당 녹조 0.055t을 수거하는 셈인데, 환경운동연합은 지난달 낙동강 전 구간에 녹조가 창궐했을 때 창녕함안보 방류량이 초당 270t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녹조 제거선 처리량이 턱없이 적다고 주장했다.

녹조를 옮겨 육상에서 처리하는 작업자들도 방호 마스크와 같은 최소한의 보호 장비를 갖추지 않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그런가 하면 환경부는 녹조 제거선을 통해 모은 녹조 찌꺼기는 소각하거나 매립한다면서 "사업장 일반폐기물 중 '그 밖의 유기성오니'로 분류돼 소각, 매립, 재활용 등의 방법으로 처리할 수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환경운동연합은 이를 두고도 독소가 농축됐을 가능성이 높고 다른 종류의 독소가 있을 수 있어 일반폐기물이 아닌 지정폐기물로 관리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환경운동연합 측은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녹조제거선 운영 과정에 2차 오염이 발생하고 있음에도 환경부는 별다른 대책을 시행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4대강 보 철거 등 녹조 발생을 방지하는 근본적 처방을 하지 않고, 물에 둥둥 뜬 녹조만 제거하는 땜질식 처방을 하기 때문에 생긴 문제"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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