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9월 1집 '블루 시티'로 가수 데뷔
1997년 JYP 전신 태홍기획 설립…2001년 사명 변경
god·비·원더걸스·2PM·트와이스·데이식스·스트레이 키즈 발굴
오늘 'KBS 대기획 - 데뷔 30주년 특집 딴따라 JYP' 방송
'영원한 현역'으로 통하는 가수 겸 프로듀서 박진영(52·J.Y. Park)이 창의성 총괄 책임자(CCO)로 있는 JYP엔터테인먼트가 K팝에 대한 편견을 깨트리는 데 일조하고 있다.
현재 JYP엔 '스타디움 아티스트'로 거듭난 K팝 간판 걸그룹 '트와이스',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차트 '빌보드 200' 5연속 1위에 빛나는 '스트레이 키즈'(스키즈)를 비롯 K팝을 대표하는 팀들은 물론 명실상부 음원·페스티벌 강자로 거듭난 '데이식스' 같은 밴드 등 다양한 장르 팀이 소속됐다.
이달 데뷔 30주년을 맞이한 박진영의 행보는 데뷔 때부터 특별했다. 1994년 9월 첫 앨범 '블루 시티(Blue City)'를 발매했다. 타이틀곡인 댄스 '날 떠나지 마'가 크게 히트했는데, 비닐바지를 입고 무대에 올라 지금까지도 회자된다. 발라드 '너의 뒤에서'도 동반 히트했다.
정병욱 대중음악 평론가는 "'블루(blue)'와 '시티(city)'를 조합한 앨범 제목에서 박진영이 지금까지 꾸준히 추구해온 음악의 방향과 뉘앙스를 이미 읽을 수 있다"면서 "수록곡은 댄스('날 떠나지마'), 발라드('너의 뒤에서'), 레게('마이 걸(My Girl)'), 뉴잭스윙('사랑일년'), 힙합('사랑때문에')의 요소를 다양한 형태로 포함하고 있다. 안무와 가사 등 파격과 엔터테인을 염두에 둔 파트가 곳곳에 숨어 있다"고 짚었다.
박진영이 이듬해 발매한 2집 '딴따라'의 타이틀곡 '청혼가'도 크게 히트했다. 남녀 애정 관계를 노골적으로 노래한 댄스 넘버 '엘리베이터'는 논쟁거리를 던진 동시에 대중음악계 화두가 됐다. 이 곡은 최근 '섹시 아이콘'으로 부상한 가수 백호가 리메이크하기도 했다.
2집 타이틀 '딴따라'는 지금까지도 박진영을 수식하는 이름이다. 연예인들을 평가절하하는 이 용어를 연세대 지질학과 출신의 엘리트 이미지도 갖춘 박진영은 다른 차원으로 승화시켰다.
1997년 3집 '서머 징글벨'을 발매했고 타이틀곡 '그녀는 예뻤다'로 디스코 사운드 열풍을 일으켰다. 이대화 대중음악 저널리스트는 '그녀는 예뻤다'에 대해 "그때만 해도 디스코가 되살릴 만한 장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특히 가요계 기준에서는 이상하고 대담한 시도였다. 댄스 음악이 가볍다고 홀대받던 시대에 음악적으로 차별화된 댄스를 추구하려고 노력했던 박진영의 초창기 명곡"이라고 들었다.
박진영은 '서머 징글벨'로 연타석 홈런을 날린 그 해 JYP 전신인 태홍기획을 설립했다. 진주를 시작으로 god, 량현량하, 원투, 별, 노을 등을 발굴했다. 박지윤이 이곳에서 이미지 변신을 하기도 했다.
이와 별개로 박진영은 엄정화 '초대', 이기찬 '또 한 번 사랑은 가고' 등 히트 작곡가로서도 주목 받았다. 창작자로서 예명 '디 아시안소울(The Asisnsoul)'을 사용하며 여전히 다양한 곡을 작업 중이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 KBS 2TV 음악 예능물 '골든걸스'에서 인순이·박미경·신효범·이은미로 구성된 걸그룹 결성 프로젝트 프로듀서로 나서기도 했다.
특히 다른 기획사 수장들과 달리 여전히 가수로도 활동 중이다. 회사 경영과 전략은 정욱 대표에게 맡기고, 자신은 CCO로서 사내외의 창의적인 일에 몰두하고 있다. 지난 6월엔 자신과 절친한 방시혁 의장이 이끄는 하이브의 대형 음악 축제 '2024 위버스콘 페스티벌(Weverse Con Festival)'의 '트리뷰트 스테이지(Tribute Stage)' 주인공으로 나서 방 의장과 합동 무대를 꾸미기도 했다. 방 의장은 JYP 수석 작곡가 출신이다. 두 사람은 미국 진출 준비도 한때 함께 했다.
◆미국 진출 선봉
K팝 업계에서 미국 진출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섰던 회사는 JYP다. 박진영은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으로부터 받은 영향력을 공공연하게 언급하는 등 미국 팝의 자장 안에서 음악을 해왔다.
2006년 미국 메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공연하며 뉴욕타임스 등의 집중 조명을 받았던 가수 겸 배우 비(정지훈)를 발굴한 주인공이 박진영이었다. 그 역시 비의 프로듀서로 당시 현지 언론으로부터 주목 받았다.
비가 JYP에서 독립한 이후에도 임정희, 지소울, 미쓰에이에 몸 담기도 했던 민 등을 앞세워 현지 진출을 시도했다. 태국계 가수 쿤, 흑인 R&B 가수 드완 등을 현지에서 키우는 시스템도 시도했다. 2008년 미국에서 '더 JYP 투어'라는 이름으로 현지 투어도 돌았다.
비 이후 솔로가수들은 현지에서 주목받지 못했지만 2009년 그룹 '원더걸스'가 K팝 역사를 새로 썼다. '노바디'를 통해 국내 가수 중에서는 처음으로 빌보드 싱글차트 '핫100'의 76위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박진영이 현지에서 직접 전단지를 돌리며 원더걸스를 알렸을 정도로 발벗고 나섰다.
박진영 본인은 프로듀서 겸 작곡가로 현지 가수들의 앨범에 참여해 실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미국 진출은 다른 국내 기획사에 비해 활발하지 못하다는 인상이 짚었다. 국내와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에서 떨친 명성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다 스트레이 키즈와 트와이스가 '빌보드 200' 1위를 차지하고 스타디움 투어를 돌면서 북미 시장에서도 입지를 굳히고 있다.
◆장르 다양성…소속팀 색깔 다변화
JYP는 다른 대형 K팝 기획사에 비해 비교적 유연하다는 인상이다. K팝 기획사 중에서 가장 음악적 스펙트럼이 넓다. 상업성을 마냥 무시할 수 없는 환경이지만 그와 별개로 자신들의 취향이라, 아티스트들의 취향이 좋아서 하는 음악들이 있다.
문호윤 본부장이 이끄는 스튜디오J가 JYP의 이런 개성을 반영하는 본부 중 하나다. 현재 '데이식스(DAY6)'와 '엑스디너리 히어로즈(Xdinary Heroes·엑디즈)' 같은 국내 새로운 밴드 붐을 이끄는 두 주역이 속한 스튜디오J는 밴드가 음악 스펙트럼 확장을 위한 수단이 아닌, 그 자체로 JYP의 또 다른 목적이 되는 선순환을 만들어낸다. 취향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다.
정 대표가 박진영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데프잼 같은 음악을 만들 수 있냐고 물었더니, 박진영이 정 대표에게 "당신이 릭 루빈처럼 해주면 된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데프잼은 힙합 레이블인데, 장르와 별개로 언더그라운드 문화를 주류문화로 만들어낸 저력을 인정 받고 있다. 특히 자신들만의 취향이 분명했다. 각각 흑인음악과 백인음악을 좋아하던 박진영과 정 대표가 2000년대부터 누누이 강조해온 '취향이 있는 회사'와 맞물린다.
JYP의 K팝 간판인 트와이스와 스트레이 키즈가 각각 팬시적인 성장 서사 미학과 K팝의 세련된 근육을 보여준다면 데이식스는 청량하고 아련한 감성, 엑스디너리 히어로즈는 Z세대 감성으로 무장한 록 스피리트를 선사한다. 특히 두 밴드는 일상과 비일상의 경계를 자연스레 나눠 맡으며, 유기적인 맞물림도 선사한다. 스튜디오 J의 패턴이 다른 밴드들이 이렇게 우리 대중음악의 결을 넓혀나가고 있다.
스튜디오J는 사실 밴드 역사를 차곡차곡 쌓아왔다. 국내 레거시 미디어의 '좋은 음악' 큐레이팅 '최후의 보루'로 통하는 EBS '스페이스 공감'이 20주년을 맞아 지난달 공개한 '2000년대 한국대중음악 명반 100장' 리스트에 뽑힌 '원더걸스(Wonder Girls)'의 정규 3집 '리부트(REBOOT)'(2015)도 JYP와 스튜디오J의 산물이다. '복고 댄스' 걸그룹 원더걸스를 근사한 밴드 아이돌로 재탄생시켰던 명반이다.
정병욱 평론가는 "박진영은 음악가, 프로듀서로서 자기 취향을 앞세운 여러 결과물과 발언, 행보를 통해 K팝은 물론 한국의 주류 대중음악이 미국 흑인음악에 영향받은 요소와 이후로도 참고해야 할 것들을 상기시켰다"면서 "경영인으로서는, 예술적이고 감각적인 트렌드에 민감해야 하는 엔터테인먼트 측면과 도전적인 비전과 실리를 모두 추구해야 하는 엔터테인먼트 경영에 있어 양측 모두 만족시킬 만한 나름의 노선을 만들었다"고 짚었다. "오래전부터 꾸준히 대외적으로 공표하고 강조해온 여러 자신의 가치관을 통해, K팝 산업의 경영과 아이돌 육성에 결과물과 성과만이 중요한 것이 아님을 업계와 대중에 각인했다"는 것이다.
조혜림 기획자는 "데뷔 10년차이지만 빌보드 200 정상을 차지하고 미국 전역의 스타디움과 일본 입성할 정도로 여전한 화제성과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면서 "여전히 성장하며 자신들의 기록을 깨 나가는 트와이스는 마의 7년을 넘어 10년차가 되기까지 꾸준한 팀과 팬들간의 끈끈한 유대, 소속사 JYP와의 높은 신뢰를 보여줌으로서 K팝 아이돌의 긍정적인 미래를 보여주고 있다"고 봤다.
트와이스를 이으며 각각 3.5세대와 4세대를 대표하는 걸그룹 있지와 엔믹스는 실력으로 이름 났다. 내달 5인조 완전체로 컴백을 예고한 있지는 저력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엔믹스는 전방위로 예능 끼도 뽐내며 인지도를 점차 끌어올리고 있다.
스트레이 키즈는 현재 최고의 K팝 보이그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JYP의 보이그룹의 특징은 남성적이면서도 날렵한 퍼포먼스다. 2PM은 애크러배틱, 갓세븐은 발차기·터닝 동작 등 무술적 요소에 비보잉 스타일을 접목했다.
스트레이키즈 역시 화려한 퍼포먼스를 내세우는데, 음악을 자신들이 만드는 만큼 비트 이해력과 안무 소화력이 뛰어나다는 평이다. 그룹 내 프로듀싱 팀 '쓰리라차'(3RACHA, 방찬·창빈·한과)를 주축으로 멤버 전원이 작사, 작곡에 참여하며 노래 해석력이 좋다. 이로 인해 화끈한 무대 연출이 가능했고 '매운 맛' '마라 맛' 그룹이라는 별칭도 붙었다
김도헌 대중음악 평론가는 "뉴잭스윙, R&B, 솔, 댄스 등 당대 유행하던 블랙 뮤직의 음악과 정서를 한국에 이식하여 1990년대 인기 가수로 활동했다"면서 "이후 자신의 음악 개성과 작법을 그대로 이식한 JYP의 성공을 통해 K팝의 초창기 근간을 다지며 3대 기획사 시대를 열었다. 이후에도 자체 프로듀싱 성공 곡과 더불어 솔로 경력을 성공적으로 이어오고 있다"고 짚었다.
JYP는 현지 문화와 K팝 시스템 결합을 가장 잘 효과적으로 구현해내고 있는 회사이기도 하다. 일본에서 인기 걸그룹 반열에 오른 '니쥬'가 가장 대표적이다. 보이그룹 '넥스지'는 제2의 니쥬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중국 보이그룹 '보이스토리'도 꾸준히 성과를 내고 있다. 미국 리퍼블릭 레코드와 합작한 '비춰(VCHA)'에도 공을 들일 예정이다. K팝 시스템에 기반한 남미 걸그룹도 계획 중이다.
JYP는 또한 엔터 기업 중에서 ESG경영, 지속가능경영 등에서 가장 모범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연예기획사 최초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했다. K팝 기획사 중 가장 여성 친화적이기도 하다. 현재 서울 강동구 성내동에 사옥을 갖고 있는 JYP는 강동구 고덕동 일대에 곧 신사옥도 지을 예정이다.
박진영의 향후 행보에 대한 업계는 일단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조혜림 기획자는 "트와이스, 스트레이키즈에 이어 데이식스, 엔믹스까지 자신들의 기록을 스스로 깨고 있는 모습에서 JYP 아티스트들의 미래가 더욱 기대된다. 또한 프로듀서 박진영 본인 역시 여전히 트렌디한 모습으로 현역을 유지하고 있으며 '니쥬 프로젝트'를 통해 K팝 프로듀서로서 국내 뿐만아니라 일본에서도 큰 성공을 거뒀다. 이들의 행보는 새로운 도전의 증명의 연속"이라고 봤다. "박진영은 언제나 60세에도 노래와 춤을 가장 잘 하는 퍼포머로서의 모습을 지켜봐달라고 했다. 박진영은 리더이자 프로듀서로서, 한 사람의 뮤지션으로서 끊임없이 대중과 소통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도헌 평론가도 "프로듀서로의 박진영은 JYP에서 제한된 역할을 맡고 있으며, 이를 통해 중앙 집권적인 K팝 산업에 업무 분업을 통해 리스크를 낮췄다. 스스로 역할을 줄이고 솔로 경력과 개성있는 프로듀서, 회사를 대표하는 인물로 활발히 활동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희윤 평론가는 "댄스 아이돌 그룹뿐 아니라 데이식스, 엑스디너리 히어로즈 등 밴드형 아이돌까지 꽤 넓은 음악적 스펙트럼을 가져가는 부분을 주목해볼 만하다"면서 "독특한 콘셉트의 아이돌을 뽑아내는 능력이 계속된다면, 또 프로듀서나 아티스트의 자율성이 충분히 보장된다면, 차기·차차기 데뷔 그룹의 콘셉트나 음악적 분위기에 대해 기대감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KBS는 박진영의 데뷔 30주년을 기념하는 공연을 마련한다. 16일 오후 8시30분 방송하는 KBS 대국민 초대형 공연 프로젝트 'KBS 대기획 - 데뷔 30주년 특집 딴따라 JYP'가 그것이다. 지난달 말 서울 KBS홀에서 녹화했는데 박진영의 30년 음악 인생을 총망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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