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 이달 들어 2거래일 빼고 줄곧 순매도
반도체 업황 둔화, 엔 캐리 청산 등 맞물려
[서울=뉴시스] 박은비 기자 = 이달 들어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5조원 가까이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가에서는 곧 있을 미국과 일본 중앙은행 회의 결과에 따라 또 한 번 수급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봤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이달 들어 직전 거래일인 지난 13일까지 4조9327억원을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10거래일 중 지난 2일과 12일을 제외하면 줄곧 매도 우위다.
그 결과 외국인 수급 흐름에 크게 좌우되는 코스피 지수는 3.70% 빠져 2670선에서 2570선으로 후퇴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들의 순매도 상위종목에는 대장주 삼성전자(-4조5968억원), SK하이닉스(-6350억원), 삼성전자우(-2067억원) 등 반도체주가 나란히 1~3위를 차지했다.
국내 주식시장은 반도체 비중 기업 비중이 높고 삼성전자의 경우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3%로 절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2위인 SK하이닉스까지 포함하면 2개 종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30%에 이른다.
증권가는 경기 침체 우려에 따른 위험 회피 현상이 부각됐고, 지난달부터 반도체 실적 모멘텀이 둔화로 방향을 틀면서 코스피도 실적 전망치 하향으로 전환했다고 평가했다.
더군다나 엔화 강세에 따른 엔 캐리 트레이드(일본 엔화를 빌려 전 세계 주식·채권 등에 투자) 청산도 국내 증시에 악재로 작용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엔화 강세는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를 자극한다"며 "엔 케리 트레이드 전체 규모를 파악할 수 없는 만큼 청산이 모두 해소됐다고 단정지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이슈로 지난달 5일을 비롯해 한국과 일본 주식시장이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는 점을 고려해 투자자들은 국내 주식시장에 적극적으로 투자하지 않고 있다"며 "국내 주식시장을 전반적으로 끌어올리는 외인 매수세는 부재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증권가에서는 추석 연휴 직후 있을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일본은행(BOJ) 회의에 따라 수급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경민 대신증권 FICC리서치부장은 "이달 후반부 마지막 고비가 남아있는데, 연휴 직후 9월 미 FOMC와 BOJ 기준금리 결정이 연달아 예정돼 있다"며 "미·일 중앙은행 불확실성과 엔 캐리 청산 매물 소화 과정을 거치며 코스피 3분기 저점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되며, 비중 확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9월 FOMC나 BOJ 회의는 증시에 중립 이상의 흐름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기존 전망을 유지한다"면서도 "추석 연휴 기간 미국 증시 변화, FOMC 결과를 20~21일에 걸쳐 반영하면서 일시적으로 주가와 수급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어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9월 FOMC가 메인 이벤트이긴 해도 BOJ 회의 증시 영향력도 높을 것이라고 보는 건 지난 7월 회의에서 쇼크성 금리 인상 이후 엔화 초강세 출현,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주요국 증시 급락이라는 충격을 겪었기 때문"이라면서도 "최근 들어 엔화가 중간중간 강세를 보이는 구간에서 지난 7월 말 지난달 초처럼 부정적인 외부 충격이 크지 않았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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