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음주 건보 지출 4년 새 15%↑…20대 음주 건보 지출 41%↑
내년도 복지부 절주 사업 예산 24.9%↓…금연 예산도 8.5%↓
[서울=뉴시스]김경록 기자 = 흡연과 음주로 인한 진료비가 매년 늘어 5년 간 33조원에 달하고 있지만 정작 정부는 내년도 금연·절주 예산을 삭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흡연·음주로 인한 진료비가 매년 늘면서 건강보험 재정에도 타격을 입히고 있어 정부가 국민 건강을 증진하기 위한 투자에 보다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장종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8일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흡연·음주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지출액은 33조1830억원으로 집계됐다. 건강보험에서 지출된 27조1335억원에 본인부담금을 더한 액수다.
흡연·음주로 인한 건강보험 총 진료비는 2019년 6조4082억원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6조204억원으로 줄었으나, 이후에는 2021년 6조5908억원, 2022년 6조8016억원, 2023년 7조3620억원으로 매년 증가세를 보였다.
건강보험 총 진료비에서 본인부담금을 제외한 건강보험 급여액도 2019년 5조2305억원에서 2020년 4조9253억원으로 줄어든 것을 제외하면 2021년 5조3925억원, 2022년 5조5608억원, 2023년 6조244억원 등으로 늘었다.
흡연·음주로 인한 건강보험 지출이 4년 새 15.2%(7939억원)나 증가한 것이다. 2019년과 2023년을 비교하면 흡연으로 인한 건강보험 급여액 증가폭(15.3%, 4335억원)이 음주로 인한 건강보험 급여액 증가폭(15.0%, 3605억원)을 웃돌았다.
연령대 중에서는 60대의 2019년 대비 2023년 흡연·음주로 인한 건강보험 지출액 상승폭이 34.0%(4985억원)으로 가장 컸다. 음주만 놓고 보면 20대의 건강보험 지출액이 2019년 241억원에서 2023년 340억원으로 41.1%(99억원)나 올라 모든 연령대 중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그러나 정부는 금연·절주 예산을 되려 삭감하고 있었다.
장종태 의원실이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을 분석한 결과, 보건복지부의 유일한 절주 사업인 '음주폐해 예방관리' 사업의 내년도 예산은 9750만원으로, 올해 1억2980만원에서 24.9%(3230만원)나 삭감됐다.
이 뿐만 아니라 '국가금연지원서비스 사업' 예산도 올해 999억7000만원에서 내년 915억400만원으로 8.5%(84억6600만원) 깎인 것으로 나타났다.
담배를 팔아 정부가 건강보험 재정에 지원하는 '국민건강증진부담금'보다 흡연으로 인한 건강보험 지출액이 커지면서 건강보험 재정도 적자가 누적되는 상황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건강증진기금에서 건강보험 재정으로 가는 지원금', 즉 담배 가격에 포함된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이 건강보험 재정에 지원되는 규모는 2019년~2023년 동안 9조2406억원이었지만, 같은 기간 '흡연으로 인한 건강보험 급여액'이 14조6486억원으로 더 컸다. 5년 동안 누적된 차액 5조4080억원은 고스란히 건보공단의 재정 적자인 셈이다.
장종태 의원실 관계자는 "심지어 주류에는 국민건강증진부담금조차 부과되지 않아, 음주로 인해 지출된 건강보험 급여액은 오롯이 건강보험 재정의 손실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장 의원은 "흡연·음주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 부담이 날로 커지는 가운데 금연·절주 관련 예산을 오히려 삭감한 윤석열 정부가 국민건강증진에 책임 의식을 갖고 있기는 한지 의문"이라며 "건강보험 재정 부담을 줄이면서 국민이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국가 금연사업과 절주사업에 더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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