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조수원 기자 = 재작년 아내의 병간호를 하던 시기에 금연에 성공했다.
"금연을 할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었고 집사람을 돌봐야 하는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그냥 끊어버렸죠."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 핀 담배를 이상하리만큼 쉽게 끊었다는 윤병무(58)는 최근 '담배 쉽게 끊는 법'이라는 책을 펴냈다.
그런데 책이라고 하기에는 책 같지 않다. 마치 담뱃갑 같다. 책값도 담배 한 갑 가격인 4500원이다.
과연 책이라고 할 수 있을까? 왜 담뱃갑 같은 책을 만들었을까?
최근 만난 그의 답변은 의외였다.
"담배는 쉽게 사잖아요. 흡연자들이 쉽게 사는 만큼 가볍게 접근할 수 있게 조건을 만들어준 셈이죠."
"내가 이 작은 책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은 이유가 바로 이 '쉬움!' 때문이다. 내가 고통 없이, 불편 없이 담배를 단번에 쉽게 끊을 수 있었다는 사실은 내 마음속에 '남들도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이라는 합리적 기대를 생겨나게 했다. 생각은 이어졌다. '이 쉬운 금연 방법을 세상에 알려야겠다!' 금연 실천이 제사를 지낸 끝에 담뱃갑을 두 동강 내며 결심했음에도 실패할 만큼 어려운 일은 아니라는 것을 나는 널리 알리고 싶었다."(15~16쪽)
"'담배 한 갑인데 한번 읽어볼까'라는 마음이 들도록 책을 내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윤병무는 "서점 관계자가 이 책을 보더니 재밌다고 했어요. 근데 진열대에는 둘 수가 없다고 하더라"며 책 같지 않은 책을 출간한 작가로서 서운한 감정을 드러냈다.
"서점을 드나드는 사람들이 이 책을 사은품이나 비매품으로 오해할 수 있고 그냥 집어 갈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럼에도 그가 "3개 뭉쳐서 쌓아 놓으면 되지 않느냐"고 물었지만 그럴 수는 없고 "계산대 옆에 놓고서 팔 것"이라는 말에 안심은 했다.
이런 책을 만든 이유요?
"생각보다 금연이 어렵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고 금연 노하우를 알리기 위해서예요."
여유 있는 시간에 쓴 책은 세상에 나오기까지 단 3주가 걸렸다. "원고와 편집, 제작에 각각 일주일씩 3주 만에 나온 직접 만든 책"이라고 했다.
그는 38년간 담배를 태우면서 일반 궐련에서 액상형 전자담배로 종류만 바꿨을 뿐 그도 금연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어린이를 위한 책을 꾸준히 펴냈다. 어린이 도서를 출간하면서도 손에는 담배를 놓지 않았던 셈이다. 이유는 있었다. 윤병무는 담배에 대한 소신이 확고했다.
"지금도 담배가 그렇게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어차피 담배는 기호품이고 다만 건강에 좋지 않다고 하고 요즘은 담배 피우는 걸 사회적으로 죄악시하기도 하니까요."
그럼에도 금연을 통해 얻은 것은 분명했다. 바로 '자유로움'이었다.
윤병무는 "끊고 나니까 마음이 편해졌다"며 "구속에서 벗어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어디를 가려면 담배를 꼭 챙겨야 했고, (담배가) 떨어지면 또 채워놔야 했기에 장점보다도 단점이 많았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재작년 담배를 떠나보낸 후 한순간도 다시 손에 잡지 않았다. 금연 노하우는 무엇이었을까?
"이제 내가 간편히 실천하고 수월히 성공한 금연 노하우를 공개하겠다. 그것은 '천천히 가늘고 길게 숨쉬기'이다. 전문용어로는 복식 호흡 또는 횡격막 호흡이라고 한다. 이 호흡은 숨 쉴 때 가슴이 부풀어 올랐다 가라앉는 흉식 호흡 방식이 아니다. 이 복식 호흡(횡격막 호흡)은 들숨과 날숨을 '천천히' '가늘고' '길게' 들이마시고 내쉬는, 일종의 심호흡이다. (중략) 이게 내가 실천한 노하우의 전부이다. 파도치듯 '흡연 욕구'가 생겨날 때마다, 먼저 자신에게 '흡연 욕구'가 발생했음을 알아차리고, 이 호흡을 시작한다."(60~61쪽)
"결국 자기 통제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게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요."
담배 이야기를 썼지만 윤병무는 시인이며 어린이 책 작가다. 초등 국어, 수학, 사회, 과학의 핵심 지식을 동시와 수필로 형상화하여 창발적 융합 교육을 실현하였다고 평가 받은 ‘로로로 초등 시리즈’(20권)를 썼으며, 글(지문)의 요점을 나무 그림으로 간추리는 노하우를 제시한 ‘나무 문해력 초등 시리즈’를 썼다.
원고지 70매인 산문 한 편에 담은 이 책은 '흡연 욕구를 1분 안에 가라앉히는 노하우'라는 부제가 달렸다. 니코틴을 대신하여 도파민 분비를 활성화시키며 마음을 안정시키는 쉬운 방법을 전한다.
윤병무는 "전반적인 이해 없이 '그냥 끊어야지'보다 자기 자신을 객관화해서 살필 수 있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금연을 하고 싶은 사람이나 평소에 금연을 해야겠다고 생각한다면 날짜는 일주일 안에 잡는 게 좋아요. 단번에 실천하지 않으면 자꾸 미루면서 핑계를 댈 수가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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