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주택 처분·결혼·상속 등 1주택자 주담대 허용
이혼 소송 서류·의사소견서 등 증빙자료 제출해야
[서울=뉴시스]이주혜 기자 = 가계대출 증가세를 조이기 위해 은행들이 대출 문턱을 높이자 금융당국이 은행의 자율적 대출규제를 강조하면서도 실수요자의 피해가 없게 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은행들은 예외 조항을 내놓으며 실수요자를 가려내는 데 분주한 모습이다. 다만 하루 만에 관련 조치가 추가되는 데다 복잡한 증빙서류를 요구해 실수요자의 불편이 가중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은행 등은 1주택자의 추가 주택담보대출를 막았던 조치에 예외 규정을 내놓았다. 기존 주택 처분 등의 조건에 해당하면 대출이 가능하다.
국민은행은 1주택 세대의 수도권 주택 추가 구입목적 주담대 취급을 제한한다. 다만 이사, 갈아타기 등 실수요자를 위해 기존 보유주택 처분부 주담대는 예외가 적용된다. 기존 주택 매도계약서와 계약금수령 증빙서류를 제시해야 한다.
또 결혼예정자, 상속에 대해서도 신규구입목적 주담대 예외를 허용한다. 이 경우 청첩장, 예식장계약서, 상속 결정문 등 증빙자료가 필수다.
한도를 1억원으로 제한했던 생활안정자금 목적의 주담대는 임차인의 전세보증금 반환 목적인 경우 이를 초과할 수 있도록 했다.
신한은행은 주담대를 신규구입목적의 무주택 세대만 취급한다. 다만 1주택 소유자의 처분 조건부 신규구입목적의 주담대 취급은 예외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신규주택 구입목적 주담대 실행일 당일에 기존 보유 주택을 매도하는 조건으로 구입 주택 매수 계약을 체결한 경우 대출이 가능하다.
또 임차보증금 반환목적의 생활안정자금 주담대는 1억원을 초과할 수 있도록 했다.
우리은행은 서울 등 수도권에 주택을 추가로 구입하기 위한 목적의 대출을 전면 중단했다. 전세자금대출도 전 세대원 모두 주택을 소유하지 않은 무주택자에게만 허용한다.
그러면서도 실수요자를 위해 결혼예정자와 대출신청시점으로부터 2년 이내에 주택을 일부 또는 전부 상속받은 경우에는 주담대와 전세대출을 받을 수 있게 했다. 또 직장변경, 자녀교육, 질병치료, 부모봉양, 이혼이나 분양권·입주권 보유, 분양권 취득의 경우 증빙자료를 제출하면 전세대출을 받을 수 있다.
이들 은행은 예외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 실수요자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실수요자 심사 전담팀도 운영 중이다.
그러나 이러한 예외 조치를 대출자들이 실제 적용받기에는 불편이 크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예외 대상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증빙서류를 마련해야 한다. 은행별 실수요자 인정 요건에 따라 청첩장이나 인사발령문 등 외에 이혼 소송 관련 법원 서류, 학교폭력 관련 징계처분서, 1년 이상 치료나 요양이 필요하다는 의사 소견서를 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 적용 가능성이 낮은 예외 조건도 있다. 1주택자가 신한은행에서 기존주택 처분조건부 주담대를 받으려면 주담대 실행일 '당일'에 집을 팔고 새 주택을 사는 경우에만 실수요자로 인정받을 수 있다. 이를 매도, 매수 계약서로 증명해야 한다.
투기성 대출 수요라는 판단에 대출 취급이 추가 중단되기도 한다. 신한은행은 13일부터 1주택 보유자와 신규분양(미등기) 주택 임차인의 전세자금대출 취급을 제한했다. 앞서 투기성 대출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임대인의 소유권 이전 조건 등 조건부 전세대출을 제한하면서도 신규분양 주택의 세입자에 대한 전세대출은 허용했지만 재차 대출이 제한됐다.
다만 본인 또는 배우자의 보유 주택이 투기·투기과열지구 3억원 초과 아파트가 아닌 1주택 소유자 중 실수요자, 신규분양 주택 임차인 중 실수요자에 해당하는 전세대출은 취급이 가능하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 등은 신한은행보다 앞서 신규 분양주택에 대한 전세대출을 막았다.
은행별로 예외 조항이 다르고 이를 차주가 직접 비교해봐야 한다는 점도 금융소비자의 불편이 커지는 대목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대출자 입장에서는 예외 요건에 대한 명확한 정보가 없기 때문에 직접 발품을 팔아서 본인에게 맞는 조건의 은행을 찾아가야 하는 불편이 있다"면서 "대출 상담이나 접수 시점에 따라서도 대출 가능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러한 불편이 실수요자가 아닌 투기 수요자의 대출을 막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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