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MBK와 고려아연 공개매수 시도
법원에 회계장부 열람 요청 등 법적 공세
장형진 영풍고문 "공동경영 끝낼 때 왔다"
고려아연 "기업사냥꾼의 적대적 M&A" 반발
영풍은 이와 함께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도 나설 방침이다.
장형진 영풍 고문은 "지난 75년간 이어온 두 가문의 공동 경영을 끝낼 때가 됐다"며 이번에 장씨와 최씨 가문의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진정한 마침표를 찍겠다는 각오다.
◆영풍-MBK,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
13일 업계에 따르면 영풍은 사모펀드 운용사 MBK 파트너스와 함께 고려아연 주식을 공개 매수한다.
이를 통해 취득 예정인 고려아연 지분율은 약 7%(144만5036주)에서 최대 14.6%(302만4881주)까지다. 공개매수 가격이 주당 66만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최대 2조원이 투입될 수 있다.
공개매수가 마무리되면 영풍과 MBK파트너스 측의 고려아연 지분율은 기존 33.13%에서 47.73%로 늘어난다. 또 MBK 파트너스는 영풍보다 정확히 1주 많은 지분을 갖게 돼 단독으로 최대 주주에 오를 수 있다.
이에 앞서 MBK 파트너스는 영풍 및 특수관계인(장씨 일가)과의 주주 간 계약을 맺었다고 밝힌 바 있다. MBK 파트너스가 영풍 장씨 일가의 고려아연 지분 절반+1주에 대한 콜옵션을 확보했다는 내용이다.
향후 MBK 파트너스가 영풍과 함께 고려아연 경영권을 확보하면 영풍 측 지분 절반을 인수해 최대 주주로 올라서고, 영풍 측과 공동 의결권을 행사하겠다는 계획이다.
◆영풍측 "최윤범 회장 개인비리 살펴보겠다"
영풍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에 대한 법적 공세도 시작했다. MBK 파트너스와 공개매수를 시작한 상황에서 고려아연의 자사주 취득을 막는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아연의 최대 주주인 영풍이 공개매수를 하는 과정에서 고려아연이 자사주를 매입해 대응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영풍은 고려아연 회계장부도 들여다 볼 계획이다. 이미 회계장부 등의 열람 및 등사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했다.
영풍은 회계장부 열람을 통해 ▲사모펀드 투자 배임 ▲SM엔터테인먼트 주가조작 ▲이사회 결의 없는 지급보증 등 그동안 최윤범 회장에 대해 제기된 여러 의혹들을 살펴본다는 입장이다.
◆'한국앤컴퍼니 사태' 재현되나
영풍의 이 같은 공세에 대해 고려아연 측은 "이번 공개 매수는 당사와 아무 사전 협의나 논의 없이 당사 최대 주주인 영풍이 기업 사냥꾼 MBK 파트너스와 결탁해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공개매수"라며 반발했다.
이어 "이번 공개매수 시도는 국가 기간산업으로 비철금속 제조업 분야 세계 시장 점유율 1위의 경쟁력을 보유한 당사에 대한 적대적·약탈적 M&A(인수합병)라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일각에선 영풍과 MBK 파트너스의 연합이 지난해 말 한국앤컴퍼니그룹 경영권 분쟁처럼 흐를 수 있다는 관측도 들린다.
당시 MBK 파트너스는 조현식 고문과 조희원씨 등과 손을 잡고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였다. 지분 확보를 위해 공개매수를 하겠다고 선언했지만,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해 결국 실패했다.
MBK 파트너스는 이번에도 고려아연 경영권을 가져올 수 있을 정도의 지분을 확보하지 못하면 공개매수에 적집 자금 투입은 하지 않을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MBK 파트너스와 영풍 측이 제시한 공개매수 가격이 주당 66만원인데, 현재 주가 수준을 고려하면 사실상 목표치를 채우기 쉽지 않다"며 "공개매수가를 상향 조정할 수 있지만, 자금 마련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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