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미 대선 앞두고 '우라늄 농축시설' 카드…군축협상 노리나

기사등록 2024/09/13 13:51:08 최종수정 2024/09/13 15:04:48

미 차기정부에 '비핵화 협상 대신 군축협상' 메시지

전문가 "핵무기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겠다는 것"

7차 핵실험 시기 관심…"미 대선 직전 단행 시 제재 강화론"

[서울=뉴시스]13일 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무기연구소와 무기급 핵물질 생산시설을 현지지도했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2024.09.13.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남빛나라 기자 = 북한이 미국 대선을 50여일 앞둔 시점에서 핵무기 제조에 사용되는 고농축우라늄(HEU) 제조시설을 공개했다. 비핵화 협상이 아니라 핵군축 협상에 나서라고 미국을 압박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무기연구소와 무기급 핵물질 생산기지를 현지지도하고 핵물질 생산 실태를 점검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이 찾은 곳은 평양 인근 강선 단지로 추정된다.

신문은 원심분리기가 들어찬 우라늄 농축기지 조종실 사진을 실었다. 북한 매체가 우라늄 농축시설을 대외적으로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강선 우라늄 농축시설, 트럼프가 요구했던 '영변+α' 상징

원기둥 모양의 원심분리기에 우라늄을 넣고 초고속으로 돌리면 자연계에 존재하는 U(우라늄)-235를 90% 이상으로 농축할 수 있다. 이렇게 얻어진 HEU는 핵탄두 제조에 쓰인다. 북한은 2002년 10월 제임스 켈리 미국 국무부 차관보가 방북했을 때 HEU 프로그램을 시인했고, 이는 2차 북핵위기로 이어졌다. 1994년 북미 제네바합의는 이 프로그램을 둘러싼 논란으로 사문서화됐다.

북한은 평안북도 영변 핵시설과 강선 단지에 우라늄 농축시설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최근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계속 가동하고 강선 단지도 확장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강선 시설은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노딜'로 끝난 결정적인 원인으로 지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요구했다는 이른바 '영변+플러스 알파(α)'다.
[하노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9년 2월28일(현지시간)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 회담장에서 확대 양자 회담을 하고 있다. 확대 회담에 미국 측에서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이 배석했고 북측에서는 리용호 외무상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함께했다.백악관이 공지한 2차 북미 정상회담 2일 차 일정은 '양자 단독회담-확대 양자 회담-업무 오찬-합의문 서명식' 등의 순서로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4.09.13.

◆미 차기 정부에 "비핵화 대신 '핵군축 협상" 메시지

북한이  HEU 생산시설을 과시한 배경을 두고 차기 미국 정부에 비핵화 협상을 포기하라는 메시지를 보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를 바탕으로 한 핵군축 협상으로 목표를 수정하라는 것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비핵화 불가 및 핵 보유국에 대한 정치적 승인 등으로 접근 방식을 전환하라는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미국 대선 1차 토론 이틀 후 전격 공개에 나섰다고 보인다"며 "핵실험 카드를 대체하는 최상위 카드로서 택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은 연일 '핵보유국' 위상을 강조하고 있다. 김정은은 정권수립 76주년 기념일(9·9절)을 맞아 한 연설에서 "핵무기 수를 기하급수적으로 늘일 데 대한 핵무력 건설정책을 드팀없이(흔들림 없이) 관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비핵화 대신 군축 협상을 통해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는 것이 북한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진단해 왔다. 핵동결과 제재해제를 주고받는 시나리오다.

현재 미국 대선 판도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현 부통령 중 승자를 예측하기 어렵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트럼프나 해리스 중 어느 한 쪽을 겨냥했다기 보다는, 어떤 지도자가 등장하더라도 핵무력으로 만반의 대응할 준비를 갖추겠다는 메시지"라고 말했다.

2017년 9월 6차 핵실험 이후 군불만 때던 7차 핵실험 강행 시기가 다시금 주목받는 것만으로도 북한 입장에선 일종의 '흥행 성공'이다.

북한의 7차 핵실험은 김정은의 정치적 결단에 달렸다는 게 중론이다. 국가정보원(국정원)은 이미 2022년 5월에도 국회에 "북한이 핵실험 준비를 다 끝내고 타이밍만 보고 있다"고 보고했다.

미국 대선 전 7차 핵실험이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다른 시각도 있다.

홍 위원은 "현재 풍계리 핵실험장은 비 피해로 인해 도로·철로 유실, 지반 약화가 발생했고 이달 추가 비 피해 가능성도 있다"며 "게다가 미국 대선을 코 앞에 두고 실험할 경우 국제사회의 정치적 오명을 한 몸에 받으며 대북제재 강화론이 힘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out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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