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K이노엔·HLB 등 미국 진출 준비
글로벌 매출 1조 국산신약 정조준
[서울=뉴시스]송연주 기자 = 유한양행의 폐암 신약 '렉라자'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허가받으며 국내 개발 의약품의 세계 1위 시장 진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K제약바이오의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할 제2의 렉라자가 누가 될지에 대한 관심도 고조되고 있다.
18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HLB, HK이노엔 등이 현재 신약의 미국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HK이노엔은 2019년 국내에 출시한 30호 국산 신약 '케이캡'의 미국 진출을 위한 임상연구를 진행 중이다. 미국 임상 3상 중으로, 내년 중 FDA 허가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기대받는다.
이 약은 P-CAB(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차단제) 계열의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다. P-CAB 제제는 기존 PPI(양성자 펌프 억제제) 제제의 단점을 개선한 것이 특징이다. 위산에 의한 활성화 없이 양성자 펌프에 결합해 빠르고 안정적으로 위산 분비를 억제하기 때문에 기존 약물 대비 약효가 나타나는 시간이 빠르고, 식전 식후에 상관없이 복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런 강점으로 케이캡은 블록버스터 약물로 성장해, 지난해 114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특히 미국 P-CAB 시장은 개화하고 있다. 미국 P-CAB 시장의 포문을 연 '보퀘즈나'를 판매하는 패썸 파마슈티컬스는 미국에서 약물을 투여받는 미란성 식도염 환자를 700만명, 비미란성 식도염 환자를 150만명으로, 또 이러한 환자의 50%가 기존 PPI에도 재발하는 환자로 추정하고 있다. 보퀘즈나의 최대 매출액을 30억 달러로 전망했다. 패썸은 연초 대비 80%, 하반기 이후 53% 높은 주가수익률을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다만 치열한 시장 경쟁에 대한 우려도 공존한다. 하나증권 박재경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제네릭(복제약)이 출시된 PPI 대비 P-CAB의 약값이 높음에도 표준요법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와 저용량 PPI가 일반의약품과도 일부 경쟁해야 한다는 것"을 우려 지점으로 꼽았다.
이어 "미국 진출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P-CAB이 위식도역류질환의 표준요법으로 자리잡는 것인데, 미국의 경우 ACG 가이드라인에서 1차 치료로 가장 강하게 권고되는 의약품은 아직까지 PPI"라고 말했다.
HLB는 간암 치료제로 개발한 '리보세라닙'의 미국 FDA 재심사 절차에 돌입할 계획이다. 앞서 HLB는 지난 5월 리보세라닙의 FDA 승인이 불발되면서 주가가 폭락하는 등 타격을 입은 바 있다. 이에 따라 재승인 서류 제출을 준비하고 있다.
HLB가 준비하는 건 리보세라닙과 중국 항서제약이 개발한 면역항암제 '캄렐리주맙'을 함께 간암 1차 치료에 쓰는 병용요법이다. 리보세라닙은 표적항암제로, 혈관 속 성장인자 수용체(VEGFR-2)를 억제해 암이 성장하는 데 필수적인 산소와 영양분 공급을 차단한다.
HLB는 렉라자에 앞서 미국 승인을 획득한 첫 국산 항암제가 되길 바랬으나 지난 5월 FDA에서 보완요구서한(CRL)을 받으며 통과하지 못했다. 회사는 FDA가 항서제약의 제조공정에 대한 보완을 요구했기에 이것만 해결하면 리보세라닙의 허가에 문제없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외에도 다수 제약바이오 기업이 미국 진출을 목표로 초·중·후기 단계의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연매출 1조 국산 신약 정조준
세계 의약품 시장의 약 40%를 차지하는 미국은 꼭 넘어야 할 시장으로 꼽힌다. 유한양행이 미국 얀센에 기술 수출한 폐암치료제 렉라자는 지난달 20일(현지시간) 얀센 '아미반타맙'(제품명 리브레반트)과의 병용요법이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1차 치료제로 승인됐다.
SK바이오팜은 처음부터 미국 시장을 겨냥해 개발한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미국 제품명 엑스코프리)의 성장을 바탕으로 최근 3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세노바메이트의 올해 2분기 미국 매출은 105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6% 증가했다. 세노바메이트는 2019년 FDA에서 승인받은 후 2020년부터 SK바이오팜이 미국에서 직접 판매하고 있다.
작년 10월 미국에서 신약으로 승인받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짐펜트라'에 대해 셀트리온은 올해 목표매출 2500억원 달성 후 내년 연매출 1조원을 목표로 달릴 계획이다.
작년 12월 미국에서 승인받은 GC녹십자의 면역결핍증 치료제 '알리글로'는 미국 주요 보험사 3곳의 처방집(formulary)에 등재됐다. 환자 투여도 시작하면서 시장에 진입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신약을 기반으로 글로벌에 진출해야 파급력과 경쟁력을 갖는다"며 "케이캡, 세노바메이트, 렉라자 등은 업계와 전문가 사이에서 글로벌 블록버스터가 될 수 있다고 기대받는 약물이다. 신약 1개가 글로벌에서 1조원 이상 판매되는 게 수년 내 현실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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