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국민연금·거래소, 자본시장 선진화 위한 열린 토론회 개최
'상법 개정' 말 아낀 이복현…"입장 변화 없다"
[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자본시장 투자 저변이 확대되기 위해선 장기투자 주체로서 연기금과 운용사의 책임있는 역할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자본시장 선진화와 관련해 다각적인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복현 원장은 상법상 이사의 충실 의무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그는 이사회가 의사결정을 내릴 때 회사의 이익뿐 아니라 주주 전체의 이익을 고려해야 한다는 내용을 상법에 반영해야 한다는 데 강력히 목소리를 내왔지만, 최근엔 월권 논란을 의식한 듯 한발 물러서 토론회와 간담회 개최에만 집중하고 있다. 그는 "부담스러워 말을 안하는게 아니라 소통이 필요하다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복현 "日 공적연금은 일본주식 투자 확대는데"…국민연금 "밸류업 지수 활용 강구"
금융감독원과 국민연금, 한국거래소는 12일 공동으로 자본시장 선진화를 열린 토론을 개최했다.
기관투자자 중심의 열린 토론에는 이복현 원장과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김기경 한국거래소 부이사장과 네덜란드 연기금(APG), 프랙시스캐피탈,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기관투자자들이 참석했다. 또 방청객으로 로스쿨 학생, 금융업 종사자, 대학생 투자동아리 등 20명이 함께했다.
이 원장은 "연기금과 운용사는 자본시장 내 핵심 투자주체로서 의결권을 적극 행사해 기업의 끊임없는 혁신을 유도하는 촉매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며 "일본 공적연금(GPIF)의 자국 시장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 확대가 시장의 저평가를 해소하고 일본 밸류업 정책에도 긍정적으로 기여했다는 시장 참여자들의 평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 밸류업 프로그램의 참고 모델인 일본의 경우 GPIF의 일본주식 투자 비중은 2010년 11.5%에서 지난해 24.7%로 늘었다. 그만큼 밸류업 프로그램에서 연기금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어 이 원장은 "금감원도 펀드의 독립적인 의결권 행사가 저해받지 않도록 지원하는 한편 연기금 위탁운용사의 의결권 행사 적정성, 스튜어드십코드 준수 여부 등을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도 밸류업 프로그램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뜻을 전하며 한국거래소에서 발표 예정인 밸류업 지수가 국민연금기금 수익성 제고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활용 방안을 강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올해 3월 기금운용본부 국내주식 위탁투자 지침에 주주 및 기업 가치를 제고하는 상장 기업에 투자한다는 내용을 명시했다"며 "국내 주식 총 154조원 중 27개 위탁 운용사가 운용하는 81조원에 해당하는 크기"라고 설명했다. 또 "기업 가치 제고 투자 실적에 상응하는 위탁운용사 평가가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가치형 펀드 위탁운용사 3곳을 추가 선정하고 총 6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했으며 책임투자형 위탁 펀드를 통해서도 기업 가치 제고 노력을 차등적으로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토론에 참석한 이동섭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실장은 "밸류업 프로그램과 수탁자 책임 활동이 목적이 같아 궤가 같다고 판단한다"면서 최근 기업들의 밸류업 공시 관련 투자자로서 느낀 아쉬운 부분을 지적했다.
그는 "저평가 원인이 수익률이 낮아서인지, 성장성이 낮아서인지, 주주환원이 부족해서인지 분석이 있어야 하는데 해오던 걸 재정리해 발표하고 있다"며 "임원 보상과 관련해서도 그렇고 사외이사 역할이 불분명하다. 국민연금이 이를 의결권, 기업과의 대화 등에서 적극 반영해 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상법 개정' 말 아낀 이복현…"입장 변화 없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상법상 이사의 충실 의무에 대해서도 열띤 발언들이 이어졌다. 이사의 충실 의무는 이사회가 의사결정시 고려해야 할 의무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를 규정하고 있는데, 현행 '회사의 이익'에 '주주의 이익'을 추가해야 한다는 개정 필요성이 시장에서 힘을 받고 있다.
상법 개정안 이슈를 올해 상반기 수면 위로 올린 이복현 원장은 정작 직접적인 발언을 삼갔다. 이 원장은 지난 5월 뉴욕 출장 당시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는 무조건 도입돼야 한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법해석으로 되지 않냐는 얘기도 있지만, 해석만으로 되는 거였다면 이렇게까지 사회적으로 중요한 이슈가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후로는 상법 개정에 대한 기업의 방어권 도입 개념으로 '특별배임죄 폐지' 등을 주장해 이목을 끌기도 했으나, 최근엔 학계, 재계 등 관계자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여는 등 공론장 마련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이에 이날 토론 중 이상훈 경북대 법학전문대 교수는 "이복현 원장님이 그전까진 말씀을 많이 하시다 최근엔 횟수도 줄고 톤도 다운된게 아닌가 우려가 있다"며 "원장님이 상법 개정에 관심을 갖고 목소리를 높여주는 것에 대해 굉장히 지지한다"고 관심을 촉구했다.
이복현 원장은 "부담스러워서 말을 안하는게 아니라 소통이 진짜 필요하단 생각 때문"이라며 "신나게 해서 3개월 만에 법안만 만들어서 될 일은 아닌 거 같고, 이게 왜 필요한지 기업, 경영진과 소통되면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기자들과 만나서도 "의사결정을 좀 더 투명하게 한다든가, 의사결정 과정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반영이 필요하단 방향에 대해선 전혀 바뀐게 없다"며 "근데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어떤 안을 만들거나 할 경우엔 오히려 실이 많지 않나 생각한다"고 답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oincidence@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