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부터 의사 블랙리스트 유포 이어져
"응급실 돌다 죽어도 감흥 없다" 막말 글도
"일부의 일탈이라도 의사라면 더 주의해야"
12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3월 사직하지 않은 전공의를 '참의사'라고 칭하며 일부 전공의들의 개인정보를 의사·의대생 온라인 커뮤니티 메디스태프에 게시한 것을 시작으로 일부 의사들의 '블랙리스트' 작성·유포가 끊이지 않고 있다.
6월에는 병원에 복귀한 의사 현황 리스트가 메디스태프에 게시됐다. 작성자는 댓글로 출근자 현황을 제보 받았다. 7월에는 의료 현장에 남아 있거나 복귀한 전공의, 수업에 참여하고 있는 의대생, 의료 현장에 있는 전임의(펠로) 등의 개인정보를 공개하는 '의사 블랙리스트' 텔레그램 채팅방이 등장했다.
지난달엔 ‘감사한 의사 명단'이란 온라인 사이트에 현장에 남은 의사들의 명단을 총정리한 블랙리스트가 올라왔다. 최근에는 병원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의 실명을 공개한 ‘블랙리스트'가 온라인에 공개됐다.
전날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 일부 의대생과 의사들이 ‘메디스태프’에 올린 것으로 추정되는 글이 확산했다. 최근 사태 장기화로 응급실이 곳곳에서 파행을 빚는 것과 관련해 "(환자들이) 응급실을 돌다 죽어도 아무 감흥이 없다", "더 죽어서 뉴스에 나왔으면 하는 마음 뿐"이라는 등의 막말이 다수 올라와 정부가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잇단 '의사 블랙리스트'와 막말이 논란이 되면서 의료계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의사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다루는 직업의 특성상 언행에 더욱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지난 10일 입장문을 내고 "'감사한 의사 명단' 일명 응급실 블랙리스트 작성·유포로 인해 의료계 내 갈등이 불거지고 국민들께 우려를 끼친 것에 대해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며 블랙리스트 작성·유포를 중단해 달라고 밝혔다.
의협은 "서로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공격하고 비난하며 동료에게 상처를 주는 행동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수호하는 의료계일수록 더욱 이러한 상황이 발생한 것에 대해 자성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의료계 내부 갈등은 사태 해결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각별히 유념해야 한다"고 했다.
사태가 반 년 넘게 이어지면서 국민의 피로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자칫 반감을 불러일으켜 여론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서울의 주요 대학병원 A 교수는 "개인의 일탈이 반복되면 더 이상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다"면서 "의사 중 극히 일부의 일탈이라 할지라도 생명을 다루는 의사라면 더욱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020년 7월 의료계가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추진, 공공의대 설립에 반발해 무기한 총파업을 벌였을 당시에도 의대 증원 절차, 의견수렴 등에 문제가 제기된 가운데, 코로나19 대유행이라는 특수한 상황과 이에 대응하는 의료진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이 의료계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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