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전국 학생 수의 3분의 1 비중인데 과학고는 1개뿐
도내 12개 시·군, 지역 발전 명분 내세워 유치 희망
도교육청, 과학고 설립에 따른 우려 적극 반박…정면 돌파
[수원=뉴시스] 박종대 기자 = 경기도교육청이 20년 만에 과학고등학교 신규 지정에 나서면서 그 추진방향과 구체적인 선정계획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역 교육계 안팎에서는 보수 성향의 임태희 교육감이 취임 3년차에 과학고 설립계획을 발표하자 의대 진학을 희망하는 엘리트 학생을 위한 특권교육을 강화하려는 신호탄이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다.
도교육청은 이러한 비판과 우려를 정면 돌파하기 위해 의대 입시를 준비하는 코스로 과학고가 변질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이공계 인재 양성을 위한 지역 특화형 과학고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경기도 역차별' 학생수 대비 부족한 과학고
도교육청은 지난 11일 언론브리핑을 통해 과학고 추가 설립계획을 발표하며 이를 놓고 알각에서 제기되는 비판과 우려를 해명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우선 도교육청은 이공계 인재들의 성장을 이끌어내기 위해 과학고 신규 지정에 대한 요구가 높지만, 도내에 학생수 대비 과학고 수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로 인해 경기도 학생들이 능력에 따른 교육을 받을 권리를 제한받아 타 시·도 학생들에 비해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과연 사실일까. 경기도는 전국 학생 수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지만 현재 과학고는 의정부에 소재한 경기북과학고 등 1곳이 유일하다. 수원에 있는 우리나라 최초의 과학고인 경기과학고가 운영됐지만 2010년 과학영재학교로 개편됐다.
반면 같은 수도권인 서울과 인천은 경기도보다 학생 수가 적음에도 과학고가 많다. 서울지역은 한성과학고, 세종과학고 등 2곳을, 인천도 인천과학고와 인천진산과학고 등 2곳을 각각 두고 있다.
도교육청은 이 같은 내용을 과학고 설립 근거로 내세우며 지난 4월 공식적으로 추가 설립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이후 도내 지자체와 교육지원청들은 과학고 신규 지정 공모에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도내에서 과학고 유치 의향을 밝힌 지자체는 고양·용인·성남·안산·평택·부천·시흥·군포·이천·과천 등 12곳에 이른다. 도내 31개 시·군 가운데 거의 절반 가까운 지자체가 과학고 유치를 희망하고 있는 셈이다.
이날 브리핑을 맡은 현계명 융합교육정책과장은 "과학고 신규 지정은 2005년 신설 이후 최초로 진행되는 프로젝트"라며 "이번 추가 지정을 통해 이공계 인재 양성의 큰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고 둘러싼 오해와 억측들, 정면 돌파한다
도교육청은 이날 언론브리핑에서 과학고를 둘러싼 오해를 크게 4가지로 요약했다. 첫 번째는 과학기술특성화대학교(POSTEC, KAIST, UNIST, GIST, DGIST)에서 과학고 학생 입학 쿼터를 배정해 과학고 학생들을 자동 입학을 시켜준다는 주장이다.
도교육청은 이러한 내용에 대해 과학고 학생에 대한 입학 쿼터 배정과 학생 자동 입학은 현행법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으로,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두 번째로 과학고 입시가 의대 및 서울대·고려대·연세대(SKY) 진학에 매몰되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 경기북과학고 대학입시 결과를 제시했다.
2024학년도 대입 수능을 치른 경기북과학고 3학년 학생들 가운데 의대에 진학한 학생은 단 1명도 없었다. 특히 98.9% 학생이 이공계에 진학했으며 이른바 'SKY' 대학에 입학한 학생은 8.5%에 불과하다.
해당 수능을 본 학생 64.9%는 연구중심대학에 들어가 이공계 진로 선택의 안정적인 통로 역할을 했다는 게 도교육청의 설명히다.
세 번째인 과학고가 교육과정을 왜곡하고 속진교육을 불러일으킨다는 지적에 대해선 과학고 역시 초·중등교육법에 근거해야 하는 등 국가 교육과정을 준수하기 때문에 억측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과학고 쏠림 현상으로 인해 일반고가 어려워진다는 의견과 관련해서는 현재 일반고가 다양한 어려움에 처해 있는 점에 수긍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는 복잡하고 다양한 원인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이를 전부 과학고 탓으로 돌리는 것은 인과관계와 상관관계를 혼동한 논리라고 맞섰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과학고에 대한 반대 의견은 충분히 경청의 가치가 있다. 그러나 오해에 기반한 반대 의견은 건설적인 과학고 신규지정에 방해가 될 뿐"이라며 "먼저 과학고에 대한 오해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pjd@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