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EU, 러에 미사일 공급한 이란 제재…우크라 "단교 고려"(종합2보)

기사등록 2024/09/11 07:00:18 최종수정 2024/09/11 07:54:22

이란, 무기 계약 따라 이달 초 첫 미사일 공급

블링컨 "러시아, 곧 이란 미사일 우크라 사용"

[워싱턴DC=AP/뉴시스]미국과 유럽연합(EU)이 러시아를 향한 이란의 탄도미사일 공급에 대응하기 위해 두 국가를 제재하기로 했다. 우크라이나는 단교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강경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사진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2년 3월16일(현지시각) 미국 수도 워싱턴DC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관련한 질문에 "전범"이라고 답하는 모습. 2024.09.11.

[서울·워싱턴=뉴시스] 이명동 김예진 기자,  이윤희 특파원 =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러시아를 향한 이란의 탄도미사일 공급에 대응하기 위해 두 국가를 제재하기로 했다. 우크라이나는 단교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강경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이날 이란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군사 지원에 나선 것에 대응해 이란과 러시아에 기반을 둔 개인 10명, 단체 6곳, 선박 4척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제재 목록에는 국적기 격인 이란항공이 포함됐다. 이란혁명수비대(IRGC)와 이란 국방·군물류부를 위해 화물을 운송하고, 러시아에 전자제품과 항공기 부품 등을 전달했다는 이유에서다.

재무부 제재 대상이 되면 미국에서 경제활동이나 미국이 관련된 모든 경제활동이 사실상 막힌다. 제재 대상과 거래한 사실이 드러나면 마찬가지로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란과 러시아는 지난해 말 미사일 수백 발 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올여름 러시아 군인이 해당 무기 사용 교육을 받았다고 재무부는 전했다.

또 이달 초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실은 첫 번째 선박이 러시아로 전달됐다는 것이 미국의 판단이다.

월리 아데예모 미국 재무부 부장관은 "미국과 동맹국은 오늘 이란이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에 사용하기 위해 러시아로 탄도미사일을 확산하기로 한 무모한 결정에 대응해 공동 조치를 한다"며 "이란은 러시아의 불법적인 전쟁에 개입을 강화하는 선택을 했고, 미국은 협력국과 우크라이나의 편에 계속 설 것"이라고 했다.
[함부르크=AP/뉴시스]지난해 10월 9일(현지시각) 독일 함부르크 공항에 이란항공 항공기가 도착하고 있다. 항공기 앞으로 경찰차가 멈춰서 있다. 2024.09.11.

폴리티코, 유락티브에 따르면 프랑스와 독일, 영국도 이날 공동 성명을 내고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에 미사일을 제공한 이란을 제재하겠다고 발표했다.

성명은 이란의 미사일 공급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에 대한 이란의 군사적 지원을 더욱 확대한 것"이라며 "이란의 미사일이 유럽 땅에 도달해 우크라이나 국민의 고통을 가중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우리는 이란과 양국 간 항공 서비스 협정을 취소하기 위한 즉각적 조치를 취하겠다"며 "이란의 탄도미사일 프로그램과 탄도미사일 및 기타 무기의 러시아 이전과 관련된 주요 단체, 개인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피터 스타노 EU 대외관계청(EEAS) 대변인도 이날 이란 탄도미사일의 러시아 인도를 놓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받았다"고 언급했다.

스타노 대변인은 "EU 회원국에 이란을 겨냥한 실질적인 일련의 결정적이며 표적화된 조치를 제시했고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며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가 이란 측에 이 같은 결정을 반대한다고 반복해 경고해 왔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란의 탄도미사일 제공으로 민간인 사상자, 기반시설 피해가 더 증가할 가능성을 우려하며 "우크라이나 국민을 향한 러시아의 이 같은 테러 캠페인과 관련한 (이란의) 지원은 EU의 강력한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람슈타인=AP/뉴시스]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6일(현지시각) 독일 람슈타인 공군기지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방위연락그룹(UDCG)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4.09.07.

우크린포름, UNN에 따르면 티히 헤오르히 우크라이나 외무부 대변인은 "단교를 포함한 모든 선택지를 고려하고 있다"라며 "탄도미사일 이전이 실제로 이뤄지고 사용 사실이 기록으로 남으면 후과가 따를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헤오르히 대변인은 "사실 이 같은 이란 행동의 맥락은 훨씬 더 광범위하다. 러시아와 이란 사이 군사·기술 협력의 심화는 유럽 전역과 중동에 직접적인 안보 위협이 된다"면서 "따라서 우리는 물론 협력국과 국제 사회가 국제 평화와 안보를 유지하고 이 같은 협력이 유럽과 중동에 위협을 가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이란과 러시아에 더 강한 압력을 행사하기를 촉구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전날 우크라이나 주재 이란대사대리를 초치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는 전쟁 초부터 이란산 자폭용 샤헤드 무인기(드론)를 도입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다른 국가에 지원을 요청하면서 이란 탄도미사일 전달 가능성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미국은 그동안 이란이 러시아에 탄도미사일 등 살상 무기를 제공할 가능성을 꾸준히 경고해 왔는데, 지난 6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당국자를 인용해 단거리 탄도미사일이 이전됐다고 보도했다.

이란은 미사일 공급은 없었다며 해당 의혹을 부인했으나,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데이비드 래미 영국 외무장관과 공동 기자회견에서 "러시아는 지금 이란의 탄도 미사일을 전달받고 있으며 몇 주 안에 우크라이나 땅, 우크라이나 국민을 향해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발언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dingdong@newsis.com, aci27@newsis.com, sympathy@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