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이널리시스 "해커 표적 1순위 코인거래소…국내도 대비해야"

기사등록 2024/09/10 17:48:40 최종수정 2024/09/10 18:26:24

'N번방 사건' 추적 도운 美 블록체인 분석 기업

"국내 거래소도 제1금융권처럼 보안 투자 필요"

(왼쪽부터) 마이클 그로내거 체이널리시스 최고경영자(CEO)와 백용기 체이널리시스 한국 지사장이 10일 서울 양재 엘타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말하고 있다. (사진=이지영 기자) 2024.09.10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지영 기자 = "결국 돈이 몰리는 곳인 중앙화거래소에 올해 (가상자산) 해커들의 공격이 집중됐습니다. 국내 거래소들도 제1금융권과 같이 해킹 공격을 지속적으로 대비해야 합니다."

백용기 체이널리시스 한국 지사장은 10일 서울 양재 엘타워에서 열린 '체이널리시스 창립 1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가상자산 생태계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체이널리시스는 지난 2014년 미국 뉴욕에서 설립된 글로벌 대형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기업이다. 국내에서는 N번방 사건을 추적하는 데 필요했던 '가상자산 수사 솔루션'을 제공한 곳으로 유명하다. 회사는 현재 50여 개국 200개 이상의 공공기관과 공조 중이며, 국내에서는 국정원과 검찰, 금감원, 국세청 등에 솔루션을 지원하고 있다.

이번 간담회에서는 올해 가상자산 시장 현황이 다뤄졌다. 특히 가상자산 도난 자금 피해가 중앙화거래소로 쏠린 점이 주요 특징으로 거론됐다. 과거에는 탈중앙화금융(디파이) 프로토콜에 집중됐던 해킹 피해가 올해부터는 업비트와 빗썸 등과 같은 거래소로 몰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백 지사장은 "올해 (해커에 의한) 도난 자금 피해가 집중된 곳은 중앙화 거래소"라며 "과거에는 디파이에 대한 해킹 공격이 많았지만, 크립토윈터(가상자산 혹한기)를 겪으면서 결국 자금이 도달하는 중앙화거래소가 해커의 타깃이 됐다"고 말했다.

이는 당분간 가상자산 시장 트렌드로 지속될 전망이다. 해커 입장에서는 한정된 시간 안에 보다 높은 자금을 털 수 있는 곳이 거래소기 때문이다.

백 지사장은 "과거 해커들은 일종의 소프트웨어인 스마트 컨트랙트의 위험을 찾는 노력을 많이 했다"며 "하지만 현재는 스마트 컨트랙트 설계 시부터 시큐어 코딩 등으로 보안을 하자 해킹이 쉽지 않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커로서도 짧은 시간 안에 해킹을 통해 투자 대비 수익률(ROI)을 높여야 하기 때문에 디파이보다는 (자금 규모가 큰) 중앙화 거래소를 더 나은 타깃으로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도 이를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잇따랐다. 해커들의 타깃이 중앙화거래소로 돌아선 만큼 국내 거래소들 역시 안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백 지사장은 "최근 국내 대형 거래소 중 한 곳이 보안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150억원을 투자했다고 들었다"며 "하지만 보안에는 완벽이란 게 없다. 인력과 솔루션을 적절하게 투자하는 것이 가장 최선의 보안 역량"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가상자산과 전통 금융 간 경계가 흐려지는 가운데 현시점에서 가장 높은 보안 대책을 수립하는 곳은 제1금융권"이라며 "현재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가 제1금융권만큼 투자할 역량이 되는지는 의문이지만, 여러 형태를 통해 보안 취약점을 테스트하고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해킹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콜드월렛(오프라인 지갑) 예치 비율을 보다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지난 7월부터 시행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가상자산법)에 따르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이용자 가상자산의 80% 이상을 콜드월렛에 보관해야 한다.

백 지사장은 "현재 홍콩 중앙화거래소의 콜드월렛 예치비율은 98%이고, 싱가포르는 90%로 알려져 있다"며 "이용자 입장에서는 가상자산이 안전하게 유지된다는 점에서 높을수록 좋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 생태계 확장을 위해 유지 비용을 부담하는 거래소 입장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백 지사장은 "안정성 측면에서 콜드월렛 보관 비율이 높을수록 좋지만, 유지 비용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거래소에 콜드월렛 비중을 높이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며 "시장 성장과 투자자 보호 모두 끊임없이 균형을 맞춰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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