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학생수, 전국 3분의 1 비중임에도 과학고는 1곳뿐
도내 12개 시·군들 각자 명분 내세우며 설립 의지 드러내
지자체들은 지역 발전과 수준 높은 교육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과학고 유치에 나서고 있지만, 지역 시민단체와 일부 학부모들은 일반고 교육의 질 저하를 우려하고 있다.
10일 도교육청과 지역교육계에 따르면 이날까지 도내에서 과학고 유치 의향을 밝힌 지자체는 고양·용인·성남·안산·평택·부천·시흥·군포·이천·과천 등 12곳에 이른다. 도내 31개 시·군 가운데 거의 절반 가까운 지자체가 과학고 유치를 희망하고 있는 셈이다.
고양시는 지난해 11월 과학고 설립 연구용역 최종보고회를 열고 이같은 의견을 담은 제안서를 임태희 도교육감에게 전달했다.
시는 과학고 설립을 위해 ▲학교용지 확보 추진 ▲시민 대상 설문조사 및 설명회 개최 ▲지역 내 대학과 과학고 연계 지원 ▲과학고 설립 추진단 발대식 등을 추진해왔다.
용인시 역시 시 산하기관 및 관할 교육지원청과 과학고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시는 이를 위해 과학고 설립 과정 필요한 행정사항을 지원하기로 했다.
시는 국내 반도체산업을 이끌고 있는 용인에 과학고 설립이 이뤄지면 입주하는 첨단산업 관련 기업과 협력해 과학인재 양성을 비롯해 도시경쟁력도 함께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인근 화성시도 과학고 설립에 시동을 걸었다. 시는 100만 특례시 도약을 앞두고 반도체·미래차·바이오 전략산업 기반을 갖춘 도시로써 과학고 유치를 통한 미래 인재육성 메카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지난 6월 화성오산교육지원청, 화성시연구원과 '과학고 설립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으며 유치 필요성 및 타당성에 초점을 맞춰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동탄신도시를 지역구로 둔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도 지난 8월 국회에서 과학고 유치를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처럼 도내 지자체들이 과학고 유치를 놓고 각축전을 벌이는 데는 그만한 사정이 있다.
경기도 학생 수는 대한민국 학생 수의 3분의 1를 차지하고 있지만 과학 인재를 양성하는 과학고는 의정부에 소재한 경기북과학고 등 1곳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수원에 있는 우리나라 최초의 과학고인 경기과학고는 2010년 과학영재학교로 개편됐다.
반면 같은 수도권인 서울과 인천은 경기도보다 학생 수가 적음에도 과학고가 많다. 서울지역은 한성과학고, 세종과학고 등 2곳을, 인천도 인천과학고와 인천진산과학고 등 2곳을 각각 두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을 이끌고 있는 임태희 교육감도 이러한 지역적 교육 여건을 감안해 과학고 추가 설립에 대해 공감을 표하고 있다.
임 교육감은 지난 7월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과학고 입학 경쟁률은 전국 평균 3.9대 1이지만, 경기도의 유일한 과학고인 경기북과학고는 10대 1에 육박한다"며 "현재 기준으로 3~4개는 더 있어야 한다. 다른 지역에서 늘린다고 하면 경기도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도교육청의 과학고 추가 신설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교육 및 시민사회단체들을 중심으로 과학고가 늘어나면 공교육 내에서 학생들 간 차별과 경쟁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비판한다.
특권교육저지경기공대위를 비롯한 74개의 도내 교육시민사회단체는 지난 9일 도교육청 남부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러 지자체들이 과학고 신설을 무슨 신줏단지 모시듯이 지역에 새로운 보금자리처럼 홍보하며 지역 발전과 학생들의 교육기회 증대로 (포장해) 시민들을 호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하지만 많은 학생들의 과학교육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일반고의 교육 질 저하를 어떤 방법으로 향상시킬 것인지의 대해서는 어떤 지자체들도 언급하고 있지 않다"고 꼬집었다.
해당 단체들은 "단순히 일부 표심만을 잡고 성과로 만들기 위해 정치적인 행보에만 혈안이 된다면 우리 공교육의 미래는 어둡기만 할 것"이라며 "앞으로 선정절차에 돌입하는 시기에 각 지역과 소통하고 경기도의회, 국회 등 다양한 통로를 통해 과학고 신설을 저지하기 위한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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