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지켜보자"…매수 문의 끊긴 부동산 중개업소 가보니[르포]

기사등록 2024/09/11 06:00:00 최종수정 2024/09/11 07:34:24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대출금 한도 축소

아파트 거래량↓· 매물↑…"매수 심리도 위축"

대출 규제로 돈줄 죄니 시장 '매수' 대신 '관망'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20일 서울 중구 남산에서 서울 시내 아파트와 주택 단지가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이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8월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18로 전월보다 3포인트(p) 상승했다. 이는 지난 2021년 10월(125) 이후 최고치다. 주택가격전망지수는 현재와 비교한 1년 후 전망을 반영한다. 이 지수가 100을 상회하면 집값 상승을 예상하는 소비자 비중이 크다는 의미다. 2024.08.20. ks@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매물만 있으면 연락을 달라는 요청이 많았는데, 지금은 매수 문의 자체가 없어요."

지난 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대장주로 불리는 마포래미안푸르지오 단지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이달부터 정부가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손님들 발길이 사실상 끊겼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중개업소 대표는 최근 부동산 시장과 관련한 뉴시스 취재진의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정부가 나서서 돈줄을 죄고 있는데, 누가 집을 사느냐"고 반문했다.

이 대표는 매수 대기 고객 이름이 적힌 거래 장부를 펴고 1시간 넘게 전화를 돌렸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이 대표는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바빠져야 할 시기인데 이렇게 한산하다"며 "추석 연휴가 지나도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실제 이 대표가 건넨 부동산 거래 장부에는 이달 전세·월세 계약 연장 6건과 매매 2건이 전부였다.

이 단지 입구의 부동산 중개업소들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약속이라도 한 듯 손님 발길이 끊겨 한산했다. 또 불이 꺼진 공인중개업소들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문을 연 중개업소들은 사실상 '집단 휴업' 상태나 다름없다고 입을 모았다. 또 다른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집값이 전체적으로 하락하는 분위기는 아니다"면서도 "대출 규제가 강화된 만큼 매수 대기자들이 매수에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매도자들은 이미 올려놓은 호가를 유지하며 시장의 변화를 지켜보고 있다. 인근의 또 다른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매물을 내놓은 집주인 대부분이 호가를 유지하면서 당분간 시장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며 "대출 규제를 하더라도 몇 달간 상황이 안 좋다가 다시 집값이 회복한 경험 때문인 것 같다"고 밝혔다.

가산금리를 높이고, 대출한도를 줄이는 2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 이달부터 본격 시행되면서 일선 현장의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 회복세를 보이던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줄고, 매물이 쌓이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8만1625건으로, 전달(7만9315건) 대비 2.9% 증가했다. 특히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 당일인 지난 1일(8만462건)에 비해서도 1.4% 늘어났다.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서울 시내의 부동산 사무실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2024.07.10. ks@newsis.com

2단계 스트레스 DSR는 늘어나는 가계부채를 관리하기 위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제2금융권 주택담보대출 금리에 각각 가산금리 0.75%p(포인트)를 적용하는 규제다. 2단계 규제에서는 은행권의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에 대해 가산금리 1.2%p(포인트)를 적용한다.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으로 소득 5000만원 차주가 변동금리로 받을 수 있는 대출 한도가 3억1500만원에서 2억8700만원으로 2800만원가량 줄어든다. 소득 1억원 차주는 대출 한도가 6억3000만원에서 5억7400만원으로 감소한다.

2단계 스트레스DSR 시행 전후로 서울 아파트값 상승 폭도 3주 연속 줄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 상승 폭은 8월 둘째 주 0.32%를 정점으로 ▲셋째 주 0.28% ▲넷째 주 0.26% ▲9월 첫째 주 0.21% 등 3주 연속 축소했다.

주택 매수 심리도 하락세다.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지난 8월 둘째 주 104.8을 기록한 뒤 9월 첫째 주에는 103.2로 떨어졌다. 매매수급지수 100을 넘으면 집을 팔려는 사람보다 사려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매매 거래량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을 앞둔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4701건(10일 기준)으로, 이달 말까지 신고 기간이 남았지만, 7월 거래량(8808건)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대출 규제 강화로 시장 관망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정부가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집을 구매하려는 수요자들이 매수에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며 "대출 가능한 금액이 줄어드는 만큼 시장을 관망하는 분위기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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