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 젊은 거장' 천쓰홍 "문학은 청춘의 영혼 구원"

기사등록 2024/09/09 14:58:44 최종수정 2024/09/09 15:53:37

'67번째 천산갑' 출간 내한 간담회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소설 '귀신들의 땅', '67번째 천산갑' 작가 천쓰홍이 9일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천쓰홍은 서울국제작가축제의 초청으로 내한했다. 2024.09.09.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현재 대만은 더 자유로워졌으며 개인이 개인으로서 존재할 수 있습니다."

'타이완 문학계 젊은 거장' 천쓰홍은 9일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역사적 사건을 다룬 '귀신들의 땅'에 이어 '67번째 천산갑'에는 개인사를 다룬 이유를 설명했다.

전작 '귀신들의 땅'은 1980년대 독일에서 귀향한 천씨 집안 막내아들 톈홍을 중심으로 한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다. '귀신'이란 민속적 모티프를 통해 한 일가족을 중심으로 타이완의 아픈 현대사인 백색 테러를 담아냈다. 

당시 장제스 일가와 국민당 독재는 1987년까지 계엄령 속에 이어지다가 민진당이 탄생하면서 막을 내렸다. 이때까지 타이완에서 갖가지 이유로 백색 테러가 자행돼 많은 사람이 실종되거나 투옥됐다.

이 소설로 타이완 최고 양대 문학상 금장상 문학동서부문과 금전상 연도백만대상을 받은 작가는 문학계 거장 반열에 올랐다. 이 소설은 현재 한국어를 비롯해 12개 언어로 출간돼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작가는 백색테러에 대해 "대만에서 백색 테러 시기에는 사람이 개인적 자유를 누랄 수가 없었다"며 "이런 역사적 환경하에서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도 없고 귀신도 편하게 진짜 귀신처럼 살 수도 없다"고 봤다.

"특히 이 체제에서 정상성으로 규정되지 않는 사람들의 경우 예를 들어서 억압받는 여성이나 성소수자의 경우에는 자신의 내면에 있는 건 달라도 그걸 드러낼 수가 없고 이 체제에 부합하는 형태로 연기하며 살아가야 했다”고 털어놓았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소설 '귀신들의 땅', '67번째 천산갑' 작가 천쓰홍이 9일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천쓰홍은 서울국제작가축제의 초청으로 내한했다. 2024.09.09. pak7130@newsis.com

작가는 한국에 두 번째로 소개된 소설 '67번째 천산갑'에서는 게이로서 자신의 성 정체성을 전면으로 내세웠다.

이 소설에서 주인공 게이인 '그'를 통해 작가는 성적 지향에 대한 보수적 인식이 가득했던 1980년대부터 동성혼이 합법화된 현재에 이르기까지 성소수자들이 겪는 고난과 비애를 생생하게 그려낸다.

전작의 주제인 여성에게 사회적으로 강요된 임신, 출산, 양육, 결혼을 둘러싼 가부장적 압박과 그로 인한 고통도 헤테로 '그녀'를 통해 재현한다.

작가는 "지금의 대만에는 백세 테러가 끝났고 자유가 찾아왔다"며 "'천산갑'의 경우 개인 이야기를 많이 하고 개인의 심리 묘사를 많이 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특히 그 속에 있는 슬픔이라든지 여러 비애를 많이 드러나게 했다"고 설명했다.

두 작품이 시대 배경은 달라도 주제는 같은 '자유'다

작가는 "이 두 책은 모두 자유에 대한 책"이라며 "두 작품 속 수많은 등장인물의 자유롭지 못함을 보여줌으로써 자유의 중요성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소설 '귀신들의 땅', '67번째 천산갑' 작가 천쓰홍이 9일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천쓰홍은 서울국제작가축제의 초청으로 내한했다. 2024.09.09. pak7130@newsis.com

오는 11일까지 열리는 서울국제작가축제 초청으로 내한한 작가는 한국 사회도 변화하리라 기대했다.

"한국에서는 많은 사람이 정상성에서 벗어나는 것을 인정하기가 힘든 상황이고 압박감이 많은 그분의 마음이 이해한다"며 "앞으로 5년은 조금 이를 수 있어도 10년 뒤에는 반드시 변화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문학을 많이 읽고 영화도 즐겨보면서 다른 세상과 각양각색의 목소리가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보수적인 사회에서 영화나 문학은 확실히 청춘의 영혼을 구원할 수 있다. 한국에서도 그러리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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