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컬·기타 김영욱, 드럼 조성하로 구성된 얼터너티브 팝 밴드
최근 매직스트로베리 사운드에 새 둥지
새 싱글 '셀프 컨트롤' 발매 호평
얼터너티브-팝 듀오 '마라케시(Marrakech)'가 증명하는 사실이다. 밴드는 4인 안팎 구성이 완전체일 것이라는 환상이 있는데, 무형의 소리를 자양분 삼는 음악은 사실 요소가 무엇이든 그 자체로 완벽하다.
보컬·기타 김영욱, 드럼 조성하로 구성된 마라케시는 2019년 싱글 '플로팅(Floating)'으로 데뷔했다. 채우기보다 덜어내는 절제·여백으로 음악을 감촉한다. 여유로운 댄서블함을 자랑하는 누 디스코(Nu-Disco) 기반의 얼터너티브 팝(Alternative-Pop)이 무기다. 담백하면서 맵시가 있는 이국적인 세련됨이 강점이다.
자신들의 도구와 음악, 성격이 가진 연약함에 천착하기보다 자신들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을 믿고 이를 묵묵히 실천해나가는 꾸준함. 어떤 음악으로 성공할 것인가가 아닌, 어떻게 음악을 잘 할 것인가에 대한 신뢰. 음악적 자아만큼 사람을 대하는 자아도 중요한 둘이 만나 삶의 화음까지 조화롭게 빚어낸다.
최근 발매한 새 디지털 싱글 '셀프 컨트롤(Self Control)'은 피어오르는 사랑을 숨기고 싶지만, 결국엔 드러날 수밖에 없는 화자의 마음을 여름밤에 빗대어 묘사했다. 묵직한 베이스라인으로 시작되는 도입부가 특징인데, 늦여름의 감성을 껴안는다.
지난달 인디펜던트로 활동한 그간의 행보를 마무리하고 매직스트로베리 사운드(매스사)에 둥지를 틀면서 맞이한 챕터2를 여는 곡이기도 하다. 십센치, 선우정아, 옥상달빛 등이 소속된 이곳은 뮤지션들의 브랜딩과 마케팅에도 큰 힘을 실어주는 곳이다. 최근 서울 홍대 앞 매직스트로베리 사운드에서 만난 두 사람은 매스사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자신들의 음악 그리고 서로에 대한 신뢰감이 여전했다. 다음은 마라케시와 나눈 일문일답.
-매직스트로베리 사운드와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된 건가요? 소속사에 몸 담은 건 처음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난 6월 매스사에서 연락이 왔어요. 둘이서 하는데 익숙했지만, 회사가 생기면 당연히 너무 좋을 것 같긴 했어요. 음악하면서 제일 어려웠던 부분이 이름을 알리는 거였거든요. 곡을 만들고 연주를 하는 건 원래 본업이니까 그건 괜찮죠. 저희 음악이 더 유명해질 수 있는데 회사가 조금 도움을 주지 않을까 기대감이 들었습니다."(김영욱)
-회사에 들어온 지금 어떤 점이 가장 큰 도움이 되나요?
"음악을 만드는 거 외에도 활동 면에서 신경 써야 되는 게 너무 많았거든요. 그리고 일단 브랜딩 자체를 어떻게 해야 될지 몰랐어요. 사실 일단 '음악이 좋으면 괜찮지 않을까' 막연한 생각이 되게 컸고요. 근데 음악도 중요하지만 그 외적인 부분이 거의 반 이상을 더 차지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근데 그 부분을 해결하는 게 좀 어렵더라고요."(김영욱)
"지금은 회사에서 부드럽게 잘 진행해 주고 계세요. 저희가 원하는 취향을 맞춰주시는 거 외에도 방향성을 잡아주시고 마케팅을 해주시죠. 그 부분에선 저희의 역할은 거의 없다시피 해요. 그 부분이 가장 좋은 것 같아요."(조성하)
-지금 인디 신은 취향이 너무 세분화 돼서 뭔가 흐름이 생기는 신이라는 자체가 없어진 거 같아요. 두 분이 생각하시는 지금 인디 환경은 어떤가요?
"'다양한 음악을 하는 팀이 많이 생겼다'가 제일 큰 변화 같아요. 예전엔 인디 음악 하면, 상상되는 이미지가 있었잖아요. 이제 그렇지는 않은 것 같아요. 다른 팀들이 각자 하고 싶은 색깔의 음악을 하는 것 같고요. 다만 여전히 인디 아티스트들이 활동하기에 편한 환경은 아닌 것 같아요."(김영욱)
-각자 음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된 겁니까? 그리고 어떻게 만나게 된 건가요?
"고등학교 한 1학년 때 드럼을 시작했어요. 재미로 시작했다가 잘 맞는 것 같아서 전공을 하게 됐죠. 원래는 DJ를 하고 싶었어요. 환경적으로 요인이 안 됐는데, 그래도 리드미컬한 걸 할 수 있다면 뭐가 좋을까 하다 드럼을 하다 전공까지 하게 된 거죠. 이 친구(김영욱)와는 같은 학교 다른 과인데 교양 수업에서 만났어요. '법과 지식'이요. (예술인) 저작권 관련해서 중요한 수업이거든요. 옆자리에 앉았는데 서로 얘기하다가 음악에 관심이 있는 것 같아서 '음성 메시지를 녹음해서 들려달라'고 제안했어요. 제가 평소에 반드시 팀을 꾸리자고 생각한 건 아니었어요. 그런데 그날 저녁에 자신이 좋아하는 곡을 연주하고 노래해서 보냈는데 저와 색깔이 맞을 거 같고, 느낌이 좋아서 '팀 하자'고 했습니다."(조성하)
-성하 씨에게 영향을 준 뮤지션은 누구입니까?
-영욱 씨는 어릴 때부터 음악을 하신 건 아니죠?
"네 일단 저는 성하 씨랑 같은 대학 연극과를 나왔어요. 음악에 대한 꿈은 항상 있었는데, 일단 연극과에 음향 전공으로 들어갔어요. 사운드에 대한 호기심이 어렸을 때부터 있었고, 공연 예술 쪽에도 원래 관심이 많았거든요. 그런데 음악에 대한 갈망이 있던 와중에 성하를 만난 거예요. 노래는 어릴 때부터 배우긴 했어요."(김영욱)
-두 분이 결정적으로 음악을 같이 하시게 된 계기가 있나요?
"동네(파주)에 사는 친한 형이 카페를 했는데 '둘이서 소규모로 공연을 한번 해보고 싶다'고 말씀 드렸더니 흔쾌히 허락을 해줘서 그 공간에서 처음으로 공연했어요. 2017년이었는데, 당시 팀 이름도 없었고 저희 곡도 없었죠. 다프트 펑크를 비롯해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곡을 커버했어요. 티켓 값도 없었고요. 저희 둘이 했던 첫 공연이었어요. 그때 기억이 좋아서 '진지하게 음악을 한번 만들어보자'고 했죠. 다음 공연하면 커버 말고 '우리 음악을 들려주자' 하고 뭉치게 된 거죠."(조성하)
-밴드는 처음부터 2인조 구성을 생각하신 건가요?
"그건 아닌데 3인, 4인 생각은 안 했어요. 둘이 성격은 다를 수밖에 없잖아요. 근데 취향, 성향이 너무 비슷해서 일적으로 가도 크게 무리 없을 것 같다고 판단했어요. 무엇보다 음악적으로 잘 맞았거든요. 다프트 펑크뿐 아니라 파슬스, 정글도 같이 좋아했고요. 팀 색깔이 강하게 묻어나려면 두 명이서 하는 게 더 좋을 것 같다고도 생각했죠."(조성하)
"성하랑 얘기하면서 음악적 갈증이 엄청 해소됐어요. 당시만 해도 저희가 좋아하는 음악에 대해 국내에선 얘기가 많지 않았거든요. 그리고 아직까지 다른 악기들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 번도 안 해봤어요."(김영욱)
-팀 이름은 모로코의 도시가 아닌 유명 브랜드의 향수 이름에서 따오셨다고요.
"앞서 말씀 드렸던 동네 카페를 하는 지인 형이 선물을 해주신 향수예요. 인테리어 디자인을 하시는데 감각적인 분이세요. 이름은 이호수인데 스타일링 쪽으로 아이디어를 주시고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마라케시 향이 저희 음악과 잘 맞는 것 같고, 팀명을 고민하면 더 안 나올 것 같아서 저희 팀 이름으로 결정했어요."(조성하)
-2019년 데뷔를 하셨고 올해 5주년을 맞이하셨습니다. 그런데 데뷔 다음 해에 코로나를 겪으셨어요. 페스티벌 섭외가 많았을 음악을 하시는데 아쉽네요. 그 가운데 계속 음악을 할 수 있었던 동력은 무엇이었나요?
"그때는 관객들을 대면으로 만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으니까, 음악을 들으신 분들이 온라인에 남긴 반응 하나하나가 큰 힘이 됐어요. 그 가운데 저희는 그래도 확신이 있었어요. 우리가 만들고 있는 음악들이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요. 물론 불안한 마음은 있지만 꾸준히 하면 사람들이 언젠가는 많이 듣고 알아주시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리고 멤버가 많았으면 그 기간 팀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둘이니까 더 서로 의지하고 믿어줬어요."(김영욱)
-팀의 전환점이 됐던 구체적인 시기는 언제인가요?
"2021년 제가 군에 갔을 때요. 음악 활동과 관련 코로나19 시기에 버티다가 어차피 다녀와야 할 거 이 때 가자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다만 팀 활동이 강제적으로 '올스톱' 되니까 그게 걱정이었어요. 다만 공백 기간에 각자 시간을 보내면서 생각이 정리가 됐어요. 이후 제가 전역하면서 다시 재정비가 됐죠."(조성하)
"저 역시 그 기간에 별의별 고민이 다 들었죠. 발목이 워낙 안 좋아서 수술도 하고, 팀의 미래에 대해서도 고민하고요. 근데 서로 대화를 하면서 '언젠가는 되지 않겠냐'는 확신이 다시 생겨서 그 이후로 지금까지 쭉 해오고 있어요."(김영욱)
"아마 앨범을 내게 되면 실을 수 있을 거 같아요. 저희 색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곡이라고 생각했어요. 마음에 무게감도 담을 수 있는 곡이었고요."(김영욱)
-영욱 씨는 노래하는 보컬과 말하는 목소리가 다르네요. 매력 있습니다.
"아무래도 일단 저희 노래 가사들이 다 영어다 보니까 톤이 바뀌더라고요. 저희가 여태까지 만들었던 스타일의 음악에 영어가 조금 더 부드럽게 어울린다는 생각이 있어서 가사를 이 언어로 쓴 건데요. 꼭 영어로만 가사를 쓰자는 건 아니에요. 장르가 바뀌거나 다른 분위기의 곡이 나오면 언어도 바뀔 수 있죠."(김영욱)
-팀이 세운 한 단계 한 단계 목표 같은 게 있다면요.
"우선 유명한 페스티벌에 출연했으면 좋겠고요. 저희가 영향을 많이 받은 아티스트들이랑 예술, 음악적으로 같이 작업을 할 수 있으면 영광이죠. 국내, 해외에서 두루두루 사랑을 받았으면 하는 마음도 큽니다. 그리고 회사에 막 들어왔기 때문에 싱크를 잘 맞춰서 시너지가 크게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올해를 그렇게 무사히 잘 넘기면 내년엔 좋은 일들이 더 많이 있지 않을까 기대가 커요."(조성하)
"일단 저희의 항상 첫 번째 목표는 정규 앨범이에요. 정규앨범은 뮤지션으로서 '마일스톤' 같은 느낌이라 어떤 음악을 하든 저는 정규를 한 장이라도 낸 아티스트는 무조건 리스펙트입니다."(김영욱)
-인터뷰 내내 본인들의 음악에 대한 자신감이 엿보여 좋았습니다. 그 근거는 무엇인가요?
"성하랑 평소에도 자주 하는 얘기인데 '넘버 원'은 제 인생의 그렇게 큰 가치는 아니에요. 대신에 '온리 원'은 되고 싶다는 마음은 있어요. '개성이 확실한 팀'이라고 기억되면 성공한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다른 분들도 너무 좋은 음악을 하고 계시지만, 저희는 색깔이 있는 음악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김영욱)
"다프트 펑크 같은 아티스트들이 처음엔 특이한 취급을 받았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들에 대한 확신이 있었고 그것은 본인들만 알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비슷한 느낌이 저희한테도 왔던 것 같아요. 타인의 시선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그걸 받아들이되 제 자신이 갖고 있는 믿음이 더 커요."(조성하)
-마지막으로 서로에게 가장 고마운 점에 대해서 얘기를 하자면요.
"너무 많죠. 우선 음악에 대한 열정만 있고 하고 싶어 하는 마음만 있는 상태였는데, 지금 활동하는 것에 대한 실질적인 모든 걸 성하한테 다 배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전 음악을 전공한 게 아니니까요. 저희가 취향은 거의 흡사하지만 성격은 다른 면이 있다고 말씀 드려잖아요. 전 낙관적 성향의 사람이고 성하는 저보다 직관적이고 철두철미한 성격이에요. 그래서 저를 한번 씩 잡아줘요. 정신 차리게 해준다고 할까요. 음악적인 것뿐만 아니라 삶을 사는 태도에 있어서도 고마운 점이 많아요."(김영욱)
"이 친구를 만난 것이 행운이라 생각해요. 특히 서로 반대 성향이라, 롱런하고 있지 않나 생각해요. 둥글둥글한 이 친구의 성격이 저희가 활동에 8할 역할은 한다고 봐요. 제 뾰족함에 찔리면서도 저를 부드럽게 해주려고 하는 게 있거든요. 그래서 약간 살짝 연애하는 느낌이 들기도 해요. 하하. 인생에서 음악 테크닉적인 것보다, 내면으로 도움을 많이 줬던 친구이고 지금도 주고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이 항상 고마워요."(조성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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