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직원 매수 혐의' 금호그룹 전 임원 2심도 실형

기사등록 2024/09/06 14:31:09 최종수정 2024/09/06 15:32:52

불리한 공정위 자료 삭제 요구 혐의

공정위 직원에 청탁대가 교부하기도

1심 "죄질 좋지 않고 죄책 무겁다"

2심도 실형…일부 혐의는 무죄 판단

[서울=뉴시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직원에게 뇌물을 건네고 회사에 불리한 자료를 삭제하도록 요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금호아시아나그룹(금호그룹) 전 임원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사진은 서울법원종합청사. 뉴시스DB
[서울=뉴시스]박현준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직원에게 뇌물을 건네고 회사에 불리한 자료를 삭제하도록 요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금호아시아나그룹(금호그룹) 전 임원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2부(부장판사 김용중·김지선·소병진)는 6일 증거인멸교사, 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금호그룹 전 최고재무책임자(CFO) 윤모씨의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함께 기소된 전 공정위 직원 송모씨에게는 1심과 달리 징역 1년에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하고 추징금 417여만원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이들의 혐의 중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에 대해선 공소사실이 증명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다른 혐의들은 1심의 유죄 판단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실형을 선고하면 원칙적으로 구속을 하는 게 맞지만 피고인 윤씨는 이미 1심에서 구속기간이 만료된 점, 별건 재판을 받고 있는 점, 피고인 송씨는 자백하는 사정 등을 고려해 구속은 따로 하지 않겠다"고 설명했다.

윤씨는 금호그룹 전략경영실 재무·기획 담당 CFO로 근무하며 지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공정위 디지털포렌식 직원이었던 송씨에게 417만원 상당의 뇌물을 전달하고, 금호그룹에 불리한 공정위 자료 삭제를 요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당시 박삼구 전 금호그룹 회장이 지배력 강화를 위해 재건 기획을 추진하던 시기로, 박 전 회장이 금호그룹 경영 과정에서 횡령·배임 사건으로 7건 이상 형사 고발돼 이를 무마하고자 윤씨가 이 같은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의심했다.

당시 공정위는 금호그룹의 부당지원 사건 현장 조사를 진행해 박 전 회장과 금호그룹에 불리한 자료가 담긴 하드디스크를 제출받았는데, 윤씨는 브로커를 통해 송씨와 접촉한 뒤 이를 인멸해 줄 것을 교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청탁을 수용한 송씨는 현장 조사 과정에서 완전 삭제 프로그램을 통해 박 전 회장과 금호그룹 관련 기존 형사사건 자료를 삭제하고, 새로 이미지화하는 방법으로 자료를 교체해 담당 조사관에게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송씨는 2018년 공정위가 부당지원 관련 금호그룹에 현장조사를 나간다는 사실을 윤씨에게 알려주고, 이에 윤씨는 특정 키워드의 디지털 자료 삭제를 요청해 관련 자료 인멸을 교사했다고 검찰은 봤다.

1심은 이들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윤씨는 총수 일가의 자금 관련 업무를 담당하며 공정위 공무원에게 증거자료를 인멸하도록 직접 교사했다"며 "대가 및 편의 제공, 청탁 취지 명목으로 뇌물을 공여해 책임이 중하고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어 "송씨 또한 공정위 포렌식 조사 담당 공무원으로 공정위 현장 조사 일정 등 단속 정보를 누설하고 형사사건의 증거자료를 직접 인멸해 형사사법권 행사에 큰 지장을 초래했다"며 "죄질이 좋지 않고 죄책이 상당히 무겁다"고 지적했다.

한편 윤씨는 계열사 부당지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 전 회장의 사건에서도 함께 기소돼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항소심 진행 과정에서 보석을 허가받아 현재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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