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 원하면서 하마스 제거도 바라며 상충
"시위대 대부분 기존 反네타냐후 진영" 분석
美 "협상 90% 합의"…네타냐후 "틀렸다" 부인
美합참의장 "협상 완전 중단될 경우에 대비 중"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가자지구에 억류된 인질 6명이 사망한 채 발견되면서 휴전 협상 타결을 촉구하는 여론이 고조되고 있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전쟁 목표에 변함은 없다며 완강히 버티고 있다.
시민들이 인질 귀환과 동시에 하마스 근절이라는 모순된 목표를 원하면서 네타냐후 총리가 버티기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5일(현지시각)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대규모 시위에도 이스라엘 정부가 움직이지 않는 상황이 국민들의 내적 갈등을 반영한다고 지적했다.
가자지구에 남은 인질을 구출하려는 열망과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불신이라는 두 정서가 이스라엘을 지배하고 있지만, 동시에 협상이 타결되면 하마스가 군사 능력을 재정비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야코브 카츠 예루살렘 싱크탱크 유대인정책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가자지구에 군이 없으면 결국 하마스가 다시 부상할 것이라고 많은 이스라엘인들이 믿고 있다며 "인질들을 생각하면 마음 아프지만, 이 문제에 대해 진정으로 갈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네타냐후 총리가 협상 최대 난제인 필라델피 회랑 철군을 거부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 회랑이 하마스의 생명선인 만큼 이스라엘군이 주둔해 통제해야 한다는 입장인데, 상당수 이스라엘인도 이에 공감하고 있다.
유대인 정책연구소의 지난 2일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대인 이스라엘인 49%는 인질 협상에 희생이 따르더라도 필라델피 통제권을 포기해선 안 된다고 답했다. 43%는 버려야 한다고 했다.
하비브 레티그 구르 타임스오브이스라엘 선임 정치 분석가는 "이스라엘인들은 하마스 제거 외 다른 선택지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로선 네타냐후 총리가 실각할 가능성도 없다. 현재 이스라엘 의회가 휴회 중인 만큼, 네타냐후 총리가 직접 정부를 해산하거나 연정 구성원들이 내각에서 탈퇴하는 선택지 외 정부를 교체할 방법이 없다.
시위에 참가한 시민 상당수가 전쟁 이전부터 네타냐후 총리에 비판적인 진영이라는 분석도 있다.
달리아 쉰들린 이스라엘 여론 전문가는 "네타냐후와 연정은 시위대의 정체를 깊이 인식하고 있다"며 "이번 시위를 지난해 민주화 시위 연장선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가운데 휴전 협상을 두고 미국과 네타냐후 총리는 엇박자를 내고 있다.
AFP에 따르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5일 아이티 방문 중 가진 기자회견에서 "(가자지구 협상안) 90%가 합의됐다고 생각한다"며 "남은 쟁점에 대해 양측이 합의를 도출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촉구했다.
반면 네타냐후 총리는 같은 날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합의에 근접하지 않았다"며 미국 측 평가가 "분명히 틀렸다"고 부인했다.
미국은 협상이 최종 결렬돼 확전으로 번질 경우에 대비하고 있다.
찰스 브라운 미 합참의장은 이날 공개된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회담이) 교착되거나 완전히 중단될 경우 역내에 미칠 영향을 생각하고 있다"며 "이같은 변화에 우린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상이 실패할 경우) 역내 행위자들이 오판과 확전 원인이 될 수 있는 유형의 행동을 늘릴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며 "어떻게 하면 갈등을 고조시키지 않고 우리 군을 보호할 수 있을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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