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최윤서 인턴 기자 = 2024 파리올림픽 동메달리스트 임애지(25·화순군청)가 국내대회 체급 세분화 문제를 언급하며 눈물을 흘렸다. 특히 그는 운동선수로서가 아닌, 사람으로서 건강을 걱정하게 되는 순간이 있었다고도 털어놨다.
임애지는 지난 4일 방송된 MBC 예능 프로그램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국제대회 끝나면 국내 대회를 준비해야 하는데, 전국체전의 여자 계급은 3개뿐"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실제 2024 전국체전 체급 표에 따르면, 남자는 49㎏ 이하부터 91㎏ 이상까지 10개 체급으로 나뉘어있다. 반면 여자는 51㎏, 60㎏, 75㎏으로 세 개뿐이다.
2024 파리올림픽 복싱 여자 54㎏급에서 활약한 임애지는 "현재 증량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전국체전에서) 60㎏급으로 뛰고, 끝나면 다시 또 국제대회를 위해 54㎏까지 감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10년 전부터 체급 세분화 논의가 이뤄지긴 했으나 2024 전국체전에서도 이뤄지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임애지는 건강에 이상이 생기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살을 빼고 찌우고를 반복하다 보니 호르몬 불균형으로 인한 건강 문제가 생겼다"며 "어느 순간부터 운동선수가 아니라 사람으로서의 나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특히 임애지는 "사람 임애지의 삶을 생각했을 때 '내가 임신을 못하게 되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까지 하게 됐다"며 "이래서 선수들이 포기하는 구나 싶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내가 체급이 생기게 만들어야겠다 싶어 메달을 따면 꼭 얘기해야지 생각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임애지는 준결승에 진출해 동메달을 확보한 뒤 인터뷰에서 "한국에는 체급이 없다. 증량과 감량을 반복하며 '내 정체성이 뭘까'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하며 눈물을 보인 바 있다.
임애지는 당시를 회상하며 이날 방송에서 다시금 눈물을 보였다. 그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54㎏급으로 처음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국내 대회에 60㎏까지 찌워서 출전했지만 또 실패했다"며 "나는 국내에서도 안 되고, 국제에서도 안 되는구나 싶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몇 ㎏급 선수라고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을 진짜 많이 했다"며 "말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 같아 저에게 이번 동메달이 정말 소중하다"고 전했다.
그는 "선수가 없어서 체급을 안 만든다고 하는데, 저는 반대라고 생각한다"며 "체급이 없기 때문에 포기해서 선수가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2020 도쿄올림픽,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모두 첫 경기에서 탈락했던 임애지는 이번 파리올림픽은 포기하려 했으나, 끝까지 도전한 끝에 출전권을 따냈다.
올림픽 여자 복싱에 출전한 한국 선수는 실제로 임애지와 오연지(60㎏급) 2명뿐이었고, 남자 복싱은 출전권을 따낸 선수 자체가 없다.
그렇게 어렵게 출전권을 따낸 2024 파리올림픽에서 임애지는 2012 런던올림픽 한순철 이후 12년 만에 올림픽 복싱 메달을 거머쥐었다. 당시 복싱 여자 54㎏급 준결승에서 아쉽게 패해 동메달을 획득했지만, 여자 복싱으로는 최초의 메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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