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엑스서 '프리즈 서울' 개막…32개국 110여곳 참가
국제, 리안 PKM, 가나 등 국내 화랑 31곳 참여 선전
경기불황 속 수십 억대 고가 작품 판매는 부진
아트페어장 밖 미술 문화 열기…'대한민국 미술축제'
해외 미술인들 북적..삼청~한남~청담 나이트 활기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밀리지 않는다."
세계 유명 그림들 속 K 아트가 진격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한 제3회 '프리즈 서울 2024'는 한국 갤러리들의 선전이 돋보였다. 수십 억대 고가의 그림들이 맥을 못 춘 반면 K 아트는 날개 돋힌 듯 팔려나갔다.
가고시안, 페이스, 페로탕, 데이비드 즈워너, 하우저 앤 워스 등 세계적인 갤러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국내 최정상급 갤러리들의 한판승부가 펼쳐지고 있다. 32개국 110여개 갤러리가 참여, '총성 없는 문화 전쟁'중이다.
이번 '프리즈 서울'은 아시아권 갤러리 참여가 증가, 약 63%가 아시아 갤러리로, 이 가운데 31곳이 한국 갤러리다.
첫 날 프리즈에 참가한 국내 갤러리들은 "벌써 팔렸어요"로 인사했다.
PKM갤러리가 먼저 웃었다. 대표 작품으로 내건 유영국의 1973년 회화 작품을 20억 원에 판매하면서 주목 받았다. 故 유영국(1916~2002)은 '한국 1세대 추상화가'로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를 맞아 현지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열고 있다. 삼청동 PKM갤러리에서는 사후 최초로 미공개 소품을 한자리에서 처음 공개하는 전시도 선보이고 있다.
리안갤러리는 김근태(4558만 원), 이진우(1억4747만7000원), 남춘모(5000만원)작품을 잇따라 판매했다. 이진우 숯 작품은 화이트큐브, 도쿄 갤러리에도 선보여 모두 팔려나가 해외서의 인기를 증명했다.
화려한 작가 군단을 이끈 국제갤러리도 일찌감치 품절사태를 보였다. 양혜규 최신 설치 작품(6081만원~7268만원), 문성식 (5400만원~6480만원)작품 2점과 이희준 작품(1086만~13034만원)도 빠르게 판매됐다. 국제갤러리는 줄리안 오피(6675만원) 우고 론디로네 수채화 작품 3점(각 6704만원) 장-미셸 오토니엘 조각(1억3784만 원)2점도 솔드아웃 시켰다.
최종태 청동 조각으로 눈길을 끈 가나 아트도 조각 한 점을 1억 원에 팔았고, 이상국의 1960년대 작품도 7000만 원에 판매했다. 전준호 솔로 부스로 나온 갤러리 현대는 7점(5098만, 3085만 원)을 팔아 기대 이상의 실적을 보였다.
백 아트는 박경률 회화 5점(각670만5000원), 조현 갤러리는 이배 작품 10점(각 7507만 원), 박서보 작품 2점(1억 6,088만 400 원), 권대섭 달항아리(8050만원), 이광호 회화(3354만 원) 김종학(8714만원) 작품을 팔고 여유감을 보였다. 갤러리 신라도 곽훈 작품 한 점(2억9800만원)을 먼저 판매했다.
3회째를 맞는 '프리즈 서울'은 '예년만 못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1,2회때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600억대 피카소 등 유명 명화와 수십 억대 현대 미술품이 대거 등장해 신세계를 펼친 반면 올해는 평범해졌다는 분위기다.
동시에 개최하는 '키아프 서울'을 기죽일 만큼 럭셔리했던 전시 연출력도 떨어진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해외에서 온 아트페어 관계자는 "프리즈가 키아프가 된 것 같다"며 "오히려 키아프가 진화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전쟁과 경기불황 탓도 있지만 아직은 살 만한 세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림은 팔려나갔다.
수십 억 대 작품을 속속 팔아 치우던 세계적인 화랑들의 판매 실적은 예년 같지 않지만 체면은 유지했다.
페로탕, 무라카미 다카시의 대형 회화(8억440만 원), 탕 컨템포러리 울프 본 회화(1억 62만9375 원), 타데우스 로팍, 게오르그 바젤리츠 회화(14억 8,335만5000원) 이강소 회화(2억5,000만 원), 정희민 회화(4293만 원), 글래드스톤 갤러리, 아니카 이 설치작품(2억 원대)을 팔았다.
새디콜스 갤러리는 인기 작가 우고 론디노네의 소형 조각과 6억 원대 회화들을 판매했고, 하우저앤워스 갤러리는 에이브러리 싱어 작품 7억 원에 파는 등 주로 10억 아래 중저가 작품들이 첫 날 실적을 올렸다.
니콜라스 파티, 리타 애커만, 캐서린 굿맨, 앤젤 오테로 등 첫 날 8점의 작품을 판매한 제임스 코흐 하우저앤워스 파트너는 “기대 이상으로 한국과 아시아의 컬렉터들에 다수 판매됐다”며 "서울 지역 관객들이 정말 수준 높고 안목이 뛰어나다는 걸 다시 한 번 느꼈다"고 전했다.
반면 수십 수백 억대 작품은 팔리지 않고 있다. 100억 대 노란 호박 그림을 들고 나온 데이비드 즈워너 갤러리와 60억 원대 앤디 워홀의 1981년작 분홍색 ‘신화’(Myths)를 전면에 내건 로빌란트 보에나(R+V) 갤러리는 관람객 발길이 이어지지만 팔렸다는 소식은 나오지 않고 있다.
오픈런도 없고 빨간 딱지도 많이 붙지 않지만 전시장은 즐거운 분위기다. 세계 정상급 갤러리들의 유명 작가 대형 작품으로 관람객들은 미술 문화를 향유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 첫 참가한 가고시안 갤러리의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황금빛 총탄 작품은 사진 세례를 받고 있다.
침체된 미술시장을 보이고 있는 아트페어장과 달리 전시장 밖은 활기차다. 미술관과 갤러리가 밀집된 지역에서 삼청나이트, 한남나이트, 청담나이트가 이어져 서울이 외국 같은 풍경을 보이고 있다. 늦은 밤까지 전시장 파티가 이어져 다국적 미술 셀럽들과 관계자들이 K 문화를 만끽하고 있다.
개막일 오후 문체부 유인촌 장관은 2년째 프리즈 서울 공식 헤드라인 파트너인 LG전자와 함께 '대한민국 미술축제' '미술인의 밤'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의 마리엣 웨스터만 관장, 캐나다 국립미술관의 장-프랑소아 벨리슬 관장, '아트페어 프리즈'의 사이먼 폭스 대표, 미술 비평 잡지 이플럭스의 벤 에스덤 편집장 등 국내 외 인사 200여명이 참석했다.
프리즈(FRIEZE) 유치로 서울이 진정한 글로벌 예술 중심지로 발돋움하고 있다는 평가다. 올해는 서울 아트위크, 광주비엔날레와 부산비엔날레까지 이어져 해외 미술인들이 더욱 북적이고 있다. 이들은 한결 같이 "한국의 미술 환경은 정말 활기차고 역동적"이라며 "세계적인 작가들과 함께하는 한국 미술관과 갤러리 전시도 놓칠 수 없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프리즈서울 2024'는 서울 강남구 코엑스 3층 C홀에서 7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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