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문상민, 주연의 무게 "스스로 아쉬움 더 크죠"

기사등록 2024/09/04 07:50:21
문상민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배우 문상민(24)은 주연의 무게를 견디고 있다. 2022년 '슈룹'에서 중전 '화령'(김혜수) 둘째 아들 '성남대군'으로 주목 받았다. 이 드라마로 터닝포인트를 맞아 승승장구할 줄 알았지만, 올해 초 첫 주연작인 '웨딩 임파서블'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뒀다. 최근 첫 선을 보인 '새벽 2시의 신데렐라'는 4회 연속 시청률 0%대를 기록한 상황이다. 연달아 로맨틱 코미디물에 출연한 데다, 연하 재벌남 캐릭터 설정도 같았다. 너무 어려 보일 뿐 아니라 열네살 연상 신현빈(38)과 케미도 아쉽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진짜 어려 보이긴 하더라. 나름대로 머리도 까고, 쓰리피스 정장도 입고 운동도 열심히 했는데 어려 보이더라. 그것까지 감당하고 납득 시켜야 하는 게 배우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항상 아쉽다. 시청률과 반응을 1순위로 삼지는 않지만, 스스로 아쉬움이 더 크다. 작품이 끝나고 나서 느끼는 게 제일 아쉽다. 촬영하면서 빨리 깨달았다면 보완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계속 풀어가야 할 숙제다. 피드백을 빨리 받아들이고, 고쳐서 성장하고 싶다."

새벽 2시의 신데렐라는 카드회사 브랜드 마케팅 팀장 '하윤서'(신현빈)와 신입사원의 탈을 쓴 재벌 3세 '서주원'(문상민)의 로맨스다. 쿠팡플레이 오리지널이며, 채널A에서도 전파를 타고 있다. '김비서가 왜그럴까'(2018) 박준화 PD가 크리에이터를 맡았다. 박 PD는 직접 연기 지도를 하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감독님 팬"이라며 "촬영 전후로 굉장히 많이 알려줬고 값진 시간이었다. 멜로는 눈빛이라고 하더라. 대사, 톤보다 순간적으로 변하는 눈빛, 시선 처리 등 디테일한 부분을 중요시했다"고 귀띔했다.

데뷔 초부터 소속사 어썸이엔티 선배인 박서준(35)을 롤모델로 꼽았다. 박서준 주연 김비서가 왜그럴까와 이준호 주연 '킹더랜드'(2023)를 참고했다. "(박서준) 형에게 직접 조언을 구하진 않았다. 형이 로코 장인인 만큼 클립 영상을 많이 찾아봤다. 박준화 감독님이 추천해줬다"면서 "어머니가 이준호 선배 팬이라서 킹더랜드도 자연스럽게 보게 됐다. 새벽 2시의 신데렐라도 재미있게 보는 것 같은데, 이준호 선배보다 나를 더 좋아하는 것 같지는 않다"며 웃었다.

"선배들 연기를 보면서 '어떤 걸 따와야겠다'고 해도 안 되더라. 쭉 보는 것만으로도 공부가 됐다. 로코라는 장르에 적응하는 시간을 가졌다. 감정적으로 몽글몽글 해졌고, '나도 재미있게 만들어 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긍정적인 힘을 느꼈다"고 했다.
문상민(왼쪽), 신현빈

신현빈과 호흡하는 데 부담감은 없었다. 처음 만났을 때 눈도 못 마주쳤다며 "원래 낯을 좀 가린다. '아르곤'을 굉장히 재미있게 봤는데, 부끄러웠던 것 같다. 누나한테 '밥을 사달라'고 하면서 친해졌다"고 털어놨다. "누나가 머리도 변신하고, 많은 고민과 연구 끝에 캐릭터를 완성했다. 현장에 왔을 때 윤서 그 자체로 보였고, 나도 '주원이 그 자체로 임해야겠다'는 생각이 컸다"고 회상했다.

외적으로 신경 쓴 부분도 많다. 정장 12~13벌을 맞췄고, 약 1500만원 들었다. "제작발표회 때 긴장해서 사비로 샀다고 했는데, 회사에서 반반 해줬다"며 "러닝을 많이 했다. 헬스도 좋아하는 편이 아니지만, 열심히 했다. 촬영 전 집 앞 천을 많이 뛰었다. 재벌 역을 맡은 선배들을 보면 항상 가슴을 피고 있더라. 연기할 때 가슴을 꼿꼿이 세워서 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습관화됐다"고 설명했다.

새벽 2시의 신데렐라는 유독 오글 거리는 신이 많아 호불호가 갈렸다. 서민정 PD가 #좋맛탱'(2018) '가두리횟집'(2020) 등 웹드마라를 많이 연출한 탓일까. OTT 오리지널인데, 회상신이나 자막 삽입 등 웹드라마 특징이 진하게 묻어났다. 문상민 역시 "'처음에 이게 맞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도 "첫 테이크를 찍고 난 뒤부터 오히려 뻔뻔하게 했다. 내가 오그라들면 보는 분들도 오그라든다고 하더라. 물론 시청자로 봤을 때 살짝 오글거리는 지점도 있었다"고 돌아봤다.

"주원 캐릭터가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윤서한테 한없이 다정하고, 한 여자를 위해 헌신한다. 이별을 통보 받고 상처 받지만 내색하지 않는다. 잘 구현한다면 시청자들에게 설레는 포인트로 작용할 것 같았다. 주원은 연하남의 '댕댕이' 모먼트가 있지만, 윤서를 잡을 때나 감정신에서 남자다운 모습이 나와야 했다. 본부장이 된 뒤 격차를 주기 위해 노력했다. 처음에 톤을 바꿔야 되나 싶었는데, 너무 부자연스럽더라. 상황에 놓였을 때 주원 마음으로 다가가니 자연스럽게 나왔다."

작품 선택에 아쉬움을 드러내는 팬들도 많다. "내 의견을 많이 내다가 회사 의견을 받아들이는 편이다. 내가 하고 싶은 부분이나 역할이 있을 때 말하지만, 회사가 노하우와 경력이 있어서 많이 수용한다"며 "연달아 로코를 했는데, 고등학생 역, 캠퍼스 청춘물도 해보고 싶다"고 바랐다.

올해 '파반느'(감독 이종필)로 스크린 데뷔도 앞두고 있다. "극중 맡은 '경록'은 직업이 주차요원이다. 사회에 혼자 찌들어있다는데,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서 변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기존에 못 봤던 나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절절한 멜로 영화이니 기대해달라"면서 "로코보다 멜로가 더 잘 맞는 것 같다. 재벌을 연달아 한 뒤 상반된 역을 하다 보니 '이런 연기도 도전할 수 있구나'라는 자극을 받았다"고 했다.

"슈룹 이후 크게 달라진 건 없다.시간이 빨리 가다 보니 '처음에 시작할 때 마음가짐과 같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나를 돌아보는 게 제일 어렵다. 전에 한 작품을 찾아본다. 나의 못 봤던 모습을 보고, 그때 촬영 현장, 마음가짐이 생각나더라. 이번에 두 번째 주연을 맡았는데, 무게가 많이 다른 것 같다. 하면서도 감당할 게 많다고 생각했다. 처음엔 부담되고 무서운 마음이 앞섰는데, 그럴수록 더 경직되고 나를 더 조여오더라. 후회없이 하나하나 잘 끝내고, 최선을 다하고 싶다."


◎공감언론 뉴시스 plain@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