갇혀 지내는 2030, 동영상 플랫폼서 활동
대체로 수백·수천명 구독자…심경 공유해
"방에서 안정감 느껴" "이런삶 10년 넘어"
다이어트나 아르바이트 등의 도전 모습도
[서울=뉴시스] 이창환 기자 = 자신을 '은둔형 외톨이' '히키코모리' 등으로 칭하는 이들의 생활이 담긴 콘텐츠가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공유되고 있다. 대체로 자신의 얼굴을 숨긴 채 어두운 방 안에서 활동하며 자막 또는 변조된 음성을 활용해 메시지를 전하는 모습이다.
5일 유튜브에 따르면 은둔형 외톨이나 히키코모리와 같은 단어를 포함한 영상들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요리나 식사와 같은 장면의 일상 브이로그 콘셉트로 일반인들이 제작한 콘텐츠다.
수십, 수백만대 전문 유튜버들과 비교해 현저히 적은 구독자를 보유 중인 이들은 자신의 솔직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식이다.
불조차 켜지 않아 어둡거나 정돈되지 않은 지저분한 방 안에서 외부 활동을 피해 집 안에서 머물게 된 계기나 배경을 전하는 장면이 카메라 속에 주로 담긴다. 가만히 앉아 사정을 털어놓거나, 요리를 만들고 끼니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현재 처한 상황을 극복하려는 과정 또는 노력을 보여주면서 누리꾼들로부터 격려를 받기도 하는 모양새다.
일례로 자신을 30대 여성이라고 밝힌 유튜버 '대범하게'(구독자 1760여명)는 올해 2월17일 '4년 백수 30대 은둔형 외톨이 집에서 살아남기'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려 "많은 일들이 있었음에도 숫자로만 따지니 이룬 게 없는 것 같고 너무 허무하게 느껴져서 이렇게 기록해서 내가 뭘 했는지,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남기고 싶어서 영상을 찍게 됐다"고 알렸다.
그는 이어 "백수 4년, 이전에는 회사에 다녔지만 직장 내 괴롭힘 등으로 퇴사했고 이후 취업한 적도 있지만 생각한 것과 너무 다른 현실에 금방 관뒀다. 사회에서 1인분을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자괴감도 든다"며 "타인을 상대하기조차 싫은 인간 혐오 상태가 된 것 같다. 혼자의 방에서 안정감을 느끼게 된다"고 전했다.
직장에서 트라우마를 겪고 안으로 숨게 됐다는 이 유튜버는 오랜만에 밖으로 나와 중고 거래를 하는 영상을 올리기도 했으며, 최근에는 체중 감량을 하는 '극복 일상' 브이로그도 내놨다.
또 다른 유튜브 채널 '한없는 청춘'은 같은 해 2월 중순께 개설, 현재까지 10개 이상의 영상을 업로드했다. 560여명의 구독자를 보유 중인 이 채널 역시 30대 여성이 운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채널 운영자는 앞선 영상에서 "나는 30대 은둔형 외톨이"라며 "내 하루는 오전 11시 넘어 눈을 뜨며 시작된다. 아침 겸 점심을 먹고 TV를 보며 시간을 보낸다. 저녁을 먹고 쓸데없이 시간을 보내다 새벽 4시를 넘어 잠이 든다. 나는 이런 삶을 10년 넘게 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게으르고 무기력하고 회피하는 엉망인 삶, 나 자신을 놓아버린 삶"이라며 "이런 삶을 벗어나지 않으면 지금보다 더 큰 후회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제 세상 밖으로 나가보려 한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이후에는 아르바이트에 도전하거나 외출하는 장면을 공유했다.
통상 영상들과 달리 얼굴 노출은 물론, 목소리까지 감추는 경우가 많다는 게 이들의 특징이다. 자막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별도의 AI 음성을 통해 자신을 숨기는 모습이다.
이들 외에도 '히키코모리의 이야기' '12년코모리' 등 자신의 심경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유튜브 채널들이 존재했다. 우울증, 취업난, 트라우마, 콤플렉스 등 외출을 꺼리게 된 이유는 저마다 다양해 보였다.
다만 체중 감량과 같은 도전 외에도 유튜브 활동을 통해 긍정적인 심경 변화가 일었던 사례도 있었다.
약 1만6900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 '살아있는 사람'은 지난 7월13일 영상을 올려 "구독자 2500일 때 첫 수입으로 148달러가 나왔다. 저 같은 히키코모리, 은둔형 외톨이한테 돈이 나오다니, 저는 무언가를 꾸준히 일해본 적이 없다"며 "불과 4개월 전까지만 해도 하루 사는 것도 힘들어하던 제가 돈을 벌었다는 게 정말 실감이 안 난다"고 전했다.
20대 여성인 이 유튜버는 자신을 '20대 초, 중반을 우울증에 모두 올인한 사람'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지만 실천할 용기가 부족하거나, 원동력을 찾는 이들이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자신의 상황을 알림으로써 동기 부여를 얻고자 이 같은 콘텐츠를 게재한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스스로 돌아보는 시간을 갖거나, 누군가의 진정 어린 위로나 응원을 받기 위해 영상 제작에 뛰어들었을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누리꾼들은 이들을 향해 '유튜브를 시작한 것만으로도 큰 첫걸음이다' '인터넷상으로 속마음을 나눈 것만으로도 큰 도전을 했다' 등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이와 관련 김영재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특히 코로나19 이후 (대면)접촉이 안 되니까 세상과 소통하는 수단으로 자리잡아 유튜브가 많이 성장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분들도 자신을 표현하고 세상과 소통하는 것"이라고 봤다.
김 교수는 이어 "대면할 때 주는 부담이 없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라며 "여러 가지 자기표현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본인들에게도 이런 활동이) 좋을 것 같다. 최소한의 세상과의 연결, 소통(이 아닐까)"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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