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어느 세월에"…'찬밥'이던 리모델링 '기지개'

기사등록 2024/09/03 06:00:00

서울 리모델링 추진 단지 약 80곳…시공사 선정 잇따라

재건축 대비 사업성 낮아…규제 적어 속도감 있게 추진

단지별 특성에 따라 노후 주거 환경개선 규제 완화해야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20일 서울 중구 남산에서 서울 시내 아파트와 주택 단지가 보이고 있다. 2024.08.20. ks@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주택 공급 부족 우려가 갈수록 커지면서 재건축·재개발에 밀려 외면받던 리모델링이 재부상하고 있다. 리모델링은 재건축에 비해 사업성이 다소 떨어지지만, 조합원과 갈등 요인이 적고,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해 속도감에 있게 사업을 추진할 수 있어 단기 주택 공급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올해 초 공사비 상승과 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 규제 완화 등의 영향으로 침체한 리모델링 시장이 분위기 반전을 꾀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 1·10 부동산 대책으로 재건축 규제를 대폭 완화하면서 리모델링 사업 입지가 좁아졌지만, 용적률이 높아 재건축 추진이 어렵고, 사업의 진척이 없는 서울과 수도권 일부 단지들이 리모델링으로 선회하면서 활기를 찾고 있다.

리모델링은 재건축과 달리 국토계획법에 용적률 상한 제한이 없고, 각 세대의 주거전용면적을 최대 40%까지 증축할 수 있다. 또 기부채납이나 소형주택 의무공급 규정도 적용받지 않는다.

3일 정비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에서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는 80여 곳이다. 용산구 이촌동 코오롱아파트와 양천구 목동우성아파트는 지난 7월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 리모델링 사업계획 세부 결정을 위한 사전자문을 마쳤다.

이촌 코오롱아파트는 용적률이 317%에 달해 재건축이 사실상 쉽지 않아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해 왔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을 시공사로 선정해 기존 834가구를 지하 6층~ 지상 25층 규모 아파트 10개 동, 959가구와 부대복리시설 등을 조성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또 목동우성아파트 리모델링조합은 지난 7월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 개최 결과 사전자문 통과 통보를 받았다. 이에 따라 조합은 후속 절차인 건축 심의를 준비 중이다. 현재 지하 1층~지상 15층 4개 동, 332가구의 단지를 지하 5층~지상 18층 높이의 아파트 361가구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시공사는 GS건설이다.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들의 시공사 선정도 속속 이뤄지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지난달 서울 강남구 삼성동 ‘서광아파트’ 리모델링 사업 시공사로 선정됐다. 현재 304가구 규모인 서광아파트는 리모델링을 통해 지하 7층~지상 20층, 모두 333가구 규모로 조성한다. 공사비는 1992억원이다. 별동 증축 및 수평 증축을 통해 신축되는 29가구는 일반분양할 계획이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 7월 경기 성남시 분당구 매화마을공무원 2단지 아파트 리모델링 공사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또 옆 단지인 매화마을공무원 1단지의 리모델링 시공권도 확보했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 2월에는 경기 고양시 덕양구 첫 리모델링 사업인 ‘별빛마을부영 8단지’ 등 1기 신도시(분당·평촌·일산·중동·산본)를 중심으로 리모델링 사업을 잇따라 수주하고 있다.

수도권의 한 리모델링 조합 관계자는 "정부가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고, 기간과 단축하겠다고 했지만, 언제 될지 기약할 수 없다"며 "리모델링이 재건축보다 안전 진단과 관련한 규제가 상대적으로 덜해 속도감 있게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재건축 규제 완화와 상관없이 리모델링 사업이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도시정비사업 관련한 규제를 완화한다고 하지만 이미 용적률이 높은 단지는 사업성이 낮아 재건축을 추진하기가 어렵다"며 "건설 원자재가격 인상에 따른 공사비 급등과 고금리 기조 장기화 등으로 사업비가 더 오르기 전 리모델링을 통해 속도감 있게 사업을 추진하려는 단지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재건축이든 리모델링이든 단지별 특성에 맞게 노후 주거 환경 개선을 위해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며 "정비사업 조합은 재건축과 리모델링 중 어느 쪽이 더 유리한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sky0322@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