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체 과시 아닌 서사화 과정
서울서 총 4회 공연으로 새 월드투어 '도미네이트' 포문
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KSPO DOME)에서 펼쳐진 K팝 대표 보이 그룹 '스트레이 키즈'(Stray Kids·스키즈)의 새 월드투어 '도미네이트'는 모든 대목이 하이라이트였지만, 특히 '락(樂)' 무대가 화룡점정이었다.
떼창을 하는 팬덤 '스테이'가 있는 객석에 물을 뿌리는 등 록 페스티벌을 방불케하던 해당 무대는 후반에 40명 군무가 합세하면서, 에너지를 폭발시켰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뱅크 오브 캘리포니아 스타디움(BMO Stadium) 같은 대형 스타디움, '롤라팔루자 시카고' 같은 세계적인 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 작년 고척스카이돔 무대에 오른 스트레이 키즈에게 케이스포돔은 다소 좁아 보였다.
덕분에 무대 전면을 뒤덮는 대형 LED 스크린 등 공간을 아낌 없이 활용했다. 특히 4인 밴드와 내내 함께 한 이날 공연은 현재 K팝 보이그룹 '라이브 미학'의 정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광활한 산맥을 스크린에 그대로 펼쳐낸 첫 곡 '마운틴스'를 시작으로 스트레이 키즈가 "정상 위에 올라 더 크게 샤우팅(shouting)" 할 수밖에 없는지를 증거했다.
특히 이처럼 군더더기 없는 K팝 콘서트도 오랜만이었다. 팬들과 직접 교감하며 다양한 토크, 이벤트를 준비하는 공연도 그 나름의 미덕이 있기는 한다. 하지만 팬미팅 혹은 팬콘서트가 아닌 콘서트에선 음악, 퍼포먼스에 집중해야 한다.
이번 스트레이 키즈 콘서트가 그랬다. 쓸데 없는 말은 최대한 줄이고 오직 무대로만 돌진하는 여덟 멤버들의 집중력은 낭만적이었다. 매순간 심장박동이 느껴지는 듯한 멤버들의 격렬한 움직임은 생동감이 흘러 넘쳤다. 젊음의 숭고함을 스트레이 키즈 멤버들을 보면서 다시 받아들였다.
그럼에도 과시가 아닌 과정이 있어 좋았다. 과도하게 포장하기 위한 것들이 아니라 모든 요소가 맥락 위에 놓였다. 방찬이 솔로 무대 '레일웨이'에서 상의를 탈의한 것도 단지 근육을 자랑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몸에 새겨진 손바닥 무늬를 드러내기 위한 일종의 메시지였다.
방찬 외 다른 멤버들의 솔로 무대도 속도감 있게 각자 개성을 각인하며 콘서트를 맥락적으로 풍요롭게 했다. 한의 록스타 같았던 '홀드 마이 핸드', 파란 후드티가 청량감이 넘쳤던 리노의 '유스', 승민의 섬세함이 돋보인 '그렇게, 천천히, 우리', 현진의 힙스러움이 묻어난 '소 굿', 아이엔의 감성이 배가 된 '할루시네이션', 필릭스의 몽환적인 '언페어', 창빈의 힘 넘치는 '울트라' 등이 장르적으로 다양함을 선사했다.
스테이의 열띤 환호도 스트레이 키즈가 왜 현재 최고 인기 K팝 그룹인지를 확인케 했다. 최근 케이스포돔에서 들은 함성 중 가장 컸다. 창빈이 "뚜껑 뚫리겠네"라고 너스레를 떨 정도로 대단한 열기였다.
스트레이 키즈 그리고 역시 스타디움 K팝 그룹으로 성장한 '트와이스'와 함께 성장한 JYP엔터테인먼트의 프로덕션 규모와 공연 연출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공연 초반 영상 속 현진 등이 '얼빡샷'으로 마치 프레임 밖에서 나온 듯한 장면을 선보인 것에서부터 감탄을 안겼다. 특히 팝아트적인 생생함, 무대 밖과 연계한 영상 연출 호흡이 차졌다. JYP가 아낌 없이 제작비를 사용한 듯한 장면이 수두룩했다.
스트레이 키즈는 지난달 24~25일, 전날과 이날 총 4회에 걸쳐 케이스포돔에서 공연하며 이번 월드 투어의 포문을 성공적으로 열었다. 오는 28일 싱가포르로 이어지는 이번 투어는 총 6회 초대형 스타디움 공연 포함 '자체 최대 규모'로 진행된다. 또 다른 역사를 쓸 일들이 앞으로 K팝 업계에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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