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종합병원 '중증환자 위주' 체질 개선…3천개 수가 올린다

기사등록 2024/08/30 14:52:15 최종수정 2024/08/30 15:54:52

의개특위, 1차 의료개혁 실행방안 의결

상급종합병원 일반병상 5~15% 감축

2차병원 중증 응급 기능 정립·보상 강화

지역 국립대 병원 年 2000억 집중 투자

경증환자, 상종 외래진료비 전액 본인부담

올해부터 8백여개 저평가 분야 수가 인상

6대 우선 투자 분야 정해 보상 강화 방침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노연홍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이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6차 의료개혁특위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08.30.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정유선 기자 = 정부가 시범사업을 통해 상급종합병원의 중증환자 비중을 3년 내 70%까지 높이거나 현재보다 50% 이상 높인다. 또 2027년까지 저보상된 3000여개 분야의 수가를 단계적으로 인상하기로 했다.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30일 제 6차 의개특위 논의 결과 이러한 내용이 담긴 의료개혁 1차 실행방안을 심의·의결했다.

1차 실행방안엔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중증·필수 수가개선과 관련한 대책이 포함됐다.

◆9월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일반병상 감축

우선 정부는 상급종합병원이 중증환자 진료를 중심으로 할 수 있도록 진료, 진료협력, 병상, 인력, 전공의 수련 5대 분야의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을 추진한다.

사업에 참여하는 상급종합병원은 중증환자 비중을 현행 50%에서 3년 내 70%까지 높이거나 현행 비중의 50% 이상 높여야 한다.

또 지역과 병상 규모에 따라 일반 병상을 5~15% 감축해야 한다. 서울에서 1500병상 이상인 병원의 경우 15%, 그 외엔 10%를 감축한다. 또 수도권은 일반병상 10%, 비수도권은 5%를 줄여야 한다.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 응급센터, 외상센터 병상은 제외된다.

정부는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시 병상 감축 및 비중증 진료 감소 등으로 비용이 절감되는 점을 고려해 중증 중심으로 안정적 전환이 가능하도록 중증 중심으로 수가를 인상하고 성과보상을 지원할 예정이다. 특히 상급종합병원의 응급의료 기능 강화를 위해 응급에 필요한 24시간 진료(당직, 대기비용 등)에 대한 수가도 최초로 신설한다.

입원료와 중환자실 수가와 관련해선 50% 수준의 정액 인상, 중증수술 수가와 관련해선 상급종합병원 다빈도 등 중증수술 및 마취행위 수가를 인상하는 안이 나왔다. 비수도권의 경우 전문의 전문진료 및 권역 내 의뢰·회송에 대한 보상을 강화한다. 적합질환 진료 여부, 진료협력 여부 등 성과평가에 따른 사후 보상도 지원된다.

이러한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은 준비가 된 병원을 상대로 9월 중 시행한다. 정부는 신청 기간을 충분히 둬 병원들이 각자 여건에 맞게 준비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노연홍 의료개혁특위 위원장이 지난 21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린 혁신적 의료공급 및 이용체계 개편방안 공청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4.08.21. 20hwan@newsis.com

◆2차 병원 육성 지원…일차의료 보상 강화 시범사업

정부는 2차 병원 육성을 지원하고 일차의료 시범사업 및 아급성체계 확립도 병행한다는 계획이다.

2차 병원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종합병원의 핵심 기능인 포괄적 진료역량과 심·뇌 등 중증 응급 기능을 정립하고, 기능과 성과 평가를 통해 우수한 종합병원에 대한 보상을 강화한다.

전문병원은 심장, 뇌 수지접합, 화상 등 지원이 필요한 필수 전문진료 중심으로 육성하고, 질환의 역량에 합당한 보상을 할 수 있도록 전문병원 지정 및 육성체계 전면 개편안을 내년 중 제시할 계획이다.

의원급 의료기관 중 일차의료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는 기관에는 보상을 강화하는 시범사업을 내년에 착수해 현장에 적용·확산할 예정이다.

회복·재활을 위한 아급성 의료체계도 확립한다. ▲아급성(병의 진행 속도가 급성과 만성의 중간 정도인 성질) 병원 기능, ▲유형 ▲급성-아급성 간 횡적의료체계 구축, ▲적정 보상체계 등을 포함한 육성방안을 후속 과제로 마련한다.

◆지역의료 역량 강화위해 국립대병원 '연간 2000억원' 투자

지역의 거점병원의 역량을 높이기 위해 국립대 병원 수술실, 중환자실 등 시설장비 첨단화 등에 대한 재정 투자를 강화한다. 연간 약 2000억원을 지원한다. 지역 국립대병원의 교수정원은 내년 330명 확대를 시작으로 2027년 1000명까지 확대한다.

또 국립대병원이 보건의료 전달체계의 중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국립대 병원 관리 부처를 교육부에서 보건복지부로 이관하기 위한 법 개정을 추진한다.

지역의료인력 확충을 위해 내년부터 전문의 대상 계약형 필수의사제를 도입한다. 내년엔 4개 지역, 8개 진료과목, 전문의 96명을 대상으로 월 400만원의 지역근무수당을 지원한다.

의료자원 수급 현황을 체계적으로 분석할 수 있도록 환자들의 실제 의료 이용행태를 고려한 진료권을 체계화하고 이를 종합한 '지역의료지도'도 마련한다.

과도한 병상 확장을 억제하고 지역 여건에 맞는 적정 병상을 갖추도록 병상 관리제도 강화한다. 앞으로 100병상 이상의 종합병원 신증설 시에는 복지부 장관의 사전승인을 받도록 의료법 개정을 추진한다.

지역의료의 지속적인 투자와 지원을 위해 지역의료 지원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필수의료특별회계와 지역의료발전기금 등 별도의 안정적 재정 지원체계도 신설한다.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지난 17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 수련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는 모습. 2024.07.17. ks@newsis.com

◆'전문의뢰제' 도입…의사가 환자 소통한 뒤 직접 진료예약

만성·경증질환자의 의료이용 편의 증진을 위해 현재 시범사업으로 추진 중인 비대면진료를 제도화한다. 동네병의원을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한 대표적 외래 경증질환을 현행 105개에서 추가 확대한다. 해당 경증질환으로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하면 진료비 전액을 부담해야 하지만 의원을 이용하면 30%만 부담하면 된다.

환자가 질환과 중증도에 맞는 의료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전문의뢰제'를 도입해 의사가 환자와의 소통을 기반으로 지역 내의 적정한 의료기관으로 직접 진료예약을 하도록 한다. 이 경우 최우선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신속 의뢰체계(패스트트랙)를 확립한다. 이용 장려를 위해 수가 보상과 이용 인센티브를 강화한다.

환자의 비용부담 구조도 재설계한다. KTAS 4∼5의 경증과 비응급 환자가 권역·지역 응급의료센터를 이용할 경우 외래진료비 본인부담을 상향한다.

또 경증환자가 상급종합병원보다 지역 병의원을 이용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2차급 병원 의뢰서가 없거나 산정특례 진단 등 예외적인 사유가 아닌 경우에는 외래진료비를 현행 60%에서 전액 본인 부담하도록 상향한다. 먼저 재난상황에서 도입 후 이용 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확대를 검토하겠단 방침이다.

2차급 병원의 전문적인 상급종합병원 의뢰에 대해서는 비용 부담을 경감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된다. 환자가 미리 갈 병원을 정하고 의사에게 의뢰서 작성을 요청해 이를 거부하거나, 해당 의료기관에서 치료할 중증도의 환자가 아니어서 다른 병원으로 전원을 시키는 경우는 진료 거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도 명확히 한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지난 28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와 의료진, 보호자들이 이동하고 있는 모습. 2024.08.28. jhope@newsis.com

◆저보상 분야 단계적 조정…"수가 구조 불균형 개선"

올해 하반기부터 생명과 직결된 중증수술과 이에 필수적인 마취 수가를 대폭 인상하고, 이를 시작으로 전체 건강보험 수가를 과학적으로 분석해 2027년까지 저수가 문제를 해결한다.

먼저 상급종합병원에서 주로 이루어지는 중증수술 약 8백여개와 수술에 필수적인 마취 수가를 올해 하반기부터 인상한다. 내년 상반기까지는 누적 1000여개 중증 수술과 마취 행위에 대해 종합병원급 이상까지 인상한다. 구조전환 사업에 참여한 상급종합병원은 추가로 인상해 중증수술과 마취 수가를 집중 보상한다. 이를 위해 연간 약 5천억원 이상을 투입한다.

정부는 내년에는 과학적인 원가 분석에 기반해 전체 건보수가의 보상수준을 재점검, 3000여개 등 저보상된 분야와 고보상된 분야의 수가 조정방안을 마련하고, 2027년까지 이행하겠다는 계획이다.

건강보험심의위원회 내 의료비용분석위원회 운영을 활성화하고 상대가치개편 주기를 기존 4~7년에서 2년 이내로 단축한다. 정부는 2026년 제4차 상대가치 개편을 적용할 수 있도록 내년에 개편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또 행위유형별 상대감치 점수 불균형이 지속되는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환산지수와 상대가치점수 결정방식을 근본적으로 개편하는 방안을 내년까지 마련해 시행할 수 있도록 추진한다.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국회에서 간호법이 통과하면서 의정갈등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30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 옆으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2024.08.30. ks@newsis.com

◆6대 우선 투자분야 선정…성과 가산제로 전환

중증, 고난도 필수의료, 응급, 야간·휴일, 소아·분만, 취약지 등 6대 우선 투자 분야를 정하고 이에 대한 보상을 강화한다. 아울러 그간 행위별 수가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던 난이도·위험도, 숙련도, 응급진료 대기, 지역의 4대 요소를 공공정책 수가에 반영한다.

이에 따라 올해 하반기에는 24시간 진료에 대한 건강보험 보상을 최초로 신설하고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사업에 우선 적용한다. 또한 공공정책수가의 체계적 운영을 위해 건정심 내에 공공정책수가 운영위원회를 올해 하반기 설치·운영한다.

상급종합병원이면 무조건 최고의 가산율을 적용하는 획일적인 종별 가산제도를 기능 및 성과 가산제로 전환한다. 의료 질 평가지원금과 종별가산금, 적정성 평가 인센티브 등을 통합하고 추가 재원을 투입, 약 2조원의 성과보상 재원을 확보해 각 의료기관에 총액으로 보상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권역 내 인구집단을 대상으로 환자 중심의 포괄적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행위별 수가제를 벗어나 환자 경험, 치료결과 등 성과와 연계해 책임의료조직에 비용을 보상하는 방식의 시범사업으로 3년간 권역 당 최대 500억원의 보상을 추진할 예정이다.

◆비급여 관리 강화…실손보험 역할 재정립
 
비급여 보고제도와 실태조사를 통해 총진료비, 유효성·안전성 평가 결과, 대체 가능한 급여진료 등 소비자가 원하는 정보를 제공한다. 각종 비급여 관련 정보를 한눈에 알 수 있도록 비급여 통합 포털 개설을 추진한다.

비급여 분류를 체계화하고 명칭, 진료기준 등 전반적 표준화도 추진한다. 가격 편차가 큰 비급여 항목에 대해서는 의료계 협의를 통해 시장 가격 또는 급여 가격 기반으로 참고가격을 고시함으로써 적정 가격 설정을 유도하는 방안 도입을 검토한다. 도수치료 등 남용 경향이 뚜렷한 비중증 비급여 진료에 대해서는 의학적 필수성이 낮을 경우 건강보험 급여와 병행하여 진료 시 급여를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비중증 과잉 비급여 중 의학적 필수성이 불명확한 경우에는 현행 선별급여제도 내에 병행진료 관리급여를 신설해 본인부담 강화, 가격설정, 진료데이터 확인 등 건강보험체계 내에서 관리할 방안을 모색한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평가와 검증에 따라 효과성이 없거나 안전성 등에서 문제가 되는 기술은 비급여 항목에서 퇴출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미용 행위에 대한 분류 기준을 마련해 의사가 수행하는 미용 의료와 그렇지 않은 미용 서비스를 명확히 구분하고, 그 기준에 따라 의료기기와 미용기기 분류를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안전성 확보가 가능한 경미한 미용 목적 행위는 일정 자격요건을 갖출 경우 시술을 허용해 국민의 미용서비스 접근성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새로운 실손보험 상품의 건강보험 본인부담금의 보장을 합리화하는 방안을 모색한다. 이와 함께 공사보험 제도의 중요사항 결정시 복지부와 금융위의 사전협의를 제도화해 상호 제도개선 및 협업체계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과잉 진료 방지를 위해 신규 실손보험 상품의 본인부담을 강화하거나, 비급여 보장 범위 및 수준을 합리화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또한 실손보험의 비급여 기준 및 가격설정 구조에 의료기관을 참여시키고 심사 체계를 구축하는 등 진료량 및 수준이 적정하게 관리되는 기제를 마련하는 방안을 향후 특위 논의 등을 통해 찾는다.


◎공감언론 뉴시스 ram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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