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서도 잇달아 발생…전문가 "피해자 자기 탓으로 돌려"
심리적 지배를 당한 피해자들은 불안을 느끼는 것은 물론 오히려 가해자에게 의존해 스스로 범행에서 벗어나기 힘든 상태가 된다.
이와 관련한 두 건의 유사한 사건 피해자들도 오랜 시간 침묵으로 일방적인 피해를 겪었다.
◇"숙식비 제공해 줄게"…1500회 성매매 강요당한 두 여성
30일 대구 중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A(20대·여)씨와 B(20대·여)씨는 지난 2022년 9월부터 올해 4월까지 대구 중구, 북구, 달서구 등 일대 아파트를 옮겨 다니며 동거인 C(20대·여)씨 등 4명으로부터 성매매를 강요당했다.
C씨 등은 피해자들에게 하루 평균 3∼6회가량의 조건만남을 강요해 각각 750회의 성관계를 유도했다. 이렇게 벌어들인 돈은 1억5000만원 상당에 이른다.
하지만 경제적 여유가 없었던 피해자들은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었다. 주범인 C씨가 주거지와 숙식비를 제공해 확실한 갑을 관계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A씨와 B씨는 성매매하지 않을 때는 가정부 역할을 해왔다. 또 성매매로 하루 일당 30만∼50만원을 채우지 못하면 가위바위보 뺨 때리기, 삭발, 잠 재우지 않기 등 괴롭힘을 당했다.
이외에도 A씨의 부모는 딸(A씨)의 치료비와 도박 빚 상환 등 명목으로 9600만원 상당을 피의자들에게 뜯기고 B씨는 두 차례의 낙태 강요, 3살 된 자신의 딸에 대한 협박 등에 시달리기도 했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피해자들이 심리적 지배가 깊어져 저항할 의지조차 없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폐쇄회로(CC)TV 등을 조사한 결과 도망칠 수 있는 상황이 여러 번 있었음에도 기 죽은 채 무기력한 모습만 확인됐기 때문이다.
특히 B씨는 두 차례의 탈출을 시도하기도 했으나 위치 추적 등 피의자들의 감시에 벗어날 수 없었다.
결국 이 사건은 두 피해자의 신고가 아닌, 이를 눈여겨 본 한 경찰의 촉으로부터 조사가 시작됐다. 구체적 범행 내용도 피해자와 비슷한 범행을 겪은 한 지인의 진술로부터 알려졌다.
현재 C씨 등 혐의자들은 성매매 알선, 감금, 폭행, 협박 등 혐의로 검찰에 구속 송치된 상태다.
◇3년간 2400여회 성매매 강요당한 여성…가로챈 현금만 5억
대구에서 가스라이팅에 의한 성매매 강요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피해자 D(여)씨는 지난 2019년 10월부터 2022년 9월까지 전 직장 동료였던 E(42·여)씨로부터 2400여회의 성매매를 강요당했다. 화대로 가로챈 현금은 5억원 상당에 이른다.
E씨는 D씨가 평소 자신을 잘 따른다는 점을 악용해 금전 관리를 해주겠다는 명목으로 자신의 원룸에 데려와 심리적으로 지배했다.
그는 자녀 돌보게 하기, 3∼4인분 음식 한 번에 먹이기, 목표치 몸무게 미달 시 폭행, 찬물 채워진 욕조에 들어가게 하기 등 수법으로 D씨에게 가혹행위를 했다.
D씨는 여러 차례 탈출을 시도했으나 속수무책이었다. 개인정보를 손에 쥔 E씨가 위치추적으로 번번이 쫓아와 다시 감금했기 때문이다.
E씨는 또 감시를 위해 범행에 가담한 자기 남편의 직장 후배와 피해자를 강제 결혼시켰다. 이후 두 사람의 성관계 영상을 촬영하기도 했다.
결국 이 사건도 피해자의 신고가 아닌, 이를 수상하게 여긴 한 성매수 남성에 의해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E씨는 성매매 알선, 폭행, 감금, 협박 등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13년을 선고받아 감옥에서 복역 중이다.
전문가는 가스라이팅이 발생하는 문화적인 구조가 사라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허창덕 영남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가스라이팅 피해자는 화를 표출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자기 검열을 거쳐 모든 것을 자기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히 요즘 세상은 금전·지위에 따른 우위에 있으면 이것이 권위로 포장되는 경우가 많다"며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다는 말이 있듯이 인간은 서로의 행복을 침해할 자유가 없다. 이러한 분위기로 이어질 수 있는 문화 운동이 전국적으로 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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