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현장서 추락사한 대학교 2학년 청년
생활비 벌기 위해 현장 출근했다 둘째 날 숨져
유족 "업체 측, 작업자 부주의 주장" 책임 전가
[부산=뉴시스]김민지 기자 = 최근 부산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추락사한 고 이모(21)씨가 불과 출근 이틀 만에 숨진 것으로 밝혀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또 이씨의 유족들은 업체 측이 작업자 부주의로 인한 사고를 주장하며 고인을 두 번 죽이고 있다고 성토했다.
29일 유족 등에 따르면 부산의 한 대학교 2학년 학생인 이씨는 휴학을 한 뒤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알아보다 지난 22일 영도구의 한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에 첫발을 들이게 됐고, 출근 둘째 날인 지난 24일 사고를 당했다.
사고 당일 이씨는 아파트 24층 높이에 달하는 고층에서 덕트 설치 작업을 하던 중 덕트 내부로 떨어졌다. 당시 덕트 위에 덮여 있던 덮개(개구부)조차 안전장치와 제대로 연결돼 있지 않아 이씨는 그대로 추락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들을 하루아침에 잃은 이씨의 부모는 장례를 마쳤지만, 아직도 아들의 죽음을 실감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씨의 아버지는 생전 공사 현장에 나가는 아들을 걱정하면서도 "젊으니 해봐라"며 안전화를 건네줬었다고 했다. 이 안전화를 신은 아들은 끝내 싸늘한 주검으로 부모 곁에 돌아오고 말았다.
아들의 생전 모습을 회상하던 이씨의 어머니는 "평소 음악을 좋아해서 대학교 밴드 동아리 활동도 하고 버스킹 공연도 하던 꿈 많던 아이였다"며 "그런 아들이 갑작스러운 사고로 숨지게 돼 온 가족이 충격에 빠져 있다"고 눈물을 훔쳤다.
유족의 상처는 여전히 아물지 않고 있다. 공사 건설업체와 하도급 업체가 사고 현장의 안전 조치 준수에 대한 책임을 서로 떠넘기고만 있기 때문이다.
유족은 "업체 측은 사고 발생 원인을 작업자 부주의로 몰아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이야기했다.
부산고용노동청은 해당 사업장의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검토를 비롯해 안전 조치 준수 여부 등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중대재해없는 세상만들기 부산운동본부 관계자는 "중대재해 관련 수사가 시작되면 업체 간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은 비일비재한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고를 당한 유족은 경황이 없는 탓에 노동청의 사고 조사를 면밀히 챙기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이에 대한 이의제기도 제대로 못 하고 있다"며 "조사의 투명성, 제대로 된 책임 소재 파악을 위해서는 노동청의 사고 조사 보고서가 공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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