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혁 NASA 수석연구원, IGC 2024서 '달 자원 탐사·활용' 등 발표
"총알형 마이크로 분광계 우주 적용 준비…年 136톤 자원 채굴 기대"
"헬륨-3 자원 수집, 고진공상태 만들어야…NASA도 시스템 구축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 랭글리연구소 수석연구원인 최상혁 박사는 28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세계지질과학총회(IGC 2024)'에서 달 자원 탐사·활용·지속가능성에 대해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최 박사는 NASA에서 1980년부터 40년 가까이 근무해왔다. 그간의 업적을 인정받아 NASA의 '발명가 명예의 전당'에 오르기도 했다.
◆"달·화성 등 자원 채취 위해 현지 자원 활용 필수…'총알'처럼 쏘는 자원 확보 기술 개발"
최 박사는 달, 화성, 외계 소행성 등에 많은 자원이 묻혀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지만 그만큼 많은 난관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주의 자원을 어떻게 수확·채취할 지 뿐만 아니라 수확 후 어떻게 가공·활용할 지도 중요하다"며 "일차적으로 어떻게 자원을 채취할 지를 결정하고, 이후 어떻게 가공·수집할 지가 NASA에서 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지상에서 우주를 향해 수직으로 쏘아올리는 로켓의 특성상 우주탐사의 가장 큰 적은 '무게'다. 그만큼 달이나 화성을 탐사할 때 모든 걸 다 싣고 갈 수는 없다. 탑재 적재량도 엄격하게 제한되고, 지구로 귀환할 연료(추진제)도 줄여야 한다. 결국 달이나 화성 착륙 후 현장의 자원을 활용해야만 하는 셈이다.
이에 대해 최 박사는 이들 천체의 대기 등에서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 박사에 따르면 화성 대기권의 96% 이상은 이산화탄소로 이뤄져 있다. 이산화탄소를 포집함으로써 수소·산소·메탄 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달을 덮고 있는 표토인 '레골리스(Regolith)'에도 산소·규소·마그네슘 등이 포함돼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박사는 달이나 화성에서 자원을 탐사하기 위한 구체적인 기술을 소개하기도 했다. 총알 형태의 '마이크로 분광계'다. 이미 NASA가 개발을 일부 완료하고 우주 응용 적용을 위해 준비 중인 기술이다.
총알형 마이크로 분광계를 달이나 화성 표면을 향해 다양한 각도로 발사하면 이 총알들이 지면 아래로 침투하게 된다. 이후 땅에 박힌 분광계들이 달과 화성에 있는 자원을 분석해주는 방식이다. 태양광 관련 기술을 기반으로 하며, 연간 136톤에 달하는 자원을 분석·채굴할 수 있도록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한 표면에 박힌 채 화학물질들을 분해하는 형태로 자원을 확보하게 되는데, 이 분해속도에 따라 확보 자원량이 달라질 전망이다.
◆NASA, 달이 가진 희귀 자원 '헬륨-3' 등 확보 기술 준비 중…"10년 내 소량 확보 기대"
최 박사 또한 달에서 확보할 대표 자원으로 헬륨-3를 꼽았다. 헬륨-3가 불안정한 물질인 만큼 수집을 위해서는 달의 기본 환경을 뛰어넘는 높은 수준의 진공 상태가 필요하다는 게 최 박사의 설명이다. 이같은 진공 상태 구현을 위해서는 전자기장을 통해 전자를 가속시켜 이온화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베셀 튜브(Bessel tube)' 등의 장비를 활용하게 될 전망이다. 베셀 튜브는 헬륨-3 뿐만 아니라 달에 존재하는 다양한 휘발성 물질들을 포획하는 데 쓰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 박사는 "헬륨-3가 달 표토에 존재하는 지는 아직 100% 확실하진 않다. 하지만 가능성이 분명 있는 만큼 헬륨-3가 달 표토층에 있는지, 지하에 있는지 그 존재와 위치부터 확인해야 한다"며 "헬륨-3가 존재해서 이를 채취한다 해도 달 표면 밖으로 나오는 순간 여기저기로 흩어지게 된다. 그만큼 베셀 튜브가 필수적일 것이고, 그 외의 포획 방법 등을 더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NASA가 헬륨-3 수집과 관련한 자체 시스템을 약 3년 정도 걸려 구축했다. 이 시스템을 달에 보내야 하는데 아마 3년 내외가 걸릴 것"이라며 "아직 기대 수준이지만 8~10년 내에 소량의 헬륨-3를 지구에서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최 박사는 헬륨-3와 같은 달 자원 확보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정부가 보다 앞장서서 경제성 입증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달 자원 확보가 고위험 사업인 만큼 어느 정도 입증 자료가 나오고 기술이 발전해야만 상업적 영역에서도 관심을 갖고 뛰어들 수 있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소행성 자원 확보 기대 높인 '16사이키'…"소행성 자원 확보, 달·화성보다 어려울 것"
소행성 자원 확보에 대한 기대를 높인 것은 '16사이키(프시케)' 소행성이다. 인류가 16번째로 발견한 소행성인 16사이키는 화성과 목성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금속 성분과 암석이 섞여있는 M형 소행성으로, 부피의 30~60%가 금속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가장 넓은 지점의 길이가 280㎞로 지금까지 발견된 가장 크고 무거운 M형 소행성 중 하나다.
이같은 특성으로 인해 학계에서는 16사이키의 경제적 가치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미국의 민간 우주탐사연구기관인 사우스웨스트연구소(SWRI)는 지난 2020년 16사이키가 보유한 광물의 경제적 가치가 1만쿼드릴리언(10의19승) 달러에 달한다고 추산하기도 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19년 전 지구 GDP인 142조 달러의 7배에 달하는 수준이었다.
16사이키 소행성 탐사를 위해 NASA도 같은 이름의 우주탐사선인 '사이키'를 지난 2022년 10월 발사하기도 했다. 사이키 탐사선이 16사이키 소행성에 도착하는 건 2029년 8월께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최 박사는 "소행성 착륙에 성공한다해도 저중력 상태이다보니 자원 탐사는 달·화성과는 달라지게 될 것"이라며 "어느 정도 중력이 존재하면 시추를 통해 자원을 확보할 수 있지만, 소행성은 저중력 상태이기 때문에 가스유동체 확보 등 여러 절차를 더 거쳐야 실질적 자원 탐사가 이뤄졌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단 (자원탐사용) 로버를 고정(앵커)시켜야 하는데 소행성에 고정시키는 자체가 굉장히 어렵다. 샘플을 채취해도 현장에서 가공하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총알형 마이크로 분광계의 경우에도 달에서는 샘플을 원하는대로 분쇄함으로써 불필요한 자원은 제거할 수 있다. 하지만 소행성에서는 이런 가공이 어렵기 때문에 효율성을 높이는 것도 더 어려울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이처럼 달·화성·소행성 등 우주 공간의 자원 확보에 대한 전세계적인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우리나라 또한 달과 화성 탐사를 위한 중장기 임무를 수립한 상태다. 달로 향할 독자발사체 엔진을 개발하고, 2032년 달 착륙 및 자원 채굴과 2045년 화성 착륙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당장 내년도 우주항공청 예산에도 달 착륙선 발사 등에 활용될 차세대발사체 개발 사업에 1508억원의 예산이 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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