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의료사고라도 나면 누가 책임지나"
사직 전공의 복귀 차단·직역 간 갈등 우려
간무협 "간호조무사 학력제한 폐지 빠져"
29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날 국회를 통과한 간호법에는 불법 의료행위에 대한 규정과 처벌 조항 등이 명시돼 있지 않다. 이를 두고 의사단체는 불법 의료행위가 발생하고 환자의 건강에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의료사고가 발생할 경우 법적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 자칫 의사가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다고 문제 삼고 있다.
최안나 대한의사협회(의협) 대변인은 전날 간호법 국회 통과 후 가진 브리핑에서 "현재 허용된 간호사의 면허범위 외 의료행위 시행으로 발생할 환자의 건강상 위해는 의사의 업무 위임에 따른 의료행위 수행에 불과했다고 판단돼 모든 책임을 의사가 지게 된다"면서 "필수의료를 포함한 의료 현장의 혼란과 붕괴는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의 주요 대학병원 A 교수는 "PA 간호사가 재생 불량성 빈혈이나 급성 골수성 백혈병 환자 등을 대상으로 골막천자를 시행하거나 직장 수지 검사, 결핵 예방 백신(BCG) 방광 내 주입 등을 하다가 의료사고라도 나면 누가 책임질 것이냐"고 반문했다. 골막천자란 혈액 및 종양성 질환을 진단하기 위해 골수가 들어 있는 골반뼈를 굵고 긴 바늘로 찔러 골수 조직을 채취하는 검사다. 의료계에선 골막천자 등 침습적 의료행위로 인한 출혈 등으로 환자가 생명을 위협받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간호법이 제정되면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반대해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의 복귀가 요원해질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상급종합병원 의사가 PA 간호사로 대체돼 병원이 굳이 전공의를 뽑을 이유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PA 간호사들은 주로 전공의들이 부족한 기피과에서 의사 대신 봉합, 절개, 처방 등을 해왔다.
앞서 정부는 의료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하반기(9월)부터 수련에 들어갈 전공의를 모집했지만 대다수가 복귀하지 않아 사실상 '빈손'으로 끝났다. 전공의 7645명 모집에 1차에선 104명, 추가 모집에선 21명이 각각 지원해 하반기 전체 전공의 지원자는 125명에 그쳤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간호법은 대한민국 의료 체계를 왜곡하는 또 하나의 재앙이 될 것"이라면서 "당사자인 젊은 간호사들이 이 법안을 진정으로 환영하는지 의문이고, 국민과 환자에게 이로운 법안인지도 역시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료 행위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질지, 교육은 어떻게 할지 구체적인 계획은 있느냐"면서 "의사로서의 사명감과 긍지는 내려놓겠다. 모두가 기피하던 교도소, 노숙인 진료소, 응급실에서 진료했던 모든 순간을 후회한다"고 말했다.
간호법 제정으로 보건의료 직역 간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의협은 "간호 직역의 업무를 무리하게 확장하면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응급구조사 등 보건의료 직역과의 업무 중복을 초래해 분쟁을 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간호사에게 응급구조사 업무를 허용하는 내용이 담긴 '119구조·구급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되자 응급구조사들이 반발했다.
간호조무사들은 '고졸 학력'으로 제한돼 있는 간호조무사 시험 응시자격 폐지가 간호법에 빠졌다며 반발했다. 전날 여야는 간호조무사 시험 응시자격 학력제한의 경우 구체적인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법안에서 빼고 추후 논의를 이어 나가기로 했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간무협)는 전날 입장문을 내고 "고졸·학원출신이라는 사회적 낙인과 차별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했던 간호조무사를 배제한 간호법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면서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간호조무사 시험응시자격 개선 사회적 논의기구를 구성할 것을 복지부에 촉구한다"고 밝혔다.
간무협은 간호조무사 시험 응시자격이 '고졸 학력'으로 제한돼 있다며 간호법 제정에 반대해왔다. 현행 의료법상 간호조무사 시험 응시자격은 '특성화고 간호 관련 학과 졸업자', '학원의 간호조무사 교습과정 이수자'로 규정돼 있고 간호법에도 똑같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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