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기독교 학교 간증서 "진화론, 가능성 제로"
"차별금지법 도입되면 질병 확산" 저서 내용도 논란
민주 강유정 "종교 편향적, 왜곡된 인식…지명 철회하라"
[서울=뉴시스]김경록 기자 =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후보로 지명된 안창호 전 헌법대법관이 과거 학생들 앞에서 "진화론의 가능성은 제로"라고 단언하며 "배울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앞서 "차별금지법이 도입되면 에이즈 등 질병이 확산될 수 있다"고 한 저서 내용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25일 뉴시스 취재에 따르면, 안 후보자는 3년 전 인천 소재 대안학교인 한국국제크리스천스쿨(KICS) 간증에서 "진화론이라는 게 정말 하나의 가설에 불과하다"며 "배울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래 돼서 기억은 안 나지만 대학교 때 본 책에 의하면 진화의 가능성이 10의 26제곱 분의 1이라고 한다"며 "진화론의 가능성이라고 하는 것은 '0(%)'"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사람들은 하나님의 말씀, 하나님의 창조론을 믿기 싫기 때문에 그냥 진화론을 주장하고 그러면서 자신들의 생각들을 거기에 붙여서 얘기했다"며 "저도 여러분과 같은 과정을 거치고 대학도 졸업하고, 몇 십년 동안 신앙을 갖는 사람으로서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지만 진화론의 가능성은 제로"라고 재차 강조했다.
안 후보자는 "오히려 지금은 그 허구에 찬 진화론 때문에 저의 신앙이 돈독해졌다"며 "그래서 성경은 이런 이단, 사설, 인간의 이론에 의지할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을 믿으라고 강조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생들에게 "여러분들이 가지고 있는 조그마한 지식에 의해서 하나님 말씀을 의심하는 게 아니라 목사님, 장로님들 이런 분들의 신앙을 잘 본받으면서 먼저 신앙을 하나님 앞에서 돈독히 가지라"고 조언했다.
안 후보자의 간증 동영상은 유튜브에 공개돼있다.
안 후보자는 '교육과정에서 진화론과 함께 창조론도 가르쳐야 한다는 제도 개선을 교육 당국에 권고할 건지'에 대한 국회 운영위원회 소속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서면 질의에 "인권위가 합의제 기구로서 인권위원들의 숙의를 거쳐 권고 결정이 이루어지는 만큼, 개별 사안에 후보자의 견해를 밝히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점을 양해 바란다"며 즉답을 피했다.
강 의원은 "정책 권고라는 중책을 맡을 안창호 후보자가 특정 종교에 편항적이고 왜곡된 지식을 가지고 있음이 드러났다”며 “과학 대통령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한 윤석열 대통령이 역사 뿐 아니라 과학의 기초마저 파괴하는 인사를 자행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은 잘못된 것을 당연하다고 말하는 안창호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안 후보자는 지난 6월 발간한 저서 '왜 대한민국 헌법인가'에서 "차별금지법이 도입되면 에이즈·항문암·A형 간염 같은 질병 확산을 가져올 수 있다"고 적어 논란이 일었다. 2020년 9월 '차별금지법 바로알기 아카데미' 강연 중에는 "(차별금지법이 도입되면) 동성애의 죄성에 대해서도 지적할 수 없게 된다"며 "좌파의 정체성 정치와 차별금지법이 연결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35개 인권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국가인권위원회 바로잡기 공동행동'은 성명을 내고 "후보자가 인권위원장이 된다면 차별과 혐오에 기반해 국가인권기구를 운영할 것으로 보인다"는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아울러 안 후보자는 2020년 서울 대치동의 수십억원대 아파트를 장남에게 매매 형식으로 '편법 증여'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안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는 내달 3일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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