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연된 납품 일정, 무리한 제조공정 가동 결정 후 비숙련공 대거 투입
불량률 급증했으나 문제 해결 없이 양품화 강행…비상구, 발화부로 열려
김종민 경기남부경찰청 화성서부 화재 사건 수사본부장(광역수사단장)은 23일 브리핑을 열고 "이번 사고는 지연된 납품 일정을 맞추기 위한 무리한 제조공정 가동 결정에 따른 비숙련공 대거 투입과 불량률 급증 미조치, 발열전지 선별작업 중단 등이 원인"이라며 "또 비상구 설치 규정 미이행 등 소방 안전과 관련한 총체적 부실이 피해를 키웠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안건보건관리 책임자인 박중언 아리셀 총괄본부장과 안전보건관리 담당자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현재까지 경찰에 입건된 관계자는 18명(업무상과실치사 6명·업무방해 11명·건축법 위반 1명)이다. 이들은 아리셀과 인력공급업체 메이셀, 한신다이아 관계자 등이다.
수사 결과 아리셀은 생산 목표 달성을 위해 지난 5월 이후 메이셀로부터 근로자 53명을 신규 공급 받아 충분한 교육 없이 주요 제조 공정에 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아리셀의 불량률은 3~4월 평균 2.2% 수준이다가 5월 3.3%, 6월 6.5%로 급증했다.
특히 새로운 근로자가 투입된 이후 기존에 없던 새로운 유형의 불량이 발생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리셀은 이러한 상황 속 근본적 문제 해결 없이 양산을 강행했다. 이 과정에서 전지 발열현상을 인지했으나, 별도 안전성 검증 없이 선별 작업을 중단하고 양품화했다.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는 화재 발생 장소에서 3개의 출입문을 통과해야 비상구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이 지적됐다. 이 문 가운데 일부는 피난 방향이 아닌 발화부 방향으로 열리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이 사건 이후 드러난 군납 과정에서 발생한 '시료 바꿔치기' 등 부정행위에 대해서는 업무방해 혐의를 추가, 수사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김 본부장은 "화재 사고 보강수사와 함께 군납전지 사건에 대해서도 집중 수사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경기지청도 박순관 아리셀 대표 등 화재 관련 경영책임자 3명에 대해 이날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한편 이번 화재는 지난 6월24일 오전 10시31분께 아리셀 공장 3동 2층에서 발생했다. 불이 난 곳은 리튬 배터리 완제품을 검수하고 포장하는 작업장이었다. 이 불로 23명이 숨지고 2명이 중상을, 6명이 경상을 입었다. 사망자 가운데 내국인은 5명이다. 17명은 중국인, 1명은 라오스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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