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재유행③]개학 앞둔 학부모들 "마스크 다시 씌워요"…거리두기는 반대

기사등록 2024/08/19 15:11:30

'학습 결손' 우려해 거리두기 부활은 반대

16명 중 2명만 "올해 백신 새로 맞았다"

정부, 고열·기침 있으면 등교 않도록 권고

[수원=뉴시스] 김종택 기자 = 경기도내 초 ·중 ·고등학교가 개학한 19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망포동에서 학생들이 등교를 하고 있다. 2024.08.19. jtk@newsis.com
[서울=뉴시스] 뉴시스 사건팀 = 초중고 개학을 앞두고 코로나19가 재유행하면서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19일 뉴시스 취재진이 만난 학부모들은 자체적으로 자녀에게 마스크를 씌우고 있다면서도 거리두기 조치에는 거부감을 보였다. 지난 2019~2022년 팬데믹 때 겪은 학습 결손을 되풀이할 순 없단 것이다.

초등학교 1학년 아이를 둔 권모(38)씨는 "아이가 감염됐을 때 돌봄의 부재가 제일 큰 걱정"이라면서도 "몇 년 전 거리두기로 발달시기에 너무 큰 (교육상) 피해를 봤기 때문에 할 수 있는 한 대면 수업을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중학교 1학년 딸이 있는 윤모(45)씨도 "코로나 때처럼 학교를 장기적으로 쉬는 건 좀 아닌 것 같다. 아이도 비대면 수업을 원하지 않는다. 일상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며 "증상이 심하면 하루 이틀 정도 쉬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개인이 조심하면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 소재 한 초등학교 앞에서 만난 신모(41)씨는 "딸이 초등학교 2학년인데 마스크를 다시 씌우고 있다"며 "이번 여름에 한강 수영장에 가려고 했는데 코로나가 다시 유행한다고 해서 못 갔다. 개학하면 유행이 얼마나 퍼질지 몰라 걱정"이라고 말했다.

윤모(40)씨는 "이제 코로나에 걸려도 금방 나으니까 그렇게 불안하지는 않다"면서도 "백화점이나 도서관처럼 사람이 많은 곳에 갈 때는 아이에게 마스크를 꼭 쓰게 한다. 개학하면 개인용 수저를 따로 들고 다니게 할 것"이라고 했다.

경기 용인시에 거주하는 홍모씨는 "초등학교 3학년 아이 개학이 이번 주 수요일인데 많이 걱정된다. 집에 남은 마스크를 등교할 때 쓰게 할 것"이라면서도 "이제 정부에서 검사 비용이나 치료 비용을 지원해주지 않으니 거리두기 같은 규제는 무의미해진 것 같다"고 밝혔다.

[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 코로나19 환자가 증가하는 가운데 18일 대구 중구 경북대학교병원 입구에 마스크 착용 권고 안내문이 붙어있다. 2024.08.18. lmy@newsis.com
정부가 명확한 격리일수 등 가이드라인을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고등학교 2학년과 중학교 1학년 자녀가 있는 정모(43)씨는 "코로나가 재유행 중인데 개학한 뒤 학교에서 안내장 한 장 없다. 너무 무신경한 것 같다"며 "8월 말이 유행 최고조일 거라면서 학교에서 마스크를 쓰라는 권고도 하지 않는지 답답하다. 최소한 격리는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기도 소재 한 초등학교 교사는 "개학을 했는데 딱히 불안해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한 반 26명 중 마스크를 쓰고 등교하는 학생은 한 두 명뿐"이라며 "교육청에서 관련 통지가 내려온 것도 없다"고 전했다.

초등학생과 중학생 자녀를 둔 A씨는 "확진되면 출석을 인정해주는 건 필요하지만 거리두기까지 할 필요는 없다. 법정 감염병에 걸리면 출석으로 인정해주는 인정결석을 해줘야 한다"고 했다.

초등학교 2학년 딸이 있다는 B씨도 "감염병에 대한 인식이 생겨서 알아서 마스크를 쓰는 분위기라 정부에서 거리두기 조치를 할 필요는 없지 않겠냐"고 말했다.

정부는 학교 집단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코로나19에 감염돼 고열과 호흡기 증상 등이 있는 학생은 등교하지 않도록 권고하는 내용의 예방수칙을 발표했다. 결석 시 출석을 인정하도록 하는 수칙도 학교에 배포한 상태다.

초등학교 5학년과 3학년 자녀를 둔 홍모씨는 "오늘이 개학인데 첫째는 마스크를 썼고 둘째 아이는 안 쓰고 갔다. 최근 코로나는 증상이 독감 수준이라고 해서 심각하게 걱정되진 않는다"며 "거리두기는 필요없지만 확진됐을 때 명확한 격리지침을 모르겠다. 오늘 개학했으니 관련 공지가 있지 않겠냐"고 했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고위험군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19일 서울부민병원을 찾은 어르신이 접종을 받고 있다. 2023.10.19. kkssmm99@newsis.com
바이러스는 변이를 거듭하며 전파력이 높아지는 대신 치사율은 낮아지는 특성이 있다. 최근 유행하는 코로나19는 오미크론 계열로 치사율이 낮은 편이다.

이날 뉴시스가 접촉한 학부모 16명 중 올해 자녀에게 코로나19 백신을 재접종시켰다고 응답한 사람은 2명에 불과했다.

일각에선 여전히 코로나19 백신 부작용을 우려하기도 했다.

서초구에 거주하는 이모(46)씨는 "고등학교 2학년인 첫째만 백신을 접종했다. 둘째아이는 초등학교 2학년인데 백신을 접종하기엔 걱정돼서 안 했다"며 "옛날 같은 철저한 격리조치는 반대하지만 감염율이 높으니 열이나 기침이 심한 사람은 스스로 격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고위험군인 거리두기를 부활할 필요는 없지만, 확진 시 격리를 의무화해 유행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지금 유행하는 코로나19 변이는 치사율이 독감보다도 약한 수준이라 거리두기를 다시 할 필요는 없다"며 "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면 쉴 수 있도록 의무화해야 한다. 학교의 경우 확진되면 3일에서 5일은 안 나오도록 해야 유행이 확산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초중고 자녀를 둔 학부모들에게는 "지금 코로나 변이는 무증상일 때 많이 전염되는 특성이 있다. 가족 중에 감염자가 있거나 본인에게 증상이 있으면 최대 일주일은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