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원회 의결 없이 자료 제출 못 해…직무상 비밀"
"공영방송 이사 선임, 법 규정 없어…의결 정족수만 충족하면 돼"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 김태규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직무대행이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등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 관련 회의록 등 자료을 제출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김태규 위원장 직무대행은 19일 오후 과천정부청사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기자들과 질의응답에서 공영방송 이사 선임 관련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것이 불리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저희들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자료를) 진짜 내놓을 수만 있으면 내놓는 게 나을 수 있다"라며 "그렇지만 제가 당장 편하기 위해, 법의 칼날을 피하기 위해 그렇게 움직이면 나중에 더 큰 문제가 초래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현재 보고 받기로는 법원에서 신청인들 측에서 신청한 문서제출 명령은 채택하지 않았다고 들었다"라면서 "그 이유가 법원 스스로도 그 서류가 쉽사리 제출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헤아렸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 직무대행은 "혹여 법원이 강제로 저희들에게 제출하라고 했더라도 제출 안 했을 것"이라며 "그것이 법"이라고 덧붙였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판사 강재원)와 6부(부장판사 나진이)는 이날 오전 방문진 이사 임명과 관련한 집행정지 심문을 진행했다. 앞서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취임 당일 김태규 직무대행과 함께 선임한 방문진 이사 9명 가운데 6명을 새로 선임한 바 있다. 이에 방문진 현직 이사 3명과 방문진 이사 공모에 지원한 후보자 3명이 법원에 방통위의 이사 선임 효력을 멈춰 달라며 각각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법원은 지난 8일 신임 이사 6명에 대한 임명 효력을 이달 26일까지 임시 중단하는 결정을 내린 상태다.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야당 의원들은 방통위의 KBS 및 방문진 이사 선임 과정에서 작성된 회의록 및 속기록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방통위는 위원회 의결 없이 자료를 제출할 권한이 없다는 입장이다.
방통위의 서류 자료 제출 거부가 국회증언감정법을 위반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김 직무대행은 "(자료가) 직무상 비밀이라고 돼 있고, 비밀을 처리하는 방식은 각 부처에 있다"라며 "공개 주체 문제도 엄연히 위원장과 위원은 구분된다. 국회에서 지적을 위원회에 그대로 다할 수는 있으나 저한테 하는 것은 무리"라고 주장했다.
또한 방문진 이사 일부만 선임하고 임기 연장 이사를 선택한 기준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김 직무대행은 "법에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선임하라는 규정이 없다. 의결 정족수만 충족하면 된다"라며 "그 방법은 위원들이 자발적으로 정하면 된다. 관행은 관행일 뿐이다. 불법이라 규정을 짓는 것은 위험하고 저는 수용을 못 한다"라고 강조했다.
김 직무대행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오는 21일 열리는 과방위 방송장악 청문회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지난 14일 열린 과방위 청문회에서 김 직무대행을 답변 거부 사유로 고발하는 안건을 의결한 과정에 참여한 의원들을 고소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는 "고발조치가 이루어지면 함께 의결에 참여했던 의원들을 고소해 검찰과 법원의 판단을 받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김 직무대행은 기밀이 유지돼야 할 변론 답변서가 국회에서 공개된 것을 두고 집행정지를 신청한 신청인 또는 대리인이 유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그는 "집행정지를 신청한 자들이나 그 소송대리인이 유출하였을 가능성을 쉽게 추측할 수 있는데, 그 어느 경우든 변론권을 침해한 것일 뿐 아니라 변호사에 의한 유출의 경우에는 변호사 징계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라며 "이미 대한변호사협회에 진정해 진상규명을 요청했고, 변호사권익위원회뿐만 아니라 윤리위원회에서도 상황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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